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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 지원을 무기로 호르무즈 해협 파견 압박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트럼프 특유의 과장된 수사와 위협적인 발언을 동원해 파병 요구 관철에 나섰다는 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우리는 일본에 4만5000명, 한국에 4만5000명, 독일에 4만5000명 또는 5만명의 병력을 두고 이 모든 나라를 방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이 나라들에) 기뢰제거선이 있느냐고 물으면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며 “우리는 40년 동안 여러분을 보호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관세 협상 등 주요 국면마다 반복돼 온 ‘틀린 숫자’가 이번에도 등장했다. 현재 주한미군의 규모는 2만8500명 수준이며, 주일미군이 5만명, 주독미군은 3만5000천명 규모다.
트럼프는 파견을 요청한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주고객층’인만큼 ‘책임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명분도 재차 내세웠다.
그는 “일본은 (원유 수입량의) 95%, 중국은 90%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여오고, 여러 유럽 국가도 상당한 양을 수입한다. 한국은 35%를 들여온다”며 “우리는 이들 국가가 나서서 해협 문제를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또한 실제 수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유 수입 의존도는 한국 62%, 일본 69%, 중국 49% 수준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는 한국과 일본이 20~30%, 중국은 25% 정도다.
트럼프가 호르무즈 호위 작전에 참여할 국가들을 선정한 중요한 ‘기준’은 이곳에 대한 의존도와 미국의 안보 기여 수혜 여부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 둘 모두 해당하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란 견해에 힘이 실린다.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한ㆍ일과 달리, 또다른 핵심 동맹인 유럽 각국에선 ‘거부’ 메시지가 잇따라 나오는 모양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이날 “전쟁이 지속되는 한 독일은 군사적 수단을 통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시도 등 어떤 일에도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으며,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현재 진행 중인 해군 임무 중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될 만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정을 내릴 시점은 아니다”라며 “신뢰할 수 있고 실행 가능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파견 요청국 중 유일한 ‘비동맹’인 중국은 “각국이 즉시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긴장 상황이 더욱 악화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오히려 ‘전쟁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9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일본 측에 안전한 항해를 위한 ‘해상 태스크포스(TF)’ 지지 표명을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답변을 보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은 며칠 앞으로 다가온 미일 정상회담에서 의제가 중동 문제에 집중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도 일단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전날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도, 이를 파병요청으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트럼프는 ‘전쟁 올인’을 위해 이달 말 예정된 중국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을 연기하자는 요청을 중국 측에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달 정도 연기를 (중국에) 요청했다”며 “중국을 방문하고 싶지만 전쟁 때문에 나는 여기(미국) 있고 싶고 여기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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