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봉정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제 여건 개선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한층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금리 격차가 이미 1.25%포인트(p)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환율과 자본 유출 부담을 감안할 때 한은의 관망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27~2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의 동결이다. 연준은 지난해 9월과 10월, 12월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인하했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인하 흐름을 멈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며 경제 상황 변화를 지켜보면서 정책적으로 대응할 여유가 있음을 시사했다.
견조한 성장세와 노동시장 하방 리스크 완화를 근거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문턱이 높아졌음을 밝힌 것이다.
다만 관세의 인플레이션 효과가 정점을 지나게 될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25%p로 유지됐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만 금리를 낮출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며 금리를 5회 연속 동결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470~1480원대를 오가며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신호를 주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최근 환율이 달러 약세 등의 영향으로 1420~1430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고환율 구간에 머무는 데다 변동성도 큰 상태다.
물가 여건 역시 한은의 정책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1%, 근원물가는 2.0%로 전망하고 있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석유류와 식료품 등 수입물가가 다시 오르며 물가 하락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도 여전히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로 남아 있어 한은이 당분간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전문가들 역시 한은의 장기 동결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준금리는 2.50% 유지를 전망한다”며 “단기간 내 정책 전환 가능성은 크지 않고 인상과 인하 양 측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주식시장 강세를 고려하면 하반기 중반까지는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연내 인하가 이뤄진다면 하반기 말 수출 모멘텀이 둔화되는 국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미 FOMC 결과 발표 이후 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과 차기 연준 의장 지명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미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 등 대내외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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