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정비사업, ‘리스크 관리’가 성패 가른다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2-24 06:01:07   폰트크기 변경      
법무법인 현의 2026 정비업계 전망

상가 독립정산제 분쟁 속출… 대법원 판단 촉각

공사비 분쟁 날로 격화… 정교한 계약 설계 필수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올해 정비사업 시장은 제도 해석을 둘러싼 법적 논쟁과 건설 원가 급등에 따른 공사비 갈등이 겹치며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법무법인 현은 최근 정비업계의 핵심 쟁점으로 ‘상가 독립정산제’의 유효성 논란과 시공사 중심의 수주 전략 변화, 공사비 증액 분쟁 등을 꼽았다. 현은 현재 전국 200여개 정비사업 현장에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단연 상가 독립정산제다.

과거 재건축 사업에서는 상가 소유자들이 사업 기간 중의 영업 손실 등을 이유로 동의율 확보에 큰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조합이 상가 소유자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주거나, 상가 부분 사업비를 별도로 정산하는 ‘독립정산제’ 합의를 체결하는 방식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사업 초기 체결된 합의가 사업 여건 변화 등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관련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하급심 판결도 엇갈리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조합원 간의 자율적 합의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존중돼야 한다는 판결이 있는 반면, 상가 조합원에 대한 주택 분양은 도시정비법상 강행규정에 해당하는 데다 합의 내용이 정관의 본질적 부분이라면 총회 의결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판결도 있다.

정비업계는 대법원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사업을 지연시키기에는 금융비용과 시장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이에 신규 사업장에서는 합의서 내용을 더욱 구체화하고, 법적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하는 추세라는 게 현의 설명이다.

정비업계 최고의 전문가인 안광순 변호사(사진)는 “앞으로 대법원에서 큰 방향을 제시해 주겠지만, 대법원 판결이 모든 개별 사업장의 특수성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며 “결국 정비사업의 성패는 조합원 간의 이해관계를 얼마나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조율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례의 큰 틀 안에서, 조합원 간의 형평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 조합의 실정에 맞는 합의를 도출해내는 노력이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시적으로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건설 원가 상승이 업계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먼저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 호황기에는 건설사들이 외형 확장과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묻지마 수주’ 경쟁을 벌였다면, 최근에는 고금리 기조와 PF 시장 경색, 원가율 상승으로 수익성 확보가 불투명해지면서 리스크 관리 중심의 ‘선별 수주’ 기조가 뚜렷해졌다.

조합 입장에서는 시공사 간의 경쟁을 통해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어려워진 셈이다. 사업성ㆍ입지ㆍ분담금 수준 등이 명확히 담보되지 않으면 입찰 자체가 무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게다가 기존 사업장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원자재 자격과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 증액 요구가 이어지고, 협상 결렬로 착공이 지연되는 사례도 속출한다. 일부 현장에서는 법원이 사업 지연의 귀책사유가 시공사에 있다고 판단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나왔다.

안 변호사는 “공사비 증액 요구가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며, 시공사 역시 무리한 요구에 따르는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정비사업 시장은 이 같은 기조가 더욱 고착화되면서 공사비 갈등이 저성장 시대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의 분석이다. 결국 사업 초기 단계부터 현실적인 공사비 책정과 물가 변동에 따른 위험 분담 방안을 계약서에 정교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코디네이터 파견 등 공적 개입도 확대되고 있지만, 복잡한 민사상 계약 분쟁의 본질까지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정비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도시정비법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자문 역량을 갖춘 법률 전문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이승윤 기자
leesy@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