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방식, 펀드 일임→출자…130조원 규모 물량
정은경 장관 “중동 지역 리스크 확대…안정적 수익 집중”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가 국민연금이 투입된 주식의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민간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유도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해 국내주식 시장의 기초 체력을 키울 수 있을 거란 기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도 제2차 회의를 열고 작년 기금운용 실적을 포함한 2025년도 국민연금 기금 결산안을 심의·의결했다. 또, 국내주식 위탁운용의 수탁자 책임활동 활성화 방안도 논의했다.
이번 개선방안 핵심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위탁운용 구조를 기존 투자일임에서 펀드 출자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위탁운용사가 국내주식을 사면 의결권은 출자자인 국민연금에 귀속됐는데, 펀드 출자로 바뀌면 각 운용사가 매수한 주식의 의결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다. 이 같은 제도 변화에 영향을 받을 위탁운용 규모는 약 130조원에 달한다.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배경엔 급격한 국내주식 자산 확대가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규모는 2024년만 해도 140조원이 채 안 됐으나, 지난해 말 기준 263조원까지 늘어났다. 올초 주식시장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 수치는 훨씬 더 늘어난다. 국내주식 규모가 커진 만큼 기업에 행사하는 의결권도 많아졌는데, 국민연금이 이 권한을 직접 행사하다 보니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의결권이 민간 위탁운용사로 넘어가면 주주활동 활성화를 통해 저평가 기업의 가치 높일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은 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 사태 등 외부 요인으로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12.06% 떨어져 2001년 9·11 테러 직후(12.02%)보다 더 많이 하락했으나, 5일엔 장중 10%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운용 체계 변화로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금 운용 방향을 전략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1차 위원회에서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14.4%에서 14.9%로 0.5%p 확대하고, 해외주식 비중은 38.9%에서 37.2%로 1.7%p 내린 바 있다. 또한, 전략적 자산배분(±3%p) 허용범위를 벗어나더라도 자산비중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하면서 국내주식의 기계적 매도를 미뤘다. 이 결정 이후 환율은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코스피 지수는 2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의 수탁자 책임활동에 대한 관리체계도 강화한다. 현재도 위탁운용사 선정·평가 시 자체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이행 지침) 도입 및 책임투자 지침 등을 작성하는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민연금 위탁운용사가 지켜야 할 수탁자 책임활동 기준을 마련하고 점검·평가한 결과를 자금 배정·회수 시 반영해 이행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주말 사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다. 기금운용본부는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위탁운용사의 수탁자 책임활동 강화를 통해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국민의 노후자금인 기금의 수익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998년 설치된 국민연금기금의 적립금은 2024년 1213조원에서 지난해말 기준 1458조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2월 기준 기금 적립금은 16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구로,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겸한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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