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재편 해석 놓고 여권 내부 긴장 고조
8월 전대 앞두고 노선 경쟁과 당권 구도 맞물리며 파장 확산
|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서 유시민 작가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총리, 정청래 대표, 조국 대표, 유시민 작가./사진:연합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이른바 ‘ABC 발언’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미묘한 균열 조짐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외곽 인사의 발언 논란이지만, 실제로는 검찰개혁 이후 당의 노선과 지지층 재편, 나아가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구도까지 맞물리며 여권 내부의 분화 가능성을 키우는 양상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유 전 이사장이 지난 18일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 지지층과 정치세력을 AㆍBㆍC 세 그룹으로 나눠 설명한 데서 비롯됐다. 유 전 이사장은 A를 가치 중심의 핵심 지지층, B를 이익 중심 세력, C를 가치와 실용이 혼합된 층으로 구분했다. 특히 B 그룹을 두고 “친명을 자처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면서 당내 갈등에 불을 붙였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린 발언이라는 해석과 함께, 중도층 확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모습이지만, 내부 기류는 단순치 않다. 정청래 대표는 최근 유 전 이사장과 과거 갈등을 풀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김민석 국무총리는 유 전 이사장과 김씨 모두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김 총리는 유 전 이사장을 두고 “유명세, TV 출연 즐기는 강남 지식인”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었고, 이후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사과와 별개로 ‘ABC론의 타당성과 부작용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번 논쟁이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차기 지도체제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의 전초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당권 경쟁 상대로 거론되는 정 대표와 김 총리 주변에는 서로 다른 정치적 스피커와 지지층이 결집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친문 대 친명, 또는 구주류 대 신주류의 대립 구도가 더 선명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ABC론’이 진영 내부에 또 다른 낙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은 지난 2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전 이사장을 향해 “민주당을 응원하는 분들을 임의대로 나눠 예언자처럼 말한다”고 직격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많은 정치 행위를 보게 되면 노 전 대통령과 관련 없는 행위를 하신 적이 별로 없다”며 “국민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는 죄책감을 자신의 주장,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활용한 분 중 하나”라고 유 전 이사장을 비판했다.
민주당의 정체성과 계승 서사를 둘러싼 감정적 충돌로 번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으로서는 검찰개혁 국면 이후 정국 주도권을 안정적으로 이어가야 하는 시점에 외곽 발언이 내부 노선 갈등을 자극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과 중도 확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ABC 발언’ 파장이 장기화할 경우 선거 전략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은 지도부가 확전을 경계하며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8월 전대와 2028년 총선 공천 구도까지 연결되는 문제인 만큼 갈등의 불씨가 쉽게 꺼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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