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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부동산 신화의 한복판에서, AI 시대의 제조업을 택한 사람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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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2-12 12:53:51   폰트크기 변경      
이두삼(디에스스팀과학 대표 / 한국건강연구소장)

이두삼(디에스스팀과학 대표 / 한국건강연구소장)

나의 인생 시계는 올해로 예순일곱을 가리키고 있다. 그중 45년이라는 긴 세월을 쇳가루 흩날리는 산업의 최전선에서 보냈다. 세상 사람들은 나를 그저 평생 기계와 씨름하며 살아온 투박한 제조업자로 기억할지 모른다. 허나 내 가슴 깊은 곳에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영광과 오욕, 그 파란만장했던 명암이 고스란히 나이테처럼 새겨져 있다.

아홉 살 되던 해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에게마저 버림받은 소년은 할머니 품에서 머슴처럼 일해야 했다. 소여물을 끓이다 문득 ‘내 처지가 저 소만도 못하구나’라는 비참함이 사무쳐, 열 살 무렵 무작정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영등포 빵 공장의 쓰레기통을 뒤져 빵 찌꺼기로 허기를 달래던 그 소년이, 열세 살부터 공장 귀퉁이에서 야스리질을 배우며 ‘공돌이’로서의 삶을 시작했으니, 이것이 내 거친 인생의 첫 번째 장이었다.

가난은 그림자처럼 끈질겼다. 결혼 후, 아들의 병원비와 생활고가 목을 조여오던 스물여섯의 어느 날, 신문 귀퉁이의 광고 한 줄이 내 운명을 뒤흔들었다. “한 달 수익 5천만 원에 도전하라.” 109명 중 단 9명만이 살아남는다는 그 처절한 생존 경쟁을 뚫고 부동산 업계에 발을 들인 순간, 내 인생의 항로는 전혀 다른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욕망의 용광로, 그 한복판에서

1986년, 나는 올림픽 훼밀리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생애 첫 번째 기적을 쏘아 올렸다. 당시 300만 원짜리 어음을 담보로 가까스로 융통한 100만 원이 내 전 재산이었다. 나는 이 초라한 종잣돈으로 남들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나는 단순히 아파트를 파는 세일즈맨에 머물지 않았다.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현장을 누비며 정보를 수집했고,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상가 분양 정보와 유찰된 물건의 숨은 가치를 분석해 고객에게 제시했다. 치밀한 분석으로 가치를 증명해 보이자 계약은 폭발적으로 쇄도했다. 입사 3개월 만에 수령한 수당만 4,700만 원. 당시 은마아파트 한 채 값을 훌쩍 넘어서는 거금이었다. 업계는 나를 일컬어 ‘부동산 천재’라 추켜세웠고, 나는 5개월 만에 독립하여 거침없이 승승장구했다.

강남의 이른바 ‘큰손’으로 불리게 되자, 웃지 못할 촌극도 겪어야 했다. 완도에 사업차 머물던 중 청와대 특수수사대에 긴급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된 것이다. 내가 거래에 사용했던 고액 수표가 엉뚱하게도 대학 부정입학 뇌물 자금과 연루되었다는 혐의였다. 나는 혹여나 무고한 이들에게 불똥이 튈까 염려되어 끝까지 굳게 입을 다물었고, 철저한 조사 끝에 마침내 혐의를 벗고 풀려날 수 있었다. 당시 수사관들조차 나의 우직한 의리에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찔했던 사건은 세간에 “청와대와 끈이 닿은 거물”이라는 소문으로 번지며 내 사업을 더욱 뻗어나가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 조작된 신화, 그리고 뼈아픈 각성

그러나 그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서, 나는 정부가 설계한 거대한 모순을 목격하고 있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은 88올림픽과 86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막대한 재원이 절실했다. 선수촌과 훼밀리아파트를 기부금 제도로 분양하려 했으나,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선호하던 시절이라 미분양 사태가 속출했다.

정부가 택한 해법은 교묘했다. 해당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인정과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투기 억제책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이곳이 바로 돈이 되는 땅”이라는 국가 공인 보증수표를 발행해 준 셈이었다. 정부의 의도대로 전국의 유동 자금이 불나방처럼 몰려들었고,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값이 천만 원씩 치솟았다. 그날 이후, 대한민국은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 대신 부동산 불로소득을 쫓는 ‘투기 공화국’으로 변질되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지하자원 하나 없는 이 척박한 땅에서 국가의 자본이 생산적인 곳이 아닌 부동산 블랙홀로만 빨려 들어가는 현실. ‘아시아의 용’이라 불리던 한국 경제가 서서히 활력을 잃고 늪 속의 미꾸라지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부동산이라는 업(業)에 깊은 회의와 환멸을 느꼈다.

#### 다시 땀의 현장으로: ‘수출 역군’의 자부심

나는 부동산으로 벌어들인 돈을 들고 다시 기름 냄새, 땀 냄새가 진동하는 현장으로 돌아왔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정직한 기술로 돈을 벌어보자.” 그것이 내가 제조업을 택한 이유였다.

