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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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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판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임문영 상근 부위원장(가운데)과 심승배 국방·안보 분과장(왼쪽에서 다섯번째)을 비롯한 국방·안보 분과위원들과 함께 국방분야 인공지능전환(AX) 가속화를 위한 방산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과기정통부 |
앤트로픽 ‘클로드’와 팔란티어 ‘AIP’ 결합해 작전 수립
KT·삼성SDS·한화시스템 등 국내 IT·방산 기업도 발빠른 행보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미·이란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전될 경우, 전쟁의 판도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AI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미사일·전차·전투기 등 전통 무기체계의 성능 경쟁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정밀하게 통합·분석해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 과정에서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클로드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국방용 AI 플랫폼 ‘AIP 포 디펜스’를 통해 미군 기밀 네트워크 일부에 통합돼 운용돼 왔다.
작동 구조는 이렇다. 위성 사진, 드론 영상, 감청 통신 등 수만 개의 ISR(정보·감시·정찰) 데이터가 플랫폼에 실시간 수집되면, AI는 이를 교차 분석해 적 지휘관의 은신 위치 확률, 주변 민간 시설 존재 여부, 최적 타격 방식 등을 제안한다. 인간 지휘관은 이를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일종의 ‘AI 참모’가 작전실에 배치된 셈이다.
팔란티어는 미 국방부의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을 통해 위성·정찰·감시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 통합·분석하는 체계를 고도화해왔다. 최근에는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를 앞세워 전장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통합하고, 위협 예측과 타격 우선순위 결정을 지원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또 다른 축은 안두릴 인더스트리즈다. 안두릴은 ‘Lattice’ 플랫폼을 중심으로 드론, 감시타워, 무인수상정(USV)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자율 드론 스웜을 통합 운용하는 ‘Menace’ 시스템은 인간 지휘관의 판단 속도를 보조·증폭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전장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집적하고 AI가 이를 실시간 학습·분석해 무인체계를 지휘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전쟁의 본질이 화력전에서 데이터전으로 이동했다”고 평가한다. 전장 클라우드는 단순한 통신망이 아니다. 센서→데이터 레이크→AI 분석→지휘통제(C4I)→타격 체계로 이어지는 실시간 루프를 의미한다. 수만 개 센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초당 수십만 건 단위로 처리해 적의 위치와 위협을 예측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자동 생성하는 구조다. 결국 ‘플랫폼 숫자’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산업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팔란티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KT는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Secure Public Cloud)에 팔란티어 AIP를 통합하며 고보안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했다. 지난해 양사는 프리미엄 파트너십 체결 이후 금융·공공 분야 AX(인공지능 전환) 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며, 국방 영역 확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 전용 5G, 위성통신, 엣지 클라우드를 결합할 경우 ‘한국형 전장 클라우드’의 통신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S는 육군 전술 C4I(ATCIS) 사업과 2차 성능개량 프로젝트를 통해 AI 기반 전장정보 공유 체계를 고도화했다. 드론·로봇과 연동되는 통합 전투체계 경험도 축적 중이다. 기존 시스템통합(SI) 역량에 AI·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해 지휘통제 소프트웨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화시스템 역시 무기체계 SI와 C4I 연동 기술, 사이버전 대응 솔루션을 보유한 대표 방산 IT 기업이다. 자주포·함정·항공 플랫폼에 탑재되는 전투체계 소프트웨어 고도화가 가속화될 경우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LIG넥스원 등 기존 유도무기 체계 기업들도 소프트웨어 비중을 빠르게 높이는 추세다.
전쟁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AI 중심으로 이동한다면, 한국 방산 역시 ‘무기 제조’에서 ‘전투 운영체계 개발’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분석이다. K-방산의 경쟁력이 포탄 사거리나 플랫폼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알고리즘과 네트워크 아키텍처에서 판가름 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국방연구원 심승배 책임연구위원은 “소프트웨어 전쟁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라며 “군 데이터를 분석해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클로드와 같은 AI 모델을 활용해 전시 임무 지원을 받았다는 점은 데이터 기반 AI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전투 관련 데이터는 기밀·민감 정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한 전장 클라우드 내에서 다뤄져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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