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무안공항 참사 원인 ‘둔덕’, 공사비 아끼려 만들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3-10 16:34:17   폰트크기 변경      
“공사비 절감 위해 경사 남겨”…시공부터 정비, 인력운영 등 총체적 부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충돌 후 폭발한 항공기의 잔해 /사진: 연합뉴스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2024년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12ㆍ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구조물이 공사비 절감을 위해 면밀한 검토 없이 설치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0일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 결과, 항행안전시설ㆍ정비ㆍ종사 인력ㆍ관제 등 4개 분야에 대한 징계ㆍ문책 3건 등 30건의 지적 사항을 확인해 국토교통부 등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무안공항 등 일부 지방공항은 토공사 물량 등 공사비 절감을 위해 활주로와 종단안전구역에 당초 지형에 가까운 경사를 남겨뒀다. 이에 따라 활주로 최상단부보다 높게 로컬라이저를 위치시키려 기초 구조물을 만들어야 했고, 결과적으로 콘크리트 기초 및 둔덕을 조성하게 됐다.

로컬라이저는 전파를 발사해 비행기 활주로 중심선 위치를 알려주는 항행안전시설이다. 착륙한 항공기의 손상을 줄이고자 착륙대 이후에 설정한 구역인 종단안전구역의 끝에 로컬라이저가 자리 잡는데, 전파 송신을 원활하게 하려면 활주로 최상단부보다 위치가 다소 높아야 한다.

인천공항의 경우 활주로가 평평하고, 끝부분부터 로컬라이저까지 최소 경사만 있어 무안공항처럼 로컬라이저 위치를 높이기 위한 높은 둔덕이 필요 없다.

특히 무안공항은 국토교통부가 2003년 6월 취약성 검토도 없이 콘크리트ㆍ둔덕을 설치하게 했는데, 2007년 한국공항공사(KAC)가 이에 대한 보완 요청을 했는데도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무안을 비롯 8개 공항의 14개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면밀한 검토 없이 철근 콘크리트 기초 등 부러지기 어려운 구조로 잘못 설치됐던 것으로 확인했다.

KAC는 2019∼2024년 항행안전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무안공항 등 5개 공항의 7개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을 보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안공항 시공 담당자들은 아무런 검토 없이 콘크리트 보강을 구두 승인해 시공업체가 취약성이 확보되지 않은 시설을 설치하도록 방치했다.

국토부가 제주항공 참사 이후인 지난해 1월 로컬라이저 문제를 개선하는 항공안전 혁신방안을 발표해 진행했지만, 여수공항 등의 일부 경량철골 구조물은 전문가 검토 없이 개선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앞서 국토부는 2009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기준을 참고해 항행 안전시설의 국내 기준을 제정하고도, 폐지하자는 관련 부서의 의견에 따라 면밀한 검토 없이 3년 만에 폐지했다.

항공기 정비에서도 미비점이 확인됐다. 감사원이 최근 5년간 국적 항공사 항공기에 최다 장착된 한 모델 엔진의 고장ㆍ결함으로 발생한 항공 안전 장애에 대한 사실 조사 여부를 점검한 결과, 국토부는 2건만 조사를 하고 나머지 57건은 하지 않았다.

57건 가운데 2건은 중대한 엔진고장ㆍ결함 사안이어서 엔진을 교체해 사실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자체 검토가 있었지만 방치했다.

조종사ㆍ관제사 인력 운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최근 15년간 항공사고 가운데 조종사 과실이 49%로 비중이 가장 높고 조종사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의한 사고도 해외에서 반복되는데도, 국토부는 조종사ㆍ관제사가 자발적으로 작성한 문진표만 제출받고 사실관계를 적절히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체착륙 등 비정상 상황에 대한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 운영도 부실했고, 영어 자격 관리ㆍ감독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한 조종사가 영어 자격증 유효 기간이 지나자 이를 위조한 뒤 항공사에 제출해 국제선 항공기를 110회 운항한 사례도 있었다.

또 무안공항 등에서 조류 충돌 위험 평가 당시 충돌 가능성이 높은 조류를 다수 누락했으며, 일부 공항에서는 조종사에 필요한 조류활동정보를 송출한 사례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강성규 기자
ggang@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