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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 전세 시장을 지탱해온 핵심 공급원은 정비사업이었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됐다. 특히 일부 자치구가 전세 매물 급감을 ‘일시적 입주 효과에 따른 착시’라고 해명하면서 역설적으로 민간 재개발ㆍ재건축이 멈추면 서울 전세 시장이 즉각 마비될 수밖에 없음을 자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시 설명자료와 주택업계에 따르면 전세 매물 급감의 중심에 있는 자치구들의 공통 키워드는 ‘민간 주도 대규모 정비사업’의 공급 비중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이다. 신축 대단지 효과가 걷힌 지역마다 예외 없이 ‘매물 실종’ 현상이 관측됐다.
동대문구의 지난해 2월 기준 전체 전세 매물은 1501건이었다. 이 중 민간 주도 정비사업인 이문1구역 재개발(래미안 라그란데, 728건)과 답십리제17구역 재개발(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 70건) 두 곳에서 쏟아져 나온 물량만 총 798건이다.
동대문구 전체 전세 매물의 53.1%가 단 두 곳의 민간 재개발조합을 통해 공급됐다. 이들 신축 단지의 전세 공급 효과가 소진되자마자 지역 전세 매물은 420건으로 곤두박질쳤다.
성북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2월 성북구 전체 매물 1326건 중 장위4구역 재개발(장위자이 레디언트) 한 곳에서만 527건의 전세가 공급됐다. 구청 측은 이를 ‘통계 해석의 오류’라고 주장하지만, 이 대규모 공급이 멈춘 현재 성북구의 전세 매물은 124건으로 1년 만에 90.6%가 증발했다.
관악구 또한 봉천1-1구역 재건축(힐스테이트 관악센트씨엘, 221건)을 통해 대규모 물량이 공급됐다. 민간 주도 공급분이 끊기자 관악구 전세 물량은 1년만에 78.15% 급감했다.
이처럼 ‘장위자이 레디언트(2840세대)’, ‘래미안 라그란데(3069세대)’, '롯데캐슬 이스트폴(1063세대)' 등 신축 대단지는 입주 시 수백건 이상의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전세시장 안정화와 공급량을 떠받치는 저수지 역할을 했다.
서울 전역에서 민간 주도 정비사업이 시장의 ‘산소 호흡기’ 역할을 해왔으며, 이 공급 줄기가 끊기자마자 기록적 ‘매물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성북구가 내놓은 ‘통계적 착시’라는 해명은 오히려 부동산시장의 본질을 호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계단식으로 이뤄지는 정비사업의 특성 상, 대단지 입주가 끝나더라도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인허가와 착공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게 당국의 책임이자 역할이기 때문이다. 대단지 입주가 끝난 후 매물이 90%나 증발하도록 방치한 것 자체가 시장 관리의 실패를 보여주는 지표다.
공급은 故 박원순 시장 재임기간, 무려 389곳의 정비구역을 지정해제하면서 끊겼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시는 389곳의 정비구역을 해제했는데, 이 가운데 250구역이 강북지역에 집중됐다.
김태수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추진위원회승인→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계획인가→관리처분계획인가→착공→준공’의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면 최초 단계인 정비구역 지정은 필수”라며 “400개소에 육박하는 정비구역을 해제한 사실은 오세훈 시장이 구축한 중장기 주택공급기반을 ‘故 박원순 시정’이 모두 원점으로 되돌려버린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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