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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토크나이제이션, 지체할 수 없는 금융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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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1-29 04:00:11   폰트크기 변경      

결정적 전환점이다. 금융시장의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는 골든타임이다. 자산 거래 방식의 전환기에 주도권을 쥘 것인가 아니면 놓칠 것인가가 결정될 시점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토큰증권(Security Token) 도입을 통한 금융혁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은 부처 간의 이견으로 지체되고 있다. 마치 공원을 만들어 놓고,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큰증권은 무엇이고, 어떤 환경 변화가 전개되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 하였나? 옛말이 되었다. 이제 누구나 빌딩 건물주가 되는 시대가 열렸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도,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주식 투자를 통해 주인이 될 수 있듯이 말이다. 건물뿐만 아니라 값비싼 예술 작품이나 명품 등의 모든 실물자산을 쪼개어 일부를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시장 생태계의 대전환을 가져오고, 산업과 일상에도 거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조각투자의 부상

조각투자(Fractional Investment)는 2인 이상의 투자자가 실물자산 또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공동으로 투자해 조각처럼 쪼개 소유하고 거래하는 것을 뜻한다. 즉, 고가의 자산을 잘게 쪼개 소액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수백 억짜리 빌딩의 지분 5천 원어치를 투자하고, 지분에 따라 수익금을 배당받는 것이다.


조각투자 사업구조  /자료 :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조각투자는 이미 현실이다. 루센트블록은 ‘소유’라는 플랫폼을, 카사코리아는 ‘카사’라는 플랫폼을 각각 운영하며 빌딩 등의 부동산 조각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인 ‘에프엔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와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소투(SOTWO)’를 운영하는 서울옥션블루는 대표적인 미술품 조각투자를 실현시킨 사례다. 그 밖에도 스탁키퍼는 한우를 조각투자하는 플랫폼 ‘뱅카우’를 운영하고,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조각투자 플랫폼 예시   /자료 : 왼쪽부터 루센트블록, 뮤직카우, 서울옥션블루


실물자산의 토큰화

소액의 실물자산(RWA, Real-World Assets)을 소유하는 수준을 넘어, 그 소유권을 토큰(증권)으로 거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토큰증권(Security Token)이란,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Digitalization)한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전자증권이 중앙집중식 계좌에 기재하는 것과 달리,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즉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거래·유통된다. 토큰증권을 발행·유통하는 것을 STO(Security Token Offering)라고 한다.

골드만삭스는 자산 토큰화 시장 규모가 2026년 약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2030년 약 18.9조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 미술품, 저작권 등의 실물자산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등의 유동자산 거래에 이르기까지 토큰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비상장 중소기업들도 소유지분을 토큰화하여 발행함으로써 자금을 마련하는 등 경제적 파급 영향이 있고, 토큰형 증권을 발행하는 금융사와 이를 유통하는 거래 플랫폼 기업들이 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장을 뒷받침할 블록체인 기술과 사이버보안 산업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 토큰화 시가총액 전망  /자료 : Goldman Sachs

토크나이제이션, 누가 주도할 것인가?

월가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증권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거래 및 결제 플랫폼 개발을 완료했고, 규제당국의 승인이 내려지면, 24시간 연중무휴 주식 거래가 가능해진다. 기존 증권 거래도 전자화된 방식으로 거래를 했다는 점에서 차이는 없지만, 중앙집중화된 시스템이 아닌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토큰증권 플랫폼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상당한 변화다.

2026년 1월 대한민국 국회는 STO를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다(토큰증권 도입을 위한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7년 1월 토큰 증권 제도화가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부처 간의 입장차로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토큰의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도록 하였고, 증권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NXT)가 유통시장의 운영사로서 예비인가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규제샌드박스(신기술·신산업 분야 기업들이 일정 기간 동안 현행 규제를 유예받고 혁신사업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한 제도)에 기대어 토큰의 발행과 유통을 비즈니스모델로 성장해 온 벤처기업들이 그동안 일궈온 사업을 빼앗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발행사를 선택한 반면, 루센트블록은 유통사를 선택했다. 마치 중소기업이 다년간 노력해 일궈온 제품을 대기업이 그대로 카피해 뺏어가는 격이다.

토크나이제이션 혁명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국내 사정을 고려하자니,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최단 시간 내에 전문가 토론회 및 공청회를 개최하고, 균형 잡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벤처기업들의 사업권을 보장하되, 증권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루센트블록에게 부동산 토큰 거래를 2년에 한해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증권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는 부동산 외의 거래에 집중하다가 2년 이후 부동산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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