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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의 모빌리티 오디세이]⑦ 일본下: 기업들의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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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18 12:02:57   폰트크기 변경      
도요타부터 NTT모빌리티까지…완성차ㆍ통신ㆍ스타트업 총출동

일본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 기술이 뒤처졌다는 위기감 속에서 자체 개발보다 해외 선도 기업과의 제휴를 택했다. 도요타는 웨이모와, 닛산은 영국 웨이브와, 혼다는 미국 헬름에이아이와 손잡았다. 동시에 NTT그룹이라는 예상 밖의 플레이어가 자율주행 시장에 뛰어들었고, 소프트뱅크 산하 보들리와 오픈소스 진영의 티어포도 독자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공통된 방향은 하나다. 인프라 의존형에서 AI 기반 E2E(센서 인식부터 차량 제어까지 AI가 일괄 처리하는 방식)로의 전환이다.

◆규칙에서 AI로

이 전환의 밑그림은 정부가 그렸다. 일본 정부는 2024년 5월 ‘모빌리티 DX 전략’을 발표하고 2025년 8월 업데이트를 통해 자율주행과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정책을 결합했다. 핵심은 기존의 규칙 기반ㆍ인프라 의존형 자율주행에서 E2E AI 방식으로 전환하고,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SDV 시장 점유율 30%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2030년 1100만대 또는 2035년 1900만대라는 공격적인 수치가 제시됐다.

주목할 점은 자율주행을 단순한 국내 교통 문제 해결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재정의했다는 것이다. 정부 공용차량에 자율주행차를 도입해 보조금 방식에서 공공조달 방식으로 시장 창출 전략을 전환하고, 버스ㆍ트럭ㆍ택시 등 상용차 중심에서 개인용 차량 시장까지 확대하는 구상도 담겼다.

하지만 이 목표는 정부 주도보다 기업들이 담당할 영역이다. 위기감을 공유한 일본 완성차 제조사들은 자체 기술만으로는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해외 선도 기업과의 제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도요타 우븐시티 이미지./사진: 도요타 제공

◆도요타, 두 개의 카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건 도요타다. 도요타는 웨이모와 메이모빌리티라는 두 장의 카드를 동시에 쥐고 있다.

웨이모와는 2025년 4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예비협약을 체결했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알고리즘인 웨이모 드라이버와 도요타의 차량 하드웨어를 결합하는 통합 플랫폼 구축이 핵심이다. 도요타의 소프트웨어 전문 자회사 우븐 바이 도요타(Woven by Toyota)가 자사 플랫폼 아레네(Arene)를 활용해 개발을 주도하며, 완성된 플랫폼은 차세대 웨이모 로보택시 플릿에 우선 배치될 계획이다. 양사는 기존 로보택시를 넘어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개인용 차량으로의 자율주행 기술 확장도 병행 검토하고 있다.

메이모빌리티와의 협력은 지역 밀착형이다. NTTㆍ모네테크놀로지와 함께 일본 내 9개 도시에서 데이터를 축적 중이며, 시에나 오토노-마스 하이브리드 미니밴과 순수전기차 이팔레트(e-Palette)를 핵심 차종으로 활용하고 있다. 메이모빌리티의 강점은 200밀리세컨드마다 수천 개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는 다중정책 의사결정(Multi-Policy Decision Making) 기술인데, 도요타는 이 기술을 이팔레트에도 통합했다. 해외 AI 기술과 일본 하드웨어, 통신 인프라가 결합된 이 구조는 일본형 자율주행 서비스의 표준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도요타는 중국에서 포니AI, 북미와 글로벌에서는 웨이모와 협력하는 멀티 파트너십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각 시장에서 얻은 운영 노하우를 일본 내수에 통합할 계획이다.

이팔레트는 이 전략의 구체적 산물이다. 2025년 9월 판매를 시작한 이 차량은 셔틀버스, 이동형 점포, 키친카 등 다목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현재는 레벨2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2027년 자율주행 레벨4(정해진 영역 안에서 완전 자율주행) 탑재가 목표다. 권장가는 세금 포함 2900만엔(약 2억6000만원)부터이지만, 환경성 보조금 1583만5000엔(약 1억4000만원)을 적용하면 실구매가가 약 1316만엔대(약 1억2000만원)까지 낮아져 일반 대형 밴이나 소형 버스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표: 필자 제공


◆닛산은 영국ㆍ혼다는 미국

도요타만 움직인 것이 아니다.

