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권해석 기자]금융당국이 코스닥 부실기업의 상장폐지 요건에 나선 이유는 부실기업에 적기에 퇴출되지 않으면서 전체 코스닥 지수 상승을 억누르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가 코스닥 3000포인트 달성을 제시한 상황에서 부실기업을 계속 안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코스닥 시장에는 1353개사 신규로 상장했지만, 퇴출된 기업은 415개에 그쳤다. 매년 70개 가까운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지만 상장폐지되는 기업은 연간 20개 내외에 그쳤다. 지난 2023년에는 한 해 동안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이 8건에 불과했다.
들어오는 기업에 비해 나가는 기업이 적다 보니 시가총액 증가에 비해 지수 상승 폭은 제한적인 상황이 지속됐다. 지난 20년간 코스닥 시총은 8.6배 늘었지만, 코스닥 지수는 1.6배 상승에 불과했다.
코스닥 시장의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솎아낼 필요가 있고, 상장폐지 기준에 주가 1000원 미만 기준을 도입한 배경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166개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55개 종목의 주가가 1000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상장폐지 기준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상장폐지 세부 절차도 강화했다. 지금은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이나 누적 30거래일 간 시가총액 기준을 밑돌면 상장폐지가 된다. 이를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간 시총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바로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이는 동전주 상장폐지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현재 150억원인 코스닥 시가총액 상장폐지 요건이 내년에 200억원으로 상향되는 이를 오는 7월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도 부실 코스닥 상장 기업의 신속 퇴출에 초점을 맞춘 조치다.
이와 함께 사업연도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때만 상장폐지 요건이 되는 기준에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을 추가하고, 공시위반 상장폐지 기준은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5점 누적에서 10점으로 내린다. 중대하거나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단 한 차례 위반해도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여기에 상장폐지 심사 절차도 줄인다. 지금은 코스닥 실질심사 기업에 주는 최대 개선기간이 1년6개월인데, 이를 1년으로 단축한다. 또,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이 길어져 퇴출이 늦어지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법원 등과도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기업은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한국 장외주식시장)에서 6개월간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금투협은 올해 1월에 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했다. 상장폐지된 기업이 개선된 성과를 내면 상장폐지부에서 K-OTC 정식 종목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달부터 오는 7월까지 코스닥본부 담당 부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상장폐지 집중관리단 구성하고 상장폐지 진행 상황을 밀착 관리하기로 했다. 올해 거래소 경영평가에 코스닥본부는 집중관리기간 실적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부실 상장기업은 정리를 하는 것이 시장 건전성이나 투자자 보호에 필요하다고 봤다”면서 “시장이 신뢰를 받고 건전해지면 주가지수에도 반영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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