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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권해석 기자]여러 모임의 대화 주제에 주식이 빠지지 않는 요즘이다. 작년에 코스피가 무려 75% 상승하는 기록적인 성과를 했는데, 올해도 25% 넘게 오르면서 그야말로 불을 뿜고 있는 영향이다. 적당히 수익을 내고 빠진(?) 이의 아쉬움이나 아직 진입하지 못한 이의 포모(FOMOㆍ소외 공포)가 공감대를 형성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오르는 것인지, 어디까지 오를 것인지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도 속시원하게 해답을 찾았다는 표정이 나오지는 않는다.
코스피 지수의 고공행진을 설명하는 일반론은 이렇다. 이재명 정부 들어 추진 중이 거번넌스(지배구조) 개편으로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이 됐고,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국내 증시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다만, 주가 상승의 본질은 누군가가 더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적정 주가를 알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주식 투자의 일반원칙은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식의 내재가치가 현재가와 비교해 싼지, 비싼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 구조, 배당 등으로 주가를 평가하는 나름의 분석 과정이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은 합리적인 인간의 의사결정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는 전통 경제학의 관점을 따르면 치밀한 분석의 결과로 실행된 투자는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고른 저평가 주식을 다른 누군가가 내가 지불한 금액보다 더 비싸게 사줘야 하는데, 이는 분석으로 이룰 수 없는 결과다.
경제학자 케인즈는 주식시장을 미인대회와 같다고 했다. 철학적 혹은 학문적 의미의 미(美)가 아니라 몇몇 평가자의 선호로 순위가 결정된다는 의미에서다.
당연히 선호에도 이유는 있다. 단지 합리적인 숫자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코스피의 PER(주가이익비율)은 17.56다. 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PER이 1이면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데 1년이 걸린다는 의미며, 10이면 10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코스피에 투자하면 대략 17년이 걸려야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적정한 수준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시장 참여자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하물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PER이 1000을 넘는 종목도 여럿 있다. 투자 원금 회수에 1000년 이상이 소요되는 종목에 투자하면 생전에 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겠으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린다.
결국 분석과 숫자로 무장해도 주식시장의 도박성을 빼고는 주가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에 인간의 욕망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버블은 숙명과도 같다. 물론 버블은 주가가 하락한 다음에나 붙여지는 칭호라는 점에서 지금이 버블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버블인지 아닌지 판단해 보려는 시도도 안개를 움켜쥐려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다. 대신 아무리 좋은 주식도 언젠가는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할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는 해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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