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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대응이 우선… 유통ㆍ식품업계, 법조 출신 사외이사 선임 봇물ㆍ신사업 추진은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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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12 16:09:44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유통ㆍ식품업계가 법조 출신 사외이사를 영입, 법적 리스크 최소화에 나선다. 반면 신규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워 성장 동력 발굴보다 리스크 방어에 무게중심이 쏠린 모습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기주총 시즌을 앞두고 유통ㆍ식품업계 주요 상장사의 법조 인사 영입이 잇따르고 있다.

이마트는 대전지검장 출신 이상호 변호사를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고, 현대지에프홀딩스는 법무법인 광장 오현주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BGF리테일은 검사장 출신 차경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고, 오리온은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출신 송찬엽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삼양식품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목승호 변호사를 선임해 법조인 사외이사를 두 명으로 늘린다. 화장품 ODM 기업 코스맥스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김경수 전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지배구조 정비도 병행된다. 주요 상장 유통사들은 그동안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배제해 온 집중투표제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안건을 이번 주총에 일제히 올렸다. 개정 상법 취지와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선제 반영한 조치다. 롯데쇼핑은 이사의 책임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이사 책임 감면’ 조항도 정관에 신설했다.

이번 주총의 핵심이 법적 리스크 최소화에 쏠리면서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데는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호텔신라가 콘도미니엄 분양ㆍ운영업, 노인주거 복지사업을 정관에 추가했고, 농심은 스마트팜 사업을 사업 목적에 넣었다. 동원F&B는 전자상거래, 식품 가공, 애완동물 용품 판매 등 17개 신규 사업을 추가했었다. 팬데믹이 끝나가던 2023년에도 각종 사업 목적을 추가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정관 변경이 활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업계에서는 내수 소비 악화로 업황이 부진한 점을 이유로 꼽는다. 동시에 소비 흐름이 지나치게 빠르게 바뀌어 중장기 관점에서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신사업을 추진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2026년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은 0.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이다. 기업들은 신사업 발굴보다 사내이사 재선임을 통한 조직 안정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롯데웰푸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BGF리테일은 민승배 대표의 재선임 안건을,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의 사내이사 6연임 안건을 상정했다.

법적 리스크 확대와 경기 부진이 맞물리며 기업들의 경영 전략이 보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법률 전문가를 이사회에 대거 배치하는 것은 의사결정 과정의 리스크를 사전에 걸러내 경영권 방어를 강화하려는 조치”라며 “내수 소비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게 핵심이 됐는데,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긴 흐름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기존 사업의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경영 방침이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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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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