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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누드-에로틱 아트...피카소 등 거장들 고품격 작품 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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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18 14:53:03   폰트크기 변경      
파주 헤이리 93뮤지엄, 올 12월 31일까지 ‘붓이 탐한 몸-누드’ 특별전...국내외 화가 수작 150점 전시


유혹을 머금은 여체의 율동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벌거벗은 여체가 때론 천박한 에로티시즘으로 폄하되지만 누드라는 테마는 생명력과 아름다움의 절대적 대상이다. 파블로 피카소의 화끈한 누드화, 베르나르 뷔페의 아찔한 베트신, 나팔꽃과 세 명의 여체를 융합한 원로화가 김종학의 색다른 그림 등에서는 관능적인 곡선과 울룩불룩한 질감에서 힘을 느낄 수 있다.

미국 팝아티스트 탐 웨슬만의 '튤립과 함께 있는 모니카'              사진=93뮤지엄 제공


국내외 유명 작가의 에로틱한 그림과 조각, 사진만을 모아 보여주는 미술관이 최근 새 단장하고 다시 문을 열었다. 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촌의 ‘93뮤지엄’이다. 93뮤지엄이 올해 개관 22주년을 맞아 별관에 있는 200㎡ 규모의 ‘에로틱 아트 뮤지엄’을 통합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규모의 '누드 & 에로틱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1991년 개관 이래 가족미술관 개념으로 다채로운 전시를 해오던 93뮤지엄이 누드 & 에로틱 전문미술관으로 변신해 새롭게 닻을 올렸다.  본관은 누드관,  별관은 에로틱관으로 구분해 운영한다.  93뮤지엄은 이를 계기로 지난 2일 시작해 연말까지 이어지는 ‘붓이 탐한 몸-누드’전을 마련했다.  ‘대표작가 누드 150점’이란 부제를 달고 전시장 1·2·3층 전관에 쟁쟁한 국내외 작가들의 색다른 작품들을 풀어놓았다.

김종학의 '세 여인'       사진=93뮤지엄 제공


피카소와 샤갈의 휘귀작은 물론 베라나르 뷔페, 탐 웨슬만, 김홍수, 박득순, 변종하, 박항섭, 구본웅, 김종학, 최영림, 손일봉, 박영선, 장리석, 전혁림, 정점식, 김종하, 황창배, 강연균, 구자승, 오천룡, 최쌍중, 이두식, 김구림, 안창홍, 김경, 황용엽 등의 거장들의 작품이 총출동했다. 대가들이 서로 다른 관점와 미학적 경향을 지니고 있지만, 에로티즘을 외설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표현의 자원으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 작품들이다.

전시장에는 조선 말기 사대부의 성 풍속을 보여주는 그림을 비롯해 명·청 시대 에로틱 토기와 도자기, 일본 에도시대의 춘화, 피카소와 샤갈의 누드화, 남녀의 성애를 그린 이왈종의 작품, 국내 최초 기생 사진 등이 전시돼 있어 관람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구 관장은 “외설이라는 이름으로 터부시돼온 성(性)을 하나의 예술로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인류의 문명과 함께해온 성문화를 미술품으로 고찰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흥수의 '인생은 아름답다'                                         사진=93뮤지엄 제공


전시장에는 거장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관람객과 미술애호가들을 반긴다. 역시 단연 백미로 꼽히는 작품은 피카소의 작품 ’라파엘과 라 포르나리나‘이다. 침대에서 진한 사랑을 나누는 두 연인을 크로키하게 잡아냈다. 옅은 흑백과 또렷한 윤곽선, 특유의 입체적 질감을 드러내는 특이한 기법으로 그린 명작이다.

옆쪽으로 한 발짝 옮기면 김종학의 ’세 여인‘이 환상적인 아우라를 뿜어낸다. 나팔꽃이 활짝 피어 있는 설악산의 풍경을 배경으로 벌거벗은 세 여인의 자태가 마치 샹그릴라 같은 묘한 울림을 준다.

39뮤지엄 전시장.    사진=39뮤지엄 제공


프랑스 화가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도 눈길을 붙잡는다. 파리에서 태어난 뷔페는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야간 학교에 나가며 데생을 익혔다. 18세부터 본격적인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그는 20세 때 크리틱상을 받았다. 1950년대 프랑스의 신사실주의 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그는 말년에 파킨슨 병으로 인해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유작 '브로타뉴의 폭풍'을 그리고 자신의 작품이 담긴 비닐봉투를 뒤집어 쓰고 생을 마감했다. 전시장에 걸린 그의 ‘여인들의 놀이’는 같은 성을 가진 두 사람이 펼치는 정사 장면을 거친 질감과 강렬한 선으로 응축해 성적 호기심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발길을 2층으로 옮기면 미국 팝아트의 거장 화가 탐 웨슬만 작품이 색채 미학을 강렬하게 뿜어낸다. 웨슬만의 화풍은 에로티즘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는 콜라주, 조각, 회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색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했다. 여성의 육체를 강조한 ‘튤립과 함께 있는 모니카’는 과거 미국의 자본주의 성장에 대한 완벽한 은유로 평가받는다. 이목구비를 단순화시키면서 과감한 노출을 한 여성의 누워있는 모습만을 잡아낸 전형적인 팝아트 스타일이다. 여자 옆에 튤립을 파격적인 구도로 배치해 미적 감성을 극대화했다. 사람과 꽃이 적절히 구성된 화면에는 충만함과 허함, 유한과 무한이 공존하는 것 같다.

