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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미국 전역에서 유사한 악몽이 도미노처럼 번져나갔다. 전미주택건설협회는 관세 조치만으로 단독주택 한 채당 1만900달러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경고했다. 철강은 10~20%, 알루미늄은 무려 28%나 급등했으며, 캐나다산 목재에는 최대 59.5%라는 천문학적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친 트럼프는 역설적으로 미국 건설업의 토대를 허물고 있다. 관세라는 칼날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는커녕 건설 현장의 목을 조르고 있다. 수입 건축자재의 7%가 직접 타격을 받고 평균 22%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미국 건설업은 질식 직전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민 규제의 후폭풍이다.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현재 추방 속도가 유지되면 인플레이션이 4%로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건설과 운송 등 이민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서는 인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이미 작년 미국 건설현장의 임금은 4% 이상 상승했다. 노동자를 구할 수 없으니 임금은 치솟고, 관세로 자재비마저 폭등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8개월이면 완공되던 모듈러 프로젝트마저 1년 이상 걸리기 시작하자, 민간 건설 프로젝트는 연이어 중단됐다.
도미노 피해의 끝은 결국 주택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2030년까지 최대 45만 채의 신규 주택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부족은 필연적으로 집값과 임대료 상승을 부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가운데 저소득층 주택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은 43.6%나 삭감됐다.
건설업은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이다. 그 기초가 흔들릴 때 무엇이 먼저 무너지는가. 집을 짓지 못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건설업 역시 정치에 휘둘린 뼈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극단을 오갔다. 한 정부는 규제를 풀고 공급 확대를 외치다가, 다음 정부는 다시 고삐를 죄고 분양가를 통제했다. 시장은 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없었고, 건설사들은 착공과 중단을 반복하며 비용을 날렸다.
더 심각한 것은 선거철마다 쏟아지는 막무가내식 인프라 공약이다. 경제성은 뒷전이고, 지역구마다 공항과 항만을 약속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손쉽게 면제됐고, 수조 원이 투입된 사업들은 정권 교체와 함께 취소되거나 재설계됐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건설업계는 이런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트럼프의 미국 건설 붕괴는 우리에게 명확한 교훈을 던진다. 건설은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라는 사실이다. 관세든 규제든, 포퓰리즘적 정책이 건설업을 흔들 때 가장 먼저 고통받는 것은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서민들이다.
한국 건설업이 정치의 시녀가 아닌, 장기적 비전에 기반한 산업 정책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이유 역시 서민에 있다. 건설업은 노동계층의 가장이 가정의 울타리를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다. 태평양 너머에서 들려오는 미국 건설 현장의 비명은, 정치에 휘둘리는 건설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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