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쿠팡을 키운 ‘새벽배송’이 대형마트에도 허용될 전망이다. 14년간 대형마트의 족쇄였던 심야영업제한이 해제되면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있어 자산 운영 효율과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 다만, 심야영업에 필요한 인력 확보와 외부 물류 인프라에 의지하는 한계는 넘어야 할 숙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전날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향을 협의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이틀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 심야영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안 개정을 논의한 것이다.
이 같은 논의는 올해 시행 14년을 맞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전통시장을 포함한 골목상권 보호 명목으로 제정된 이 법은 빠른 산업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유통 시장을 오히려 왜곡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형마트가 규제로 발이 묶인 사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만 급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 완화 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민주당 지지층인 노동계 일각에서는 쿠팡의 새벽배송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어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자리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성격이 짙고 결정된 사항은 아직 없다.
업계에서는 일단 새벽배송 허용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이커머스만 가능했던 새벽배송이 가능해지는 것만으로도 매출 증가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별도 물류센터를 조성할 필요 없이 점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마트는 현재 전국 133개 점포 중 100곳 이상 점포에, 롯데마트는 전국 112개 점포 중 60여 곳 점포에 PP(Picking and Packing)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주간배송에만 활용하는 PP 센터를 새벽배송에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자산 활용 효율이 극대화된다. 고객이 새벽배송 주문을 할 수 있는 자체 온라인 앱도 갖춘 상태다.
고용 창출, 소상공인 매출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의‘새벽 배송과 주 7일 배송의 파급효과 관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새벽 배송에 따라 1만2000명의 취업 유발, 7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했다. 사실상 쿠팡에 의존하는 새벽배송 생태계가 대형마트로 넓어지면, 다양한 유통 채널에 상품을 납품하는 소상공인의 선택지 또한 넓어지게 된다. 대형마트가 위치한 지방 도시에서는 새벽배송 선택지가 넓어짐과 동시에 지역 고용 창출, 산지 직배송에 따른 소득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추가 투자 할만큼 수익성 날까 관건
관건은 수익성이다. 새벽배송에 필요한 PP 센터를 추가로 확보하고 인력 운영에 투입하는 비용만큼 주문이 발생해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대형마트의 온라인 주간배송도 할인 프로모션 등에 의존하는 상태다.
월마트가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 삼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데 성공한 것도 물류와 앱 사용 환경 등에 투자가 이뤄진 게 컸다. 월마트는 2022년 얼럿 이노베이션(Alert Innovation)을 인수해 세 가지 온도대에서 주문을 저장, 배출하는 로봇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문 처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동시에 미국 전역 매장의 60% 이상을 자동화된 물류센터로 운영하고 지리정보, AI 등을 결합한 물류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구축했다. 주문을 가장 가까운 점포로 배분하고 배송 시간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미국 인구의 80%가 당일 배송 받을 수 있게 됐다.
가격 경쟁력도 필요하다. 월마트는‘매일 저렴한 가격’(Everyday Low Price, EDLP)’전략을 펴고 있는데, 국내 에서는 쿠팡의 최저가 전략과 경쟁하는 형국이 된다. 쿠팡의 강력한 무기인 멤버십 회원 대상 무조건 무료 반품 역시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서비스다.
업계 관계자는 “불가능했던 새벽배송이 가능해진 것만으로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효과가 크다”면서도 “직접 배송하는 형태가 아니다 보니 물류사와의 논의도 필요하고 점포 내 포장, 배송 시스템에 투입하는 비용 대비 수익성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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