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관문공항 격상” 압박
건설업계 “2본 전환시 리스크 증폭” 우려
“시비 한 푼 없이 증설만 요구”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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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2차 입찰이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에서 활주로 2본 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인 건설사들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2차 입찰공고를 낸 상태로, 이번에도 유찰될 경우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계획은 3500m 활주로 1본 체제, 부지 667만㎡ 규모로 총 사업비는 13조4900억원(공사비 10조7000억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부울경 12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동남권 관문공항이라면 활주로 2본이 필수”라는 주장이 확산하며 사업 추진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부지를 1102만㎡로 확대하고 제2활주로(3200m) 기반을 초기 설계에 포함하라고 요구한다. 공사기간이 84개월에서 106개월로 늘어난 만큼 “제대로 지어야 한다”는 논리다.
활주로 2본 요구가 급물살을 타는 배경에는 6월 지방선거가 자리잡고 있다. 부ㆍ울ㆍ경 지역 여권 인사들은 “관문공항 위상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국토교통부에 기본계획 수정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은 “활주로 2본 전제를 기본계획에 포함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부산시 역시 ‘조건부 공기 연장’ 입장을 내놓아 여지를 남긴 상태다.
이에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인 건설사들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컨소시엄 구성원사 관계자는 “1본 기준으로 원가 구조를 짜놓은 상황에서 낙찰 후 2본 전제로 설계가 바뀌면 인력·장비 재배치, 하도급 재계약 등 리스크 관리가 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가계약법상 설계변경 시 공사비와 공기 조정이 가능하지만, “어디까지가 정당한 추가 비용인가”를 두고 발주처와 장기 협상 및 클레임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건설업계에서는 은연중 부산시 태도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전액 국비 사업으로, 부산시는 시비를 한 푼도 투입하지 않으면서 활주로 2본 체제와 사업비 증액만 요구한다는 지적이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지역 숙원사업이라며 국가 예산을 요구해놓고, 사업비 증가에 대해선 지방비 부담 없이 중앙정부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는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 3단계 건설사업도 국비 70%, 인천시비 30% 매칭으로 진행된 만큼 부산시도 지방비 분담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가덕도 예정지는 수심이 깊고 연약지반이 두꺼워 1본 체제만으로도 고난도 공사로 평가받는다.
공항 전문 엔지니어는 “2본 체제로 가면 추가 매립이 불가피한데, 부등침하와 장기침하 관리가 극히 까다로워진다”며 “호안 안정성, 고파랑ㆍ태풍 대비 등 기술 리스크가 크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공항 전문가 역시 “2본 체제를 하려면 처음부터 지반개량과 매립 설계를 통합해야 하는데, 1본 기준으로 입찰하다가 중간에 바꾸면 기술적 연속성이 깨진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절충안의 여지를 둔 채 입찰을 우선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한다.
대형 건설사 임원은 “제2활주로 부지 조성까지만 포함하는 설계변경이라면 완전한 2본 동시 건설보다는 리스크가 적고 추가 비용 협상도 비교적 명확해질 것”이라며 “무리한 가덕도신공항 확장안은 오히려 사업 백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부산시와 지역 시민단체도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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