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엔비디아 파격 연봉 내걸고 공개 구애…HBM·AI 설계 인력 타깃
삼성·SK 보상 체계 대수술하며 수성전…인력난 심화에 팹리스는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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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X’ 계정 캡처.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의 반도체 엔지니어를 겨냥해 유례없는 채용 공세를 펼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단순한 인력 충원을 넘어 AI 반도체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핵심 브레인’ 선점 경쟁이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지난 16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엑스(X) 게시글이다. 머스크는 태극기 이모티콘을 곁들이며 “한국에서 반도체 설계·제조·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라면 테슬라에 합류하라”고 이례적인 공개 채용 공고를 올렸다. 삼성전자와 대규모 파운드리 계약을 맺은 테슬라가 설계부터 생산까지 자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인재를 점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비단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경력직 고대역폭메모리(HBM) 엔지니어에게 연봉 25만 달러(약 3억6000만원)와 거액의 주식 보상을 제시하며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브로드컴과 마이크론 역시 수억 원대 연봉을 내걸고 서울 주요 대학 캠퍼스에서 직접 면접을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유독 한국 인재에 열광하는 이유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커스텀 HBM(cHBM)’ 시장 때문이다.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cHBM은 메모리 제조사와 AI 칩 설계사가 초기 단계부터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메모리 구조는 물론 파운드리 공정과 설계 전반을 두루 이해하는 한국 엔지니어는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와 설계를 동시에 아우르는 인력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인재 유출 위기감이 고조되자 국내 대기업들은 파격적인 보상책으로 ‘집토끼’ 단속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기존 기본급의 1000%였던 성과급 상한선을 전격 폐지했다.
삼성전자 역시 상대적으로 낮았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 사업부를 대상으로 추가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주식 기반 보상을 확대하는 등 임직원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직원 평균 보수(연봉)이 전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
한 AI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과 글로벌 빅테크가 동시에 인력을 빨아들이는 구조가 되면 중소 설계사는 신입 채용조차 쉽지 않다”며 “연봉 경쟁을 그대로 따라가기 어려운 만큼 스톡옵션이나 기술 성과 공유 등 차별화된 보상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 관계자는 “설계 인력은 단기간에 양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재 유출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인력 양성·공유 체계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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