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아파트 주민들에게 다른 동대표를 이른바 ‘X맨(조직 내부에서 반대세력을 돕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더라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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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입주예정자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다가 2019년 7월 둘 다 동대표로 뽑혔다.
문제는 A씨가 아파트 입주민들로 구성된 인터넷 카페나 입주민 모임 등에서 B씨의 회계처리 방식이나 아파트 내 문제 접근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었다는 점이다.
A씨는 다른 주민들에게 “비대위 안에 X맨이 B씨였다. 이제 생각해보니까 다 퍼즐이 맞아가지고 지금 소름이 끼친다”, “B씨가 시공사 X맨”이라고 비난했다.
이를 알게 된 B씨는 A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모욕 혐의로 A씨를 약식기소했다. A씨는 법원에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게 되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나섰다.
1ㆍ2심은 모두 A씨의 혐의를 인정했다.
1심은 “A씨는 비대위 업무와 관련된 B씨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과 공연성 및 전파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했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A씨의 발언들은 비대위 업무와 관련된 B씨 개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모욕에 해당한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의 발언에 대해 “동대표나 비대위 위원으로 함께 활동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객관적으로 드러난 일정한 전제사실을 기초로 B씨의 행위와 처신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B씨에 대한 부정적ㆍ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일 뿐, 객관적으로 B씨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모욕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X맨’이라는 표현은 조직 내부에서 반대세력을 돕는 사람을 비꼬는 정도의 의미로 일상생활이나 언론 등에서 자주 거론되며 비교적 가볍게 사용되는 추상적 표현”이라며 “공적 관심사에 대해서는 수용 가능한 표현의 범위가 더욱 넓어질 수 있는데, A씨가 B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X맨’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B씨가 의혹을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더라도, 사건의 경위, B씨의 지위나 역할, 현안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B씨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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