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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각 미학에 한평생..."칼끝으로 새긴 글자가 바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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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1-26 16:24:00   폰트크기 변경      
제29회 통일미술대전서 서각부문 대상 받은 권택철 작가

젊은 시절부터 나무에 글자를 새기는 일에 관심을 갖었다. 작업을 하면서 서각이 단순한 조형 작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길 때마다 마음을 다스리고, 세상과 대화를 했다. 긴 시간 나무를 말리고, 다듬고 조각하는 기본 과정부터 작품 완성까지 사유와 감정을 실어 치열하게 도전했다. 삶의 의미와 성찰, 인내, 미래의 희망까지도 서각에 응축하려 각고의 시간을 보냈다. 칼끝으로 세긴 글자들은 이제 그의 아름다운 인생으로 치환됐다. 지금도 나무 위에 새겨진 흔적 하나 하나에서 그의 삶과 마음을 관람객들에게 전하려 무던히 애쓴다. 충청북도 음성군에서 활동 중인 서각가 권택철 씨의 이야기다.

권택철 작가가 최근 충북 음성 작업실에서 서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택철 스튜디오 제공

한평생 서각에 빠져 살아온 그에게 모처럼 경사가 벌어졌다. 최근 ‘제29회 통일미술대전’ 서각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서다. 통일부와 (사)평화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통일미술대전은 한반도 평화통일과 국민통합의 가치를 예술로 풀어낸 작가를 조명하는 자리다. 올해로 29회를 맞은 이번 대전에서는 서각을 비롯해 서예, 문인화 등 전통미술 전반에 걸쳐 수상작이 선정됐다.

권 작가의 대상 수상작 ‘통일을 위하여’는 무궁화 꽃술 안에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단어들로 한반도의 형상을 빚어낸 작품이다. 전통 서각 기법을 바탕으로 절제된 조형미를 보여주면서도,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 작가는 “서각은 단순히 나무에 글자를 남기는 작업이 아니라, 나무결 속에 시간을 새기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칼을 들기 전부터 마음이 고요해져야 한다”며 “조급하면 나무도, 글자도 모두 상처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통일부와 (사)평화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통일미술대전에서 서각부문 대상을 받은 권택철의 '통일을 위하여'. 사진=권택철 스튜디오 제공

작품 속 ‘통일’이라는 주제 역시 거창한 선언보다는 일상의 태도에서 출발했다. 권 작가는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결과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쌓여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작품에도 명령형 문장보다 희망과 긍정의 언어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각이 특정 계층의 예술로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집 안 한쪽에 걸려 있는 한 점의 서각 작품이 사람들에게 위로와 질문을 건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서각이 생활 속에서 숨 쉬는 예술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 작가는 앞으로도 나무와 칼, 그리고 글자를 통해 세상과의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칼끝으로 새긴 단어들이 단순한 글자에 그치지 않고, 각자의 삶 속에서 의미로 살아나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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