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정석한 기자] 작년 상반기 국내 공공ㆍ민간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원인의 1위는 ‘작업자 부주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 중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난간을 잡지 않고 계단을 내려오는 등 부주의한 사례가 급기야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정부가 건설안전 관련 3법(산업안전보건법ㆍ중재대해처벌법ㆍ건설안전특별법안)을 통해 사업주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근로자의 안전의식 고취 등 작업도 동반되지 않으면 무재해 건설현장 구현은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휴대전화 사용이 사망사고로 직결
8일 국토안전관리원의 ‘건설사고 정보 리포트’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에만 전국 건설현장에서 2825건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사망사고는 전체의 3.2%에 달하는 89건이었다. 그리고 총 97명이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공공 건설현장에서는 35명이, 민간 건설현장에서는 62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공공에서는 토목현장이, 민간에서는 주택현장이 주(主) 사고현장이었다.
관리원이 사망원인을 살펴보니 ‘작업자 부주의’(28명)로 수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8명), 화기취급 미흡(5명), 개인 안전보호구 착용 불량(5명), 기계장비 불안전한 거치(5명), 단독작업(5명) 순으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작업자 부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는 휴대전화 사용이 지적된다. 건설현장은 굴착기, 타워크레인, 덤프트럭 등 중장비와 근로자가 혼재돼 있어 복잡하다. 고소작업, 낙하물 위험, 협소한 이동 동선 등으로 인해 사고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어떤 사소한 불안전한 행동도 자칫 중대재해로 직결될 수 있음에도, 일부 근로자들이 작업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 등 일부 발주처에선 건설근로자 근무 중 휴대전화 사용지침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5대 안전규정인 △보행 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보행 중 무단횡단 금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운전 중 과속금지 △자전거 이용시 헬멧 사용 등을 벤치마킹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개별적으로 사용지침을 마련해 발생우려를 줄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을 놓고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휴게ㆍ식사시간에는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에서 추진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기본권 제한 지적은 설득력이 약하다.
/개별 건설현장서는 블랙리스트 작성도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 역시 건설현장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중대한 위협이다. 음주ㆍ약물을 한 상태에서 작업하거나, 안전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건강상 작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보는 경우에도 참여해 중대해재 우려를 키우는 식이다. 일부 건설현장에서는 근로자가 건설기계에 걸려 넘어졌다며 사고경위를 조작해 보상 브로커를 통해 사업주에 거액을 요구하는 등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대형사의 경우 반복적으로 안전의무를 위반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고용에서 배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관련 정보가 타 건설현장으로는 공유가 안 돼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에 그친다.
때문에 건설안전 관련 3법 등을 통해 안전의무를 미준수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불이익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근로자의 인식개선과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무재해 건설현장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에서다.
문진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안)에서는 근로자 안전의무 미준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법안심사 과정에서 노동자 측 반대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 사용의 경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또는 국토부의 안전지침 등에서 관련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 건설현장 차원에서 적극적인 이행에 한계가 있다”며 “건설현장은 정부, 발주기관, 건설사, 근로자 등 참여자 간 협업으로 장기간 운영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형평성 있는 페널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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