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발주자의 사업관리 역량 평가는 발주자 역량 강화의 첫걸음이다. 국내 공공건설사업 프로세스에서 사업 단계별로 발주자에게 필요한 기능과 역할을 체계화하고, 발주자의 기능, 역할 및 책임에 관한 규정을 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발주자의 기능과 역할 수행에 요구되는 지식과 역량을 규정한 역량 평가 모델을 개발해 발주자가 자체적으로 사업관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역량을 갖고 있는지를 진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발주자 혹은 발주기관 내에 역량이 부족할 경우 보완대책을 강구하고, 발주방식이나 사업관리방식의 도입을 통해 해결방안을 수립한 후 다음 단계를 진행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발주자의 부족한 역량을 구체적 파악하고 역량 향상에 필요한 부분을 도출해 공공발주자의 사업관리 역량 제고를 위한 기본 틀을 제공해야 한다. 공공발주자의 사업관리 역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모델을 마련해 건설사업 성공의 핵심인 발주자의 역량 향상의 기틀로 삼아야 한다.
주요국가 발주자 역량 강화 노.
영.
영국 건설산업 혁신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부 및 발주자가 건설산업의 혁신과 비용효과 향상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에 있다.
건설 재인식 운동(Rethinking Costruction)의 시발점이 된 레이섬 (Latham) 보고서는 건설산업의 비용효과 향상을 위해 발주자의 올바른 기능, 즉 역할과 수행역량이 매우 중요하며 건설산업의 효율성은 정부 및 발주자의 효율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건설산업계의 기술력 향상이나 수행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관련 정책, 법, 제도와 정부 및 발주자의 수행능력 향상이라는 측면을 중시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같은 변화는 건설산업의 혁신을 위한 건설산업계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및 발주자의 역할과 수행능력 향상을 통해 리더십과 추진력을 얻을 수 있으며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된다.
영국 상무청은 발주기관별로 정부의 조달 혁신 프로그램의 소화 가능 여부를 점검하고 이를 통한 발주기관의 역량을 강화의 일환으로 조달역량점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조달역량점검 프로그램에는 리더십, 기술력, 시스템과 프로세스 등의 3가지 큰 틀에서 발주기관의 역량을 점검하는데, 상무청은 9가지 항목의 평가에 필요한 수십 개 질문 및 점검사항과 이와 관련된 정량적 측정지표를 담은 지침서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발주기관을 평가하고 있다.
영국의 발주자 역량평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평가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공공 발주자의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더해진다는 점이다.
평가자는 발주기관의 역량 평가와 더불어 평가항목별로 발주기관의 현재 역량에 대해 설명과 함께 개선안을 제안하며, 평가받은 발주기관은 평가결과 및 제안사항과 관련해 발주기관 자체적으로 역량 강화 계획안을 작성하여 상무청에 제출하고 상무청은 주기적으로 발주기관의 역량 강화 노력을 점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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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국사업관리협회는 역량이란 개인에게 부여된 역할 및 책임에 영향을 주고, 개인 업무의 성과와 상관이 있는 것으로 정의했다.
또한 역량은 측정 가능하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개발이 가능하며 구분이 가능한 지식, 기술, 인성의 집합체라고 덧붙였다.
사업관리 역량은 조직 내 사업관리 성숙도 및 사업관리 역량을 포함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관리자의 역량을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사업 관리에 대한 이해 정도를 나타내는 지식 역량, 사업관리 지식을 사업에 적용해 산출물을 생산해내는 수행능력, 사업 혹은 사업 내 업무 수행 시 어떤 행동을 하느냐, 즉 개인의 태도 및 인성을 나타내는 인성으로 구분했다.
미국 사업관리협회는 이 같은 정의에 기초해 사업 프로세스(기획, 설계, 입찰, 시공, 종료)별로 사업관리의 9가지 지식 영역별로 사업관리자가 지녀야 할 지식과 수행역량을 규정하고, 각 항목에 대한 측정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더불어 조직 역량은 사업관리 여건의 성숙도 및 활용 정도를 나타내는 조직의 사업관리 성숙도로 정의하고, 조직의 사업관리 성숙도를 가늠할 점검사항도 제안했다.
세계은행(World Bank) 역시 조직의 역량 적정성 보유 여부, 조달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소(Risk)의 사전 평가, 역량 분석을 통해 나타난 문제점 보완방안 수립, 그리고 발주자의 역량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세계은행 차원의 조달 감독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발주기관의 역량을 평가 하고 있다.
