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실수로 2440억원대 오지급하며 천문학적 자산 입금부터 시세 폭락 닮은꼴
금융당국 현장 검사 착수...상장 추진과 면허 갱신 등 빗썸에 대형 악재
[대한경제=김태형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2018년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사태와 닮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과 주식이라는 자산의 차이만 있을 뿐 단순 입력 실수로 존재하지 않는 천문학적 자산이 시장에 풀려 시세 급락을 초래한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7일 빗썸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저녁 이벤트 당첨금 지급 과정에서 발생했다. 빗썸은 1인당 2000~5000원 상당의 리워드를 주려다 원 단위를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했다. 이로 인해 249명의 이용자 지갑에 총 62만 개의 비트코인이 입금됐다. 당시 시세로 1인당 평균 2440억원, 전체 규모는 빗썸이 실제 보관 중인 수량을 수십 배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2018년 4월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000원 대신 자사주 1000주로 잘못 지급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삼성증권은 존재할 수 없는 유령 주식 112조원어치를 배당했고 이를 받은 직원들이 시장에 매물을 쏟아내며 주가가 12% 폭락하는 대혼란을 겪었다.
사고 직후의 전개 과정도 판박이다. 빗썸에서도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일부 이용자가 즉시 매도하면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8111만원까지 15% 이상 급락했다. 삼성증권 사태 당시에도 직원 수십 명이 오입금된 주식을 팔아치우며 ‘도덕적 해이’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삼성증권 사태의 결말은 가혹했다. 금융당국은 과태료 부과와 함께 대표이사 직무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은 해고를 넘어 징역형 집행유예 등 형사 처벌을 받았다. 빗썸 역시 이러한 선례에 비추어 볼 때 오지급된 코인을 의도적으로 매도하거나 외부로 인출한 이용자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현장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건 발생 경위와 비트코인 회수 가능성, 위법 사항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단순 해프닝을 넘어 빗썸의 미래에 치명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우선 빗썸은 현재 가상자산사업자(VASP) 면허 갱신을 신청한 상태다. 내부 통제 부실이 확인될 경우 갱신 심사에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물밑에서 추진해온 기업공개(IPO)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투자자 보호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만큼 상장 예비 심사 통과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급락한 시세로 인해 손실을 본 일반 투자자들이 빗썸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업계에서는 8년 전 삼성증권 사태가 한국 증권업계의 시스템 정비 계기가 된 것처럼 이번 유령 비트코인 사고가 가상자산 시장의 내부 통제 기준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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