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한상준 기자] 대한민국의 아파트 설계는 오랫동안 남향 중심의 배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4베이 구조 아파트도 있지만 대부분 3베이 구조로 설계돼 어느 아파트든 북향 방이 존재한다. 북향 방은 햇볕이 들지 않아 춥고, 습기도 많아서 곰팡이가 쉽게 발생한다. 또한, 겨울철에는 거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냉기가 심해 전기장판 등 보조 열원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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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주택의 3베이 평면도(홈앤홈 홈페이지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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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향에 따른 일조량 |
겨울날 남향 창을 통해 유입되는 태양복사는 실내 온도를 2~4℃ 이상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보일러 가동 시간을 줄이는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으로 이어진다. ‘일사량(solar gain) 확보’가 곧 겨울철 난방 에너지 소비 및 열효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북향에 배치된 방은 직사광 유입이 거의 없고, 확산광에 의존하기 때문에 △실내 표면온도 저하 △복사 냉감 증가 △보일러 의존도 상승 △동일 설정온도에서도 체감온도 저하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
특히 온돌 난방 구조에서는 바닥의 표면온도가 열 쾌적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열 전달 효율이 떨어질 경우 거주자는 설정온도를 더 높이게 되고 이는 곧 에너지 과소비로 이어진다. 북향 방의 문제는 단순히 ‘추운 느낌’이 아니라 열 전달 메커니즘 자체의 비효율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열쇠는 ‘열을 얼마나 빠르고 균일하게 보내는가’이다.
최근 건축설비 분야에서 주목받는 대안 중 하나로 ‘열전도판(heat spreader plate) 적용’을 꼽을 수 있다. 열전도판은 난방 배관 위 또는 하부에 설치되어 발생한 열을 바닥 전체로 빠르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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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소재다. 알루미늄은 열전도율이 약 200~235W/m·K 수준으로, 일반 몰탈보다 수십 배 높은 열 확산 능력을 가진다. 이로 인해 △바닥 전체가 고르게 따뜻해 표면 온도 균일화 △예열 시간 감소로 설정온도 하향 △체감온도 상승으로 보일러 온도 낮춤 가능 등의 효과가 있다. 따라서 열전도판은 난방 시스템의 전달 구조 개선의 기술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열전도판의 가치는 일사 보조열이 없는 공간에서 극대화된다. 남향의 거실 및 방은 태양복사로 일정 부분 보완되지만, 북향 방은 오직 설비 성능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사 조건이 불리할수록 열 전달 성능이 난방 품질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열전도판은 설계 패러다임을 보완하는 현실적인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 중립 시대, 난방은 ‘생산’보다 ‘전달’의 경쟁
정부의 건물 에너지 정책이 강화되면서 난방 기술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강하게 가열하는가’가 관건이었지만 최근에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하는가’가 중요하다. 특히 열 손실을 줄이고 저온 난방을 구현해야 하는 제로에너지 건축 환경에서 바닥의 열 확산 기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저온수 난방 확대, 히트펌프 보급 증가, 고단열 주택 확산 등의 최근 추세에서 열의 빠른 전달 능력은 곧 에너지 성능을 좌우한다.
공동주택 난방 설계의 다음 단계
대한민국 아파트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단열과 시공 품질을 갖추고 있다. 이제는 ‘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열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서 경쟁력이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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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시 석성산 자락에 위치한 H아파트 |
이러한 가운데 경기도 용인시 석성산 자락에 위치한 H아파트에서는 북향임에도 따뜻하고 쾌적한 생활을 이어가는 입주민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아파트 4층에 거주하는 주민은 “처음 이사 올 때 전 집주인이 열전도판을 깔아두었다고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난방비가 절반 이하로 줄어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아파트 다른 세대의 겨울철 난방비가 40만~60만 원대에 이르지만, 이 집은 보통 10만원대이고, 최고 30만원대였다. H아파트의 전체 평균 난방비는 9만4000원인데 비해 해당 세대는 4만4000원으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또한, 동일면적에서 평균 열에너지 비용은 5만6000원인데 해당 세대는 1만6000원으로 크게 낮았다. 기자가 남향과 북향 방의 온도를 재어보았더니 북향 방과 남향 방의 온도가 19.7℃로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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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북향 공간의 난방 비효율을 기술로 극복하는 시도는 공동주택 설계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열전도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닥 아래에 설치되지만, 그 효과는 거주자의 체감 온도와 에너지 비용에서 드러난다. ‘일사 조건’이라는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 공동주택 난방의 미래는 열 전달 혁신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상준 기자 news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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