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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S 2026에서 공개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사진: 연합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한국은 공장 내 로봇 활용 밀도가 노동자 1만명당 1012대로 세계 1위인 나라다. 로봇산업의 외연도 휴머노이드, 자율이동 로봇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핵심 부품 가격 경쟁력과 안전 인증 체계, 대량 생산을 뒷받침할 물량 확보 등에서 삼중 병목에 빠져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이 25일 발간한 ‘모빌리티 인사이트’ 2월호에 수록된 산학연 전문가 좌담회에서다. 국내 산학연 전문가 6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자동차와 로봇 기술의 접점이 넓어지고 있지만, 한국이 이 기회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1월 CES 2026에서도 확인됐듯 완성차 기업들의 로봇 사업 행보는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신형 아틀라스를 공개했고,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에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이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비테크 로보틱스가 휴머노이드 ‘워커(Walker) S’를 니오(NIO) 생산라인에 실제 투입했다. 고출력 모터와 배터리, AI 기반 인지ㆍ판단 기술, 통합제어 소프트웨어 등 자동차와 로봇이 공유하는 기술 영역이 넓어지면서, 자동차산업의 기술 자산이 로보틱스라는 새로운 영역과 결합하는 흐름이다.
그러나 좌담회에서는 이 흐름을 따라갈 한국의 산업 기반이 충분한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부품 가격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조성준 HL로보틱스 책임은 “중국산 로봇 모듈은 700W급 모터 기준으로 구동장치, 감속기, 브레이크 포함 100만원 이내”라고 짚었다. 강대오 iVH 대표도 “모터 한 개가 수만원, 드라이버 포함해도 15만원 후반대인데 국내에서는 이 가격대 부품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경준 한국AIㆍ로봇산업협회 본부장은 구조적 문제가 이런 격차를 만들었다고 봤다. 그는 지난해 말 중국 대표 로봇 기업 ‘시아순’(SIASUN) 방문 경험을 전하며 “완성 전 시제품인데도 이미 판매가 끝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기업이 시제품 단계부터 구매하고 정부가 리스크를 뒷받침하는 반면, 국내는 ‘검증된 외산 부품’을 선호하는 보수적 선택이 국산 생태계 성장을 막고 있다는 진단이다.
안전 인증 체계의 미비도 걸림돌이다. 신수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이동로봇성능연구센터장은 “자율이동하거나 사람과 협업하는 로봇이 늘면서 접촉 사고에 대한 안전 기준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고 했다. 최형진 AI모션제어연구센터장은 “자동차산업에서는 시스템이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하지 않는지까지 검증하는 ‘의도 기반 안전’으로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며 “로봇도 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장과 현장의 간극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경준 본부장은 “2000년대 초반 혼다와 도요타의 휴머노이드가 세계적 화제를 모았지만 생산 현장의 벽을 넘지 못한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강대오 대표는 “제조 현장에서 중요한 건 장시간 멈추지 않는 내구성과 신뢰성”이라며 “실제로 국내 AMR 업계가 성능 검수를 통과하지 못해 대금을 받지 못하고 탈락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안으로는 복수의 전략이 제시됐다. 이경준 본부장은 “당장 현장에 쓸 수 있는 실무형 로봇부터 확산하고 휴머노이드는 중장기로 병행하는 ‘투 트랙’이 필요하다”면서 “국방ㆍ의료 등 신뢰성이 최우선인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먼저 국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선택과 집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형진 센터장은 “디지털 트윈이나 생성형 AI로 하드웨어 격차를 소프트웨어로 보완하는 접근도 유효하다”고 했다.
좌장을 맡은 오세훈 DGIST 교수는 “신뢰는 쇼케이스용 로봇처럼 하루를 위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검증하고 써주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며 “전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로봇이 아니라 공장에서 실제로 쓰이며 인정받는 로봇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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