일본.
일본의 경우 2000년 공공공사의 품질 확보 대응책의 하나로 발주자 책임연구 간담회에서 발주자 책임을 다하기 위한 구체적 시안을 발표한 바 있다..
먼저 일본 발주자책임간담회는 양질의 시설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계획된 기간에 맞춰 조달・제공할 책임과 효율적인 사업 집행을 위해 사업 전 과정에 걸쳐 책임을 확보하면서 전문지식을 활용해 사업을 관리함과 동시에 프로세스와 결과를 평가하는 것을 발주자의 책임으로 규정했다.
특히 발주자가 공사 내용 및 기업을 적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일정한 능력을 갖출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공사 내용 평가는 공사 내용 및 특성을 적절하게 평가하고, 공사의 위험을 도출해 공사 내용에 맞는 입찰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기업 평가 능력은 정해진 입찰방식에 따라 입찰자의 기술 제안과 공사수행 실적 등을 평가해 공사에 적합한 기업을 선정하는 능력이다.
양질의 시설물을 저렴한 가격에 조달하려면 발주자가 공사 내용 및 기업 평가를 적정하게 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의 평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이 평가능력은 발주자가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중요한 능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사고에는 발주자가 적정한 발주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의 평가를 받을 필요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
공공발주자의 현실과 한.
최근 공공공사 입찰에서 발주기관의 실수가 속출하고 있다.
대안공사 설계심의에서 발주자가 계산착오로 점수를 번복하거나 종합건설 해당 공사가 전문건설업들에 낙찰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공공발주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사례의 일부분일 것이다..
대한토목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97.1%)이 발주자의 사업관리 능력을 제고해야 하며, 건설사업의 수행에 발주자 조직의 건설사업관리 전문성과 역량을 개선 또는 보완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감독・감리의 역량 부족, 감독・감리의 업무 지연, 발주자의 책임 회피 및 불평등 관계, 설계변경의 불합리 등 공공건설사업 수행 시 애로사항의 절반 이상이 발주자의 역량 부족 및 관리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발주자는 허가권자로서 역할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사전적 계획 및 조치 업무보다는 사후적 확인과 검토에 치우쳐 실질적인 공사관리 업무보다 자기 방어를 위한 감사대비 서류업무에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사업의 이익보다는 담당자 본인의 책임회피가 우선시되고 있다.
발주자가 해야하는 토지 소유자와의 협의 등 전반적인 보상업무를 시공회사에 부담시키는 등 발주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책임 회피 및 불평등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현실이다.
반면 공공발주자는 절차 위주의 감사에 대한 피해자로서 자율적, 창의적인 의사결정에 제한을 받고, 소신껏 결정을 할 경우 결과의 책임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존의 법과 제도를 따를 수밖에 없어 자율권과 재량권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건설업계만 문제 삼는 정책개선 필.
건설사업에는 많은 주체들이 참여한다. 많은 참여자들 중 발주자의 올바른 역할은 해당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며 나아가 산업의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정부를 포함한 공공 발주자는 연간 60조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는 건설산업 내 최대 발주자다. 아울러 공공발주자는 법・제도와 규제수단을 통해 건설업체가 따라야 할 경제행위의 틀을 설정하고, 건설 생산 체계의 룰을 정하는 건설시장의 리더로서 건설산업을 선도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공공발주기관의 기능과 역할이 이처럼 크고 넓고 중요하기 때문에 건설 선진국에서 건설사업의 성과는 발주자의 요구, 발주자의 눈 높이를 절대 넘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발주자의 혁신을 통해 건설산업 혁신을 추진해 왔다.
우리는 그동안 건설산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혁신 노력을 계속해 온 반면 발주자의 혁신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었다. 건설업계만을 문제 삼은 기존 정책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정부와 공공 발주자가 가진 기능과 역할의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설계용역이나 건설공사를 발주할 경우 발주자는 입찰자에게는 엄격한 자격 기준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사업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사업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발주기관의 책임자나 발주자에 대한 자격이나 역량 수준을 규정하는 기준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발주자가 어떤 부분의 역량이 부족한지, 부족한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 어떠한 교육과 노력이 필요한지를 판단조차 할 수 없다.
장철기 연구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