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임성엽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 장관도 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가 전담했던 행정을 중앙정부로 ‘이원화’하게 되면 도시정비사업 ‘행정 사령탑’이 둘이 되면서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국회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도 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비구역 지정이 지체돼 사업 시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직접 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정비구역 지정은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지자체장이 결정ㆍ고시해 효력을 발휘한다.
안 의원 등 발의 의원들은 “정비구역 지정 권한이 광역지자체장에게 집중돼 발생한 병목현상이 사업 지체의 원인”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는 기존 지자체장에게 집중됐던 지정 권한을 중앙정부와 나눠 ‘병목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체 없는 병목현상을 이유로 행정 주체만 늘리는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비구역 지정권한에 중앙정부가 개입하면 우선 도시계획 정합성을 파괴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도시정비는 단순히 주택 공급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학교ㆍ공원ㆍ도로 등 기반시설 총량을 유기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고도의 도시계획 영역이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의 공간 구조를 고려해야 하는 지자체와 달리, 국토부가 특정 단지를 주택 공급 목표에 맞춰 ‘핀셋 지정’할 경우 전체 도시계획이 뒤엉키게 된다. 결국 기반시설 부족 등 난개발의 고통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ㆍ29대책에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공급 규모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충돌하고 있는 것처럼,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이런 일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토부가 사업 지체 우려를 정의하고 개입할 경우, 이해관계가 갈리는 사업장에서 창구가 이원화돼 갈등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기조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사업장의 불확실성만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여 문제로 서울시와 이견이 있는 단지가 국토부에 지정을 요청하면, 이에 반대하는 주민이 서울시의 기존 계획 고수를 주장하며 민원을 넣을 수 있다. 중앙정부가 오히려 주민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갈등을 해결하겠다며 끼어든 행정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모호한 법 조문도 논란거리다. 국토부 장관이 지정권자로 격상되면서 구역지정뿐만 아니라 ‘직권 해제’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해제 권한은 지정권자에게 부여돼 있어, 국토부가 지자체장이 지정한 정비구역에 대해서도 해제권을 행사하며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지정 권한이 생긴 만큼 해제 권한을 남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해제 범위가 법률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만큼, 서울시장이 지정한 구역을 장관도 해제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 하위 시행령 등을 통해 법령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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