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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8만5000가구 신속착공 발표회'에서 서정숙 청량리8구역 조합장이 대표 전달한 정비사업장들의 탄원서를 전달받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85개 핵심공급 전략사업 조합장이 참석해 이주비 대출 규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 정부 규제로 인한 사업 추진의 어려움과 피해상황 등을 담은 탄원서를 시에 제출했다. 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현장은 퇴로가 막힌 전쟁터입니다. 주택을 공급하겠다면서 정작 주민을 ‘투기꾼’ 취급하며 벼랑 끝으로 모는 이 규제를 제발 풀어주십시오”
서정숙 청량리제8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은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정부 규제로 인한 참담한 현장의 피해 상황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하며 이같이 호소했다.
지방정부인 서울시가 이날 이주비 대출융자와 정비사업장 ‘8만5000호’ 조기 착공 방안을 발표하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중앙정부가 민간주도 정비사업 진행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시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테이블에 오른 117개 정비구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5곳이 지난 ‘10.15 규제’로 인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구역의 가장 큰 고충은 단연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이다.
보통 20년 가까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정비사업 과정에서 모든 조합원이 끝까지 지위를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고령화로 인한 소득 절벽, 병원비 마련, 노후자금 확보, 자녀 교육 등 집을 팔아야 할 사유는 도처에 널려 있다. 통상 사업 기간 중 약 30%의 ‘손바뀜’이 발생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 전역에 지위양도 제한 규제를 걸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다.
합리적 이유로 조합을 나가야 할 사람들의 발을 묶어버리자, 이들이 조합 내 갈등의 핵심 세력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을 팔고 나가지 못한 조합원들은 분담금 부담 등을 이유로 ‘비대위’를 결성하는 등 사업 추진 자체를 방해하는 ‘부메랑’이 됐다.
서 조합장은 “집을 사도 조합원 지위를 승계 받지 못하는데 누가 집을 사겠느냐”며 “당장 가계 자금은 급한데 집은 못 팔고 대출까지 막혔다. 이건 투기 억제가 아니라 서민의 생활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없이는 이주비 부족에 따른 사업 중단 위기도 현실화 됐다. 현재 서울시 내 4개 구역(1900호 규모)은 시공사로부터 자금 조달 불가 통보를 받고 사실상 멈춰 섰다. 시공사의 지급보증 한도가 한계치에 도달하면서 ‘셧다운’ 사업장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진단이다.
이에 서울시는 강남 4구 외에 새롭게 규제로 묶인 21개 자치구 정비구역을 ‘규제보다 정비가 시급한 노후 주거지’로 규정했다. 선의의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에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을 한시적(3년)으로 완화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이번 ‘정비사업 추진 정상화 방안’은 정부의 10.15 규제 실책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주비 대출을 사업비 대출로만 전환해줘도 시가 직접 융자에 나설 필요가 없고, 지위양도 제한만 풀어도 조합 내 갈등의 상당 부분은 해소될 문제기 때문이다.
서울 정비사업 조합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현장 혼란에 규제 완화 요청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풀어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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