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은 벌금형 확정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하나은행장 재임 시절 인사담당자에게 특혜 채용 지시를 내린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던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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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 대한경제 DB |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 중 업무방해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함 회장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유죄가 확정됐지만, 법정형이 벌금형이어서 회장 자리 유지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융사지배구조법상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돼야 금융사의 임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이던 2015∼2016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지인의 청탁을 받고 서류 전형과 합숙면접, 임원면접에 개입해 특정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2018년 재판에 넘겨졌다. 공채 과정에서 남녀 채용 비율을 4대 1로 미리 정해두고 남자를 더 많이 뽑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특정 지원자에 대한 추천을 전달했지만, 합격할 수 있도록 표현하거나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나은행의 남녀 차별적인 채용 방식이 관행적이었다는 이유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도 무죄라고 봤다.
반면 2심은 “2016년 합숙면접 합격자 선정 과정에서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며 업무방해 혐의 일부에 대해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이유 없는 남녀 차별 채용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관련 선발 계획을 승인ㆍ시행했다”며 유죄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2심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면서 함 회장은 자리를 잃을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2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1심에서 2016년 합숙면접 당시 인사부 채용담당자들은 일관되게 함 회장으로부터 합격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받은 사실이 없고, 인사부장의 보고 전후로 합격자의 변동도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1심은 이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심에서도 이와 다른 취지의 증언이 없었고, 2심이 들고 있는 여러 간접사실들은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함 회장의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항소심 심리 과정에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1심 판단을 재평가해 뒤집고자 할 때에는,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예외적 사정도 없이 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기존 법리를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함 회장은 8년간 이어진 채용비리 관련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본격적인 ‘2기 체제’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함 회장의 남은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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