맨땅에 헤딩하듯 일본의 거대 기업 샤프(Sharp) 사의 문을 두드렸다. 번듯한 공장 설비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였지만, “오더만 주신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겠다”는 배짱, 그리고 기술에 대한 확신 하나로 승부를 걸었다. 여관방에서 기술자들과 합숙하며 30일 만에 기적처럼 샘플을 완성해 일본으로 보냈을 때,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의 임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것이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나는 까다로운 일본을 넘어 미국 디트로이트,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를 비롯해 중국과 태국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우리 기술로 빚어낸 기계와 금형을 팔았다. 남들이 안방에 앉아 부동산 투기로 손쉽게 돈을 불릴 때, 나는 거친 해외 시장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 역군’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텼다. 숱한 실패와 연쇄 부도, 뼈아픈 사기 속에서도 내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단 하나였다. 내가 땀 흘려 만드는 것은 언젠가 꺼질 허상이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진짜 가치’라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러한 도전 정신은 20여 년 전, 헬스·웰니스 산업으로 이어졌다. 나는 중국에 족욕기 등 건강 제품을 수출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직접 개발한 '산소사우나' 시스템을 통해 힐링센터를 운영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이 산소사우나 기술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로 본격적인 수출길에 오르고 있다.

#### 부동산 투기는 왜 나라를 망하게 하는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의 실체가 바로 이것이다. 기업에 투자된 1억 원은 공장을 돌리고, 제품을 생산하며, 일자리를 창출하여 몇 배의 부가가치를 낳는다. 그러나 아파트 투기에 묶인 1억 원은 호가만 부풀리는 ‘죽은 돈’일 뿐이다. 나라 전체의 혈액인 자금이 부동산이라는 동맥경화에 막히면, 기업은 투자 여력을 잃고 경제는 활력을 상실하여 서서히 괴사한다.

사회적 병폐는 더욱 심각하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부동산은 오직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었다. 돈이면 다 된다는 비뚤어진 생각, 돈벌이만 잘하면 어떤 비도덕적인 짓을 해도 용서받는 천박한 사회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과정은 철저히 생략된 채 결과만 좇는 근시안적 안목과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면서, 뼈 빠지게 일해 월급 몇 푼을 손에 쥐는 성실한 노동의 가치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젊은 청년들에게 꿈이 없는 나라, 이것이 지난 40년간 부동산 투기가 그려낸 대한민국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 부동산 불패 신화는 왜 끝날 수밖에 없는가

첫째, 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덮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738만 명에서 2040년 2,852만 명으로 약 24퍼센트나 급감한다. 부동산 가격을 떠받쳐온 가장 근본적인 기둥인 수요 인구가 구조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글로벌 경제가 실물 기술 경쟁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략 산업의 자국 생산 강화, 그리고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 속에서 자산 거품에 기댄 경제 모델은 필연적인 붕괴의 수순을 밟는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에게 보내는 서늘한 경고다.

그러나 내가 부동산 불패 신화의 종말을 확신하는 가장 결정적이고도 근원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달이 가져올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의 도래다.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길은, 직접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선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향후 3년에서 10년 이내에 화폐의 전통적 가치 체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이라 예견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 노동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게 되면, 인류가 수천 년간 겪어온 경제적 갈등의 뿌리인 ‘자원의 희소성’ 자체가 본질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특이점의 시대에는 의식주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뀐다. 로봇이 24시간 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물자를 무한히 생산하는 세상에서 소유권에 기반한 기존의 부동산 가격 체계는 그 존립 근거를 상실한다. 지금 우리가 겪는 부동산 가격의 구조적 재조정은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과도기적 숙명이다. 과거처럼 ‘버티기’로 이길 수 있는 판은 끝났다.

#### 경제의 '동맥경화'를 치유하는 대수술, 그리고 새로운 도약

늘 위기 속에 기회가 잉태되는 법이다. 현 정부의 리더십은 정확히 '국민의 삶'과 '미래'라는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다. 진정으로 이 나라가 병든 곳이 어디인지, 미래의 대한민국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과감히 도려내야 하는지 명확히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강력한 부동산 개혁은 바로 우리 경제의 혈맥을 꽉 막고 있는 '동맥경화'를 치유하는 일이다. 이 대수술을 해내지 못하면 국가 경제가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지도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결단을 내리고 있다. SNS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돌파구를 열고, 장관들을 독려하며 국정을 이끌어가는 모습은, 마치 기업 총수들이 피 튀기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절체절명의 사명감으로 뛰는 모습과 겹쳐 보인다. 그 역동적이고 치열한 일하는 방식 또한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공감한다.

이번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시장을 억제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다가올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 앞에서, 우리 경제가 거품과 함께 공멸하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미리 방파제를 세우는 선제적 대응이다. 지금 우리는 한때 '아시아의 용'이라 불렸던 대한민국이 다시금 거대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르기 위한 뼈아픈 대수술의 한복판에 서 있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내 한 몸을 태워서라도 대한민국을 살려내겠다는 그 진정성 어린 대수술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아니, 기필코 성공하여 'K-정치' 역시 국제 사회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우리 국민 모두가 깊은 자부심을 느끼는 건강한 사회가 도래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제 낡은 신화와 작별을 고하고, 땀과 기술의 가치가 온전히 존중받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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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박흥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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