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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SK하이닉스 경영성과급은 임금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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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2-12 14:43:22   폰트크기 변경      
퇴직자들 패소 확정… “회사에 지급의무 없어”

“근로 제공과 직접ㆍ밀접한 인과관계도 없어”

삼성전자 퇴직금 소송과 같은 법리 적용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SK하이닉스가 매년 생산량이나 영업이익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경영성과급은 퇴직금 산정 기준인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사합의에 따라 경영성과급이 지급됐다는 이유만으로는 회사 측의 지급의무를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 등 근로자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면 근로 대가성이 없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대법원이 연달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 관련 분쟁 등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12일 A씨 등 SK하이닉스 퇴직자 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SK하이닉스는 1999년부터 생산직 노동조합과 해마다 경영성과급 지급 여부와 기준, 지급률 등을 합의해왔다. 2007년부터는 ‘생산성 격려금(Productivity Incentive, PI)’과 ‘이익분배금(Profit Sharing, PS)’이라는 이름으로 경영성과급이 지급됐다.

다만 지급 기준은 매년 노사합의 때마다 차이가 있었다. PI는 반기마다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데, 생산량 목표 달성률 등에 따라 차이가 났다. PS는 영업이익 발생 구간별로 지급률을 달리 정하거나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원을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회사 측은 A씨 등이 퇴직할 때 이런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한 채 퇴직금을 지급했다. 평균임금은 근로자가 3개월간 실제로 지급받은 임금의 1일 평균치로, 근속 1년마다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어 평균임금이 늘면 퇴직금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에 A씨 등은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해당한다’며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다시 산정한 퇴직금과 이미 지급한 퇴직금의 차액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1ㆍ2심은 모두 “경영성과급은 임금으로 볼 수 없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경영성과급 지급 근거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명시되지 않아 노사합의 등에 따라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 근로자의 근로제공 자체와 직접적이거나 밀접하게 관련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였다.

A씨 등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대법원은 회사 측에 취업규칙, 단체협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경영성과급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연도별 노사합의의 효력은 해당 연도에 한정되고, 회사가 경영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경영성과급에 관한 노사합의를 거절할 수 있었다”며 “경영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일정 액수ㆍ비율의 경영성과급을 계속해 지급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단체협약에 의해 경영성과급을 계속적ㆍ정기적으로 지급할 의무가 지워져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매년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관행이 규범적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대법원은 “PS 등 영업이익에 따른 경영성과급은 근로자들의 근로 제공과 직접적이거나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영업이익이나 EVA 발생 여부와 규모는 근로자들의 근로 제공뿐만 아니라 회사 자본과 지출 규모, 비용 관리,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다른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며 “실제 지급률은 연봉의 0~50%까지 큰 폭으로 변동했는데, 근로자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양과 질이 이 같이 평가될 정도로 크게 달랐다고 볼 사정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은 회사 측에 지급의무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지급의무가 근로 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비슷한 취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같은 법리에 따라 사업 부문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목표 인센티브’는 임금으로 판단한 반면, EVA 발생 여부와 규모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 인센티브’는 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노동사건 전문가인 A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금액의 규모를 떠나, 한마디로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돈이 모두 임금은 아니라는 의미”라며 “예를 들어 취업규칙 등에 따라 지급하더라도, 회사 이익이 났을 때만 지급하는 경영성과급은 회사에 지급의무가 있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법원이 연달아 명확한 기준을 내놓은 만큼 기업들이 성과급 지급 구조를 만들 때 강력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결국 회사마다 지급 여건이 다른 만큼 임금 해당 여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따져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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