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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국가유산청이 입법예고한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이 구체화 된 가운데, 서울 도심 정비사업 ‘독소 조항’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사업의 출발(정비계획)부터 마지막 관문(건축허가)까지 이중으로 영향평가를 강제하는 것은 물론, 법적 경계 밖 사업까지 국가유산청장 주관적 판단으로 개입할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26일 정비업계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지난 12일 세계유산 영향평가의 대상과 시기를 구체화한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정비사업의 단계 단계별로 두 번의 영향평가를 받게 한 점이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국토계획법에 따른 영향평가를 마친 뒤에도, 사업 후반부인 건축허가(통합심의 포함) 신청 전에 건축법상 또다시 영향평가 고개를 넘어야 한다. 이미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에 속도를 내던 구역들조차 건축허가 직전에 다시 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중 규제’의 덫에 걸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유산청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직권 평가 요청권’이다. 개정안 제11조의2 제2항에 따르면, 세계유산지구 ‘밖’에서 시행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청장이 세계유산 가치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영향평가 실시를 요청할 수 있다.
기존 문화재 보호를 위한 거리 기준이 무의미해진 셈이다. 일례로 국가유산청장이 “종묘나 의릉의 경관을 해친다”고 판단하면 사업은 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구체적인 거리 기준 없이 모호한 문구로 서울 도심 전역의 정비사업에 개입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종로구에서도 정비사업장에 보낸 공문을 통해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한양도성 주변 역사문화보존지역에 저촉되는 정비구역은 정비계획 수립 전, 사업시행인가 전 세계문화유산영향평가를 이행해야 한다”며 “지구 밖 주변 영향권 정비사업장도 국가유산청이 인정하는 경우 세계유산영향평가 사전검토를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당장 성북구 의릉 주변 15개 정비구역(약 1만2311가구) 등 세계유산 인접지들은 사업 붕괴 수준의 타격이 예상된다. 이미 서울시 심의를 준비하면서 사업성을 맞춰온 조합들은 국가유산청이 정비사업 막판에 추가적 층수 하향이나 설계 변경을 요구하면 사업을 원점으로 돌려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천억 원의 이주비 대출과 사업비가 나가는 상황에서 건축허가 직전의 영향평가는 사업에 치명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가유산청은 이달 27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상반기 중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시 역시 자치구의 의견을 취합하며 대응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한 재개발사업 추진 위원장은 “국가유산청이 설 연휴 기간을 기점으로 재개발 자체를 사실상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수준의 시행령 개정을 기습 입법예고했다”며 “해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들까지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주민 재산권 침해와 지역 발전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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