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ㆍ2심 원고 승소→ 대법, “조합 신뢰 보호 필요” 파기환송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에서 환불보장 약정이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하더라도 조합 설립인가를 정상적으로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인가 이후에도 조합원이 분담금을 냈다면 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분담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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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A씨가 대전의 B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4월 B조합 추진위원회와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과정에서 조합 측은 ‘2021년 말까지 설립인가를 받지 못하면 납부금 전액을 환불할 것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약정이 기재된 안심보장증서를 내줬다. 이후 조합은 2021년 10월 설립인가를 받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씨는 환불보장 약정이 총회 결의를 얻지 않아 무효일 뿐만 아니라, 조합 측이 전체 사업구역 중 97%의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것처럼 안심보장증서에 기재해 속였다며 조합 가입계약 취소와 함께 분담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A씨는 조합 가입 이후 2021년 4월 2500만원, 7월 4000만원, 11월 3840만원 등 모두 1억여원의 분담금을 낸 상태였다.
1ㆍ2심은 모두 “분담금의 회수 가능성은 조합 가입계약 체결에서 중요한 고려요소로, 계약 체결 당시 조합으로부터 환불보장 약정이 무효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고지받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환불보장 약정이 유효하다고 믿고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것은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고, A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게 1ㆍ2심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환불보장 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조합원이 ‘환불 가능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합 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선행행위를 했다면, 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분담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모순행위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조합이 설립인가를 받음에 따라 환불보장 약정에서 정한 환불 조건은 성취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됐다”며 “그 이후에도 A씨는 분담금 환불을 요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분담금 중 적지 않은 금액을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은 A씨의 분담금 납부행위를 통해 A씨가 환불보장 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합 가입계약 유지를 원한다고 신뢰해 이를 바탕으로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런 조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조합이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사업 재원으로 사용되는 조합원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된다”며 “만약 분담금 반환으로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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