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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산속에 뚫린 120m ‘거대 깔때기’… 부산신항 배후단지 ‘욕망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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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2-13 06:00:48   폰트크기 변경      
부산항신항 북컨2단계 항만배후단지 조성공사

욕망산 정상부터 지하까지 뚫려있는 수직터널의 모습, 지름 10m, 길이는 120m에 달한다./사잔=Dl이앤씨 제공

[대한경제=안재민 기자] “욕망산 제거 공사는 단순히 산을 깎는 토목공사가 아닙니다. 최고 높이 150m에 달하는 욕망산을 평지로 만들어 축구장 75개 면적의 배후단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여기서 발생하는 약 4000만㎥의 석재를 신항 개발에 투입하는 국가 자원순환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9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안골동에 위치한 ‘욕망산 제거 공사(1차)’ 현장. 취재진을 맞이한 김병우 DL이앤씨 부산항 신항 북측 컨테이너부두 2단계 항만배후단지 현장 소장은 욕망산 제거 공사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부산항만공사(BPA)가 발주한 이 공사는 사업비 7825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공사다. 2021년 입찰 당시 내노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현장사무소에서 차량을 타고 산 정상에 올라서자 밖에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지름 10m의 거대한 ‘수직터널’이 눈앞에 펼쳐졌다. 산의 외벽 능선은 그대로 둔 채 내부 중앙부터 수직으로 파 내려가는 ‘산정형(Crater) 공법’이 적용된 덕분이다. 통상 산을 깎을 때는 옆면부터 깎아 들어가는 ‘계단식’을 쓰지만, 욕망산은 산의 테두리(능선)를 남겨두고 가운데부터 수직으로 파 내려가는 ‘산정형 공법’을 택했다.

김 소장은 “산정형 공법은 깊게 파인 분화구 형태 자체가 거대한 방음벽이자 방진벽 역할을 한다”며 “발파 진동과 소음이 내부에서 굴절되어 소멸하고, 비산먼지 역시 구덩이 안에서 잡히기 때문에 인근 마을의 환경 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우 DL이앤씨 부산항 신항 북측 컨테이너부두 2단계 항만배후단지 현장 소장이 산정형 및 RBM 공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안재민 기자


산정형 공법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키는 1등 공신은 ‘RBM(Raise Boring Machine)’이다. RBM은 수십여 개의 강철 칼날이 장착된 헤드를 회전시켜 단단한 암반을 뚫어내는 대형 특수 장비다.

RBM을 활용하면 석산 상부에서 아래로 파내려가는 대신, 먼저 지하 120m 지점에 지름 0.3m의 가이드 구멍(Pilot Hole)을 관통시킨 뒤 그 통로를 따라 아래에서 위로 헤드를 끌어올리며 굴착하는 ‘역방향 공법’을 사용한다. 기존 하향식 방식은 굴착 시 발생하는 석재를 상부로 다시 퍼 올리고 터널 벽면을 지속적으로 보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반면 RBM은 아래에서 위로 파 올라가는 구조 덕분에 굴착된 석재가 중력에 의해 지하로 자연스럽게 쏟아진다.

무엇보다 이 공법은 굴착 속도가 빠르고 인력 투입을 최소화해 안전한 특징이 있다.

김 소장은 “RBM은 굴착 과정에서 기계에 가해지는 압력이 너무 높으면 칼날(커터)이 손상되고, 너무 낮으면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며 “수십 미터 아래에서 위로 치고 올라오는 작업 특성상 완벽한 수직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DL이앤씨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RBM 활용 역량을 바탕으로 하향 굴착 방식에 필요한 기간 대비 30% 이상 단축한 7개월만에 터널 굴착을 마쳤다”고 덧붙였다.

RBM 공법 역량은 양수발전 건설 시장을 공략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양수발전은 전력이 남을 때 하부의 물을 상부로 끌어올렸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떨어뜨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이에 상부 저수지와 하부 저수지를 잇는 핵심 통로인 수직 수로(Penstock)가 필요한데 이 수로를 건설하는데 RBM 공법이 쓰인다. 지하철, 철도 등의 대심도 철도에 필요한 환기구 건설 등에도 RBM 공법은 필요하다.

지하 120m 지점에서 욕망산 정상까지 뚫려 있는 수직터널 모습/사진=DL이앤씨 제공


DL이앤씨는 욕망산 제거 공사를 통해 RBM 실적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부산 신항 개발과 진해 신항 매립 사업에도 기여하고 있다.

욕망산 속에는 약 2800만~3000만㎥ 규모에 달하는 모암 상태의 석재가 매장돼 있다.

이를 발파해 파쇄하면 부피가 팽창하는 성질(토량환산계수 L값)에 의해 약 4000만㎥의 석재 자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생산된 석재들은 부산신항과 진해신항 개발에 공급된다.

욕망산 제거 현장, 모암에서 발파된 석재들은 부산신항 및 진해신항 개발사업에 투입된다. 사진=안재민 기자


특히 향후에는 RBM 수직갱에서 내려온 석재를 바로 트럭으로 공급하는 컨베이어 벨트 자동화 시스템이 하부 터널에 도입될 예정이다.

컨베이어 벨트가 가동되면 수천대의 덤프트럭이 가파른 산길을 오가며 돌을 실어 나르는 대신, 지하에 설치된 벨트를 통해 석재를 매립지까지 쉼 없이 이동시킬 수 있다. 운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기상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상시 공급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김 소장은 “하부 터널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고 절토 공정이 심화되면, 석재 채취를 위한 작업 면적도 현재보다 대폭 넓어질 것”이라며 “단순한 석산 제거 공사를 넘어 대한민국 항만 인프라의 기초를 다진다는 사명감으로, 마지막 석재 한 알까지 안전하게 반출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욕망산 지하에 위치한 하부 터널, 향후 공정이 진행되면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사진=안재민 기자 


안재민 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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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안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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