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동섭 기자]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금과 은 등 안전자산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증시 활황에 투자 자금이 집중되면서 가상자산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금 현물 가격은 1kg당 22만4700원으로 전장 대비 2770원 올랐다. 지난해 같은 날(12만8700원)과 비교하면 74.6% 급등한 수치다.
지난 20일(미국 현지시간) 오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산하 코멕스(COMEX)에서 거래되는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트로이온스(31.10g)당 4757.9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4700달러를 돌파했다. 전장 대비 3.54% 오른 가격이다.
은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3월 인도분 은 선물은 같은 날 온스당 95.78달러까지 치솟으며 6% 넘게 급등하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쓴 것이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군사훈련 병력을 보낸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은 침체 국면이 깊어지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1일 오전 1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장 대비 3.30% 하락한 8만9315.88달러를 기록하며 9만 달러 선이 무너졌다.
시총 2위 이더리움도 전날 같은 기간 대비 6.47% 내린 2978.34달러를 기록했다. 바이낸스코인(-5.02%), XRP(-3.03%), 솔라나(-5.00%), 트론(-4.09%), 도지코인(-1.93%) 등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거래량 감소도 심각하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국내 업비트의 일별 평균 거래량은 14억3297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최고 거래량을 기록한 7월(35억8693만 달러) 대비 60.05% 급감한 수치다. 빗썸(-58.43%), 코인원(-27.66%), 코빗(-26.62%) 등 다른 거래소들도 비슷한 감소세를 보였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급락 배경으로 여러 요인을 꼽았다. 양 연구원은 “가상자산 규제 명확화를 위한 클레리티 법안의 심사가 연기되면서 정책 기대감이 약화됐다”며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로 위험자산인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최근 일본 국채와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위험자산 레버리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증시 호조가 가상자산 시장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굳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인 김치프리미엄도 과거 대비 크게 둔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양 연구원은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볼 경우 지정학적 긴장감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클레리티 법안 통과 가능성이 전통 은행과 가상자산 업계 간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정책 기대감 약화가 부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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