닛산은 영국 스타트업 웨이브(Wayve)와 손잡았다. 웨이브는 생성형 AI를 자율주행에 적용한 선도 기업으로, 적은 양의 데이터로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한 것이 강점이다. 닛산은 이 기술을 차세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프로파일럿에 적용하고 있으며, 현재 요코하마에서 테스트 주행을 진행 중이다. 유럽과 일본의 도로 환경 데이터를 결합해 범용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2027년 중반 준중형 미니밴 세레나 기반 자율주행 셔틀 양산을 시작하고, 2028년부터는 일반 소비자용 자율주행 레벨3(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는 단계) 차량에 웨이브 AI를 탑재할 계획이다.

혼다는 미국의 헬름에이아이(Helm.ai)와 협력하고 있다. 헬름에이아이의 특징은 데이터 라벨링(AI 학습을 위해 데이터에 정답을 붙이는 작업) 없이 원본 영상만으로 AI가 스스로 패턴을 학습하는 기술을 개발해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였다는 점이다. 혼다는 이 기술을 레전드 후속 모델과 차세대 자율주행 셔틀에 적용할 계획이며, 2026년 말 E2E 시스템 실증을 시작해 2028년 상반기 양산 차량에 레벨3를 탑재할 예정이다.

이스즈는 물류에 집중한다. 2025년 11월 전기차 플랫폼 에르가(Elga)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버스와 트럭 개발을 발표하며 2027년부터 일본ㆍ북미에서 레벨4 사업 시작을 선언했다. 자율주행 트럭 별도 예산과 맞물리는 행보다. 양산이 본격화되면 차량당 비용이 현재 대비 30~5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정부의 1만대 목표 달성에서 핵심 변수가 된다.

한편, 웨이모의 일본 진출은 도요타 파트너십과 별도로 진행되는 측면도 있다. 2024년 12월 일본 최대 택시 회사인 일본교통과 최대 택시 호출 앱 GO와 협력해 독자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2025년 4월부터 도쿄 도심 7개 구에서 재규어 아이페이스 25대를 활용한 테스트 주행이 진행 중이다. 일본교통 소속 운전사가 수동 운전으로 주행하며 일본 도로 환경에 맞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웨이모 시스템의 현지화를 수행하고 있다. 상용 서비스 시작 시점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자율주행 시장의 절대 강자가 일본에서도 두 개의 경로를 동시에 밟고 있다는 점은, 일본 시장의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진: 연합=로이터

◆NTT모빌리티, 예상 밖의 도전자


완성차와 자율주행 스타트업 사이에서 전혀 다른 접근을 택한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일본 최대 통신 그룹 NTT가 자율주행을 그룹의 차세대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고, 2025년 12월 전담 법인 NTT모빌리티를 설립한 것이다. 자본금 14억3000만엔(약 135억원)의 NTT 100% 완전자회사다.

NTT모빌리티의 비즈니스 모델은 독특하다. 자체적으로 차량이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는다. 대신 외부 파트너의 기술을 조달해 지자체와 교통사업자에게 차량 제공, 도입 지원, 원격 모니터링까지를 일괄 제공하는 인테그레이터(통합 서비스 사업자) 모델이다. 서비스 영역은 노선버스를 시작으로 온디맨드 버스, 로보택시로 순차 확대하며, 트럭과 물류에는 진출하지 않고 사람의 이동에만 집중한다.

차량 조달은 멀티 벤더 전략이다. 야마시타 NTT모빌리티 사장은 “기술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특정 벤더에 집중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미국 메이모빌리티가 소형 차량과 로보택시를, 일본 티어포가 오토웨어 기반 노선버스를, 프랑스 나브야가 저속 셔틀을 각각 담당하는 구조다.

실행 계획도 구체적이다. 2026년 2월 무사시노 연구개발센터에 파트너 기업과의 협력 거점인 공동창조랩을 열고, 4월부터 복수 벤더ㆍ복수 차량의 통합 모니터링 실증을 시작한다. 2027년에 전국 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2028년 레벨4 노선버스의 전국 확장이 핵심 목표다. 궁극적으로 2030년대에 자율주행 차량 1000대 이상의 운행을 지원하고 수백억엔 규모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이다. 국토교통성이 제시한 2030년 1만대 목표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술적으로는 AI를 활용해 오퍼레이터 1인이 약 10대를 동시에 감시하는 1:10 통합 모니터링 체제를 지향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NTT의 차세대 광통신 인프라 IOWN(Innovative Optical and Wireless Network)을 활용해 차량 탑재 주행 제어의 일부를 클라우드에서 처리함으로써 차량 단가를 낮추는 구상도 추진 중이다.

통신 인프라와 전국 네트워크라는 NTT 고유의 자산을 자율주행과 결합한 이 모델은, 완성차 제조사도 스타트업도 아닌 제3의 경로에서 일본 공공교통 자율주행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다는 도전이다.

