[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첫 70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면 실질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16일 '주요 품목별 수출 경쟁력 평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미국 관세 인상 등 통상환경 악화 속에서도 3.8% 늘어 사상 처음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 달리 우리나라 수출의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 2018년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수출 점유율의 하락 원인을 분석한 결과 철강·기계의 경우 지난 2018년 이후 품목·시장 경쟁력이 모두 하락했다. 철강은 2010년대 중반 중국의 설비 증설과 부동산
불황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중국산 저가 품목이 세계 시장으로 유입됐고, 기계 품목은 중국의 범용 기계가 저가 수출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화학공업제품은 특수제품 비중을 늘려 품목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중국내 시장에서는 지난 2022년 이후 중국내 배터리 소재 등의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석유 제품의 품목 경쟁력은 국내 정유사들의 설비 고도화로 2022년 이후 크게 좋아졌고, 최근 주요 수출 시장의 수요도 호전되는 추세다.
자동차는 지난 2010년대 말 고급자동차 브랜드 출시 및 품질 개선이 이어지면서 품목 경쟁력 개선이 두드러졌다. 내연기관과 별도의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 경쟁력을 키운 것도 한 몫했다.
반도체의 경우 국내 메모리 업체가 HBM(고대역폭 메모리)·DDR5 등 고부가가치 품목을 경쟁국 업체보다 빠르게 개발·상용화하면서 품목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2022∼2024년 중국·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장 경쟁력은 떨어졌다. 정부 반도체 지원 정책을 업은 중국 업체들이 메모리 양산 능력을 키워 범용 제품 위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찬일 한은 국제무역팀 과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응해 FTA(자유무역협정) 등 무역 협정 네트워크를 확충함으로써 통상 비용을 낮춰 우리 기업의 시장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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