2014년 6월 작고한 김흥수의 ‘하모니즘’ 미학도 출격했다. 하모니즘은 음과 양의 동양철학 을 중시한 독창적인 화풍이다. 그의 작품 ‘인생은 아름답다’는 관능적인 여인 누드화에 꿈과 정신세계를 상징하는 메타포를 곁들여 조형미를 극대화했다. 오른쪽 화면은 벌거벗은 여성의 앞모습을 분홍색 톤으로 채색해 몽환적 분위기를 살려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몸매는 하늘을 향해 꿈틀거리고, 정면을 향한 자세는 요염하면서도 고혹적이다.

한국 인물화의 대가 구자승의 누드 작품 역시 묘한 에로티즘을 한껏 발호한다. 여성의 다양한 이미지를 마음속에 담아뒀다가 작업실에서 꺼내 그린 누드화로 꿈틀거리는 생명력과 풋풋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여성의 뒷태를 기하학적 구조와 색채로 환원하며 동양적 자연관을 현대적 언어로 확장한 게 싱그럽게 다가온다.

‘토속과 해학의 작가’로 불리는 최영림의 작품도 살포시 고개를 여민다. 최영림은 해방 이후 국내 화단에 목가적 서정주의를 표방한 새로운 화풍을 개척했다. 1916년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전통적인 설화를 비롯해 고대소설, 민담을 바탕으로 화면에 ‘이야기’를 담아냈는가 하면 벌거벗은 여성 이미지를 소재로 에로틱한 미감을 은은하게 살려냈다. 그의 ‘여인과 황소’는 따뜻한 황토색으로 한국적 해학미를 가미해 ‘건강한 에로티시즘’을 구현한 작품이다. 벌거벗은 여인을 힐끔 쳐다보는 황소를 해학적으로 묘사해 에로티시즘의 격조를 높였다. 화면 전체에 흩날리는 꽃잎과 어우러져 율동감마저 느껴진다.

최경태의 파격적인 에로틱 작품도 시선을 끈다. 2000년대 ‘여고생’ 시리즈로 외설 시비에 휘말렸던 최씨의 화끈한 작품이다. 프라다 가방이나 휴대폰을 사기 위해 몸을 파는 미성년자의 매춘, 여고생의 성행위를 묘사한 ‘낯 뜨거운’ 작품이어서 빤히 쳐다보기가 다소 민망하다.

이밖에 현대적 진경산수의 대가 이원희의 누드 그림, 안창홍이 벌거벗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변주한 ‘떠도는 넋’, 의자에 앉아 여체의 미학을 뽐내는 여인을 그린 박득순의 그림 등에서도 단순한 신체의 재현을 넘어, 붓끝으로 담아낸 인간 존엄과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미술관에 소개된 각종 유물과 그림, 자료는 총 1000여점에 달한다. 미술품 유통 전문가인 구 관장이 1990년대 초부터 모은 개인 수집품이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미술반 활동을 했지만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할 수는 없었다. 집안의 반대와 가난 탓에 축산학을 전공했다. 우연히 산 재건축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그는 아파트를 팔아 화랑을 만들고 돈이 생길 때마다 야한 그림을 사들였다. 해외여행 때는 골동품 거리를 찾아다니며 에로틱한 그림을 구입해 들여왔다.

그동안 작품수집 활동을 하면서 겪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나 애환도 많았다. 외설적인 작품들만 모으다 보니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남자’라는 오해도 많이 샀다. 공항에서는 특히 여자 세관원들이 가방을 검사하다 남자 성기 목조각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질겁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구 관장은 “최근 에로티시즘은 사회·경제·정치적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추세와 맞물려 금기 대상이라기보다 ‘신성한 놀이’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며 “에로티시즘만 내세우면 작품이 아닌 ‘장난’에 불과하지만, 이미지에 집착하기보다 진정한 내면을 찾아가다 보면 예술의 극치는 결국 성과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9세 이하는 관람불가, 관람료는 어른 8000원. 대학생 7000원. 본관(누드)-별관(에로틱) 통합 입장료는 14000원이다.  누드관은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나 에로틱관은 18세이상만 볼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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