◆보들리와 티어포, 스타트업의 두 갈래


일본 자율주행 스타트업 진영에서는 보들리와 티어포가 대표 주자다. 접근법은 정반대다.

소프트뱅크 100% 자회사인 보들리는 2016년 창업 이래 누적 파일럿 사이트 130개 이상을 기록하며 일본 내 가장 많은 현장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차량은 직접 만들지 않고 전 세계에서 최적 차종을 들여오는 방식을 택했다. 주력 차종은 ‘나브야 아르마’로, 2020년 이바라키현 사카이마치에서 일본 최초 지자체 자율주행 버스 상시 운행을 실현했다. 2024년에는 하네다 이노베이션 시티에서 일본 민간 최초 레벨4 버스 운행 허가를 취득했다. 에스토니아 아우베테크의 소형 셔틀 미카(MiCa)도 2025년 레벨4 인증을 받아 니가타현에서 약 2년간 상시 운행 중이다.

보들리가 차량 외에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자체 개발 운행 관리 플랫폼 디스패처(Dispatcher)다. 원격 감시ㆍ조작 기능에 이중 통신 회선을 갖춰 한쪽 회선에 장애가 생겨도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는 구조다. 주목할 점은 경쟁사 서비스에도 이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모네테크놀로지의 요코하마 닛산 세레나 자율주행 파일럿에서도 보들리가 디스패처를 활용한 원격 모니터링을 담당했다. 자율주행 차량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자율주행이 달릴 수 있는 인프라를 설계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티어포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2015년 설립된 이 딥테크 스타트업은 세계 최초의 오픈소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플랫폼 오토웨어(Autoware)를 개발한 곳이다. 보들리나 NTT모빌리티가 서비스 통합자라면, 티어포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택 자체를 만드는 기업이다.

하드웨어도 직접 설계한다. 2024년 말부터 납품을 시작한 전기 자율주행 미니버스 2.0은 최대 30인승으로 레벨4를 지원하도록 만들어졌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2025년 7월 레벨4 이상을 겨냥한 E2E AI 아키텍처를 발표했다. 확산 모델(Diffusion Model) 기반 머신러닝을 적용해 주변 객체의 움직임 예측과 주행 경로 생성을 일체화했으며, 이 아키텍처는 오토웨어를 통해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다. 2026년 초부터 일본 50개 지역에서 대규모 실증에 돌입할 계획이다.


도요타 이팔레트(e-Palette)./사진: 도요타 제공

◆생태계가 증명할 시간


일본 자율주행 산업의 현재 모습은 흥미로운 구도다. 정부가 예산과 제도로 판을 깔고, 완성차 제조사들은 해외 AI 기술을 빠르게 들여오며, NTT는 통신 인프라를 무기로 인테그레이터 모델을 세우고, 스타트업들은 현장 경험과 오픈소스로 틈새를 파고든다. 각자 다른 카드를 들고 있지만 방향은 같다.

상(上)편에서 다뤘듯 일본 정부는 보조금 구조를 바꾸고, 상용화를 의무화하며 형식적 실증을 차단했다. 기업들은 그 위에서 E2E 기술과 양산 체제를 경쟁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도요타와 닛산의 양산 차량이 예정대로 나오고, 1:N 원격감시가 실제로 운영비를 줄이며, 정부가 예산을 지속하고, 지자체가 20% 부담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수익 모델이 입증된다면 1만대 목표는 현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생태계의 요소 가운데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목표는 멀어진다. 양산 차량 가격이 충분히 내려오지 않거나, E2E 기술의 일본 도로 적응이 늦어지거나, 수익 모델이 입증되지 않으면 1만대는 숫자에 그칠 수 있다.

향후 2~3년은 일본 자율주행 산업의 성패를 판가름할 결정적 시기다. 기술도 자본도 정책도 준비됐다. 남은 것은 이 모든 것이 실제 도로 위에서 하나의 생태계로 작동하느냐다. 그 답이 나올 때쯤이면, 일본의 시행착오가 한국에 주는 교훈도 한층 선명해질 것이다.



■ 모빌리티 오디세이


세계는 그야말로 로보택시 전쟁터다. 〈대한경제〉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자율주행 전문가인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이사와 함께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 7개국의 전략을 심층 해부하고, 한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3대 강국’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포티투닷,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자율주행 R&D와 정책 수립을 경험했다. 저서로 《잡킬러》,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이 있다.

※본 기고는 퓨처링크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원화는 관련 정책 발표 시점 환율로 환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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