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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 기술’ 종합평가, 중소규모 공사에도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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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7-21 10:28:50   폰트크기 변경      
 정부 주도의 공공공사 입찰제도는 현재 철저하게 가격 위주로 운영되는 문제가 있다. 가격 경쟁 위주의 낙찰자 선정은 국가 예산 절감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총생애주기비용과 시설물의 품질, 그리고 기술 혁신을 통한 건설산업의 대외 경쟁력 향상 측면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건설산업의 기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2007년 9월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술제안입찰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기술제안입찰이란 발주기관이 제시한 실시설계서와 입찰안내서에 따라 입찰자가 시공계획, 공사비 절감방안 및 공기 관리방안 등을 제안토록 하고, 가격과 기술제안서를 함께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현행 기술제안입찰제도는 시행 실적이 미진하고, 외국 제도와 비교해도 제도의 운용이나 기술능력의 평가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종합평가낙찰제를 살펴보고, 국내 기술제안입찰제도의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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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부터 종합평가 낙찰제 확.

 일본은 통상 경쟁입찰에 있어서 예정 가격을 설정하고 이를 밑도는 최저가격의 입찰자를 계약상대방으로 결정하고 있지만, 공사 내용이 고도이거나 복잡한 경우는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 제안도 고려해 계약 상대방을 결정하는 종합평가낙찰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1999년부터 종합평가낙찰방식을 시범 실시해 왔으며, 2005년 3월 ‘공공공사의 품질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면서, 그동안의 가격 경쟁에 의한 입찰방식에서 탈피, 종합평가낙찰제를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 발주 공사도 종합평가방식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종합평가낙찰제를 고도기술제안형, 표준형, 간이형 등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종합평가방식의 절차는 일반경쟁입찰과 비슷하지만, 유형에 따라 기술제안서의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제출이나 심사 기간이 길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일반경쟁 입찰은 공고부터 입찰까지 대략 50일이지만, 고도기술제안형 종합평가방식은 짧아도 3개월 이상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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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형’ 종합평가방식 활성.

 일본에서 제도화된 간이형 종합평가방식이란 기술적 개선 여지가 작은 공사로서, 간단하고 쉬운 시공계획이나 동종・유사 공사의 경험, 공사 성적 등을 토대로 성능과 입찰 가격을 종합 평가하는 방식이다.

 간이형 평가는 공사현장 조건 등을 근거로, 적절하고 확실한 시공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나가노현의 경우 2004년부터 ‘공사성적 등 간이형 종합평가낙찰방식’을 도입했는데, 이는 최저투찰가격을 기본으로 한 가격점수(90~95점)에 공사성적, 지역요건, 사회공헌, 보유 공사, 기술자 요건, 경영 의욕 등 항목별 평가(5~10점)를 더해 종합평점이 높은 자를 낙찰자로 하고 있다.

 도쿄도는 2005년도부터 시공능력 심사형(간이형) 종합평가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이 방식은 공사 건마다 기술 제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공사성적 평점이나 실적, 배치예정 기술자수 등으로부터 기업의 능력을 점수화하고, 이를 응찰액과 종합 평가하는 구조다.

 이렇게 하면 시공능력이 없는 불량・부적격업자를 배제할 수 있는데다, 규모가 작고 기술 제안 여지가 적은 공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기술제안입찰은 일반경쟁입찰로서 난이도가 높은 대규모 공사에 적용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민간에 ‘기술제안’을 요구하는 공사를 반드시 대규모 공사로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히 300억원 미만에 적용하는 적격심사제의 경우, 운찰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기술제안입찰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즉 대규모 공사는 기술력에 의한 경쟁을 촉진하고, 턴키나 대안설계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에서, 보다 고도화된 기술제안입찰을 활성화해야 한다.

 반면, 중소규모 공사는 과거 공사경험이나 시공평점, 투입기술자의 능력 등 수행능력 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제안입찰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제안입찰 바람직한 운영안은.

 원가절감 치중 기술개발 어려.

 기술제안입찰이 단순히 해당 프로젝트의 원가절감에 치중한다면, 저가 자재나 저급한 노동력, 단순 공법 채용 등이 보편화되며, 기술개발을 이루기 힘들어 질 수 있다.

 건설업체 간 기술경쟁을 촉진하려면 공사비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신공법, 신자재의 채용을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로봇화나 공업화, UBR(Unit Bath Room)이나 시스템키친 등과 같은 부품화, 프리캐스트화를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생산설비 구축이나 시험 적용, 그리고 현장 확대에 이르는 리드타임(lead time) 때문에 공사비가 증액이 불가피한 것이다.

 골조 공사의 경우도 고성능콘크리트, 콘크리트충전 강관구조 등도 실물시험시공, 품질관리 측면에서 시공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설비를 보면 중수도나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이용시설 등은 초기 투자비가 늘어나며, 경제성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기술제안입찰을 통해 기술경쟁을 촉진하고, 신기술・신공법의 활발한 현장 적용을 위해 단순히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공사비가 더 들더라도 사회적 편익이나 미래지향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공기단축 평가방식 부작용 우.

 국내 기술제안입찰의 평가는 ‘공기단축’ 계획이 있으면 가점을 주는데,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상태에서 휴일 작업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한 24시간 작업 강행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결과적으로 공사 품질을 저하시키고, 산재 증가나 노동력의 질적 저하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입찰 단계에서 단순히 ‘공기단축계획’을 평가하기보다는 공사계약 체결 시 공기 단축에 관한 이익공유(profit sharing)를 통해 공기 단축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새로운 공법이나 공사관리기법을 도입해 공기단축계획을 세웠다면 시공방법이나 공사관리 분야의 평가에서 가점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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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치예정 기술자 평가 강화해.

 국내의 기술제안입찰에는 배치예정기술자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다만 입찰자격 사전심사(PQ)에서 기술자 보유 등에 대해 충족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투입예정 기술자의 전문적 능력(시공경험과 지식 등)과 해당 공사의 이해도 등을 면담 등을 통해 심의하고 있다.

 간이형 종합낙찰방식에서도 배치예정기술자의 능력 평가를 위해 시공경험과 과거 수행평가 평점 등을 확인하고 있다.

 건설업체 간 실질적인 기술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시공계획이나 설계측면의 개선 사항에 대한 심사도 중요하지만, 해당 공사에 투입될 기술자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술제안입찰 시 투입예정 기술자에 대한 평가를 신설하고, 기술자의 시공경험이나 과거 수행실적을 평가한 결과, 필요하다면 면담을 하는 등 인력 평가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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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제안서 작성용역비 보상.

 기술제안입찰 참여 시 기술제안서 작성기간은 현장설명일로부터 60일을 표준으로 하며, 공사의 종류나 목적, 특성 등을 감안해 최장 100일 이내에서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기술제안서 분량이 방대해지고 건설업체는 턴키나 대안입찰에 준하는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제안서 작성 비용에 대한 보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행 제도는 기술제안 점수가 높은 순으로 최대 6명을 선정한 후, 낙찰자를 선정하고 있는데, 기술제안점수가 높은 순으로 6개사에 대해서는 설계비 보상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제안된 기술 지적재산권 보.

 기술제안서는 회사 고유의 노하우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공법이나 기술이 제안된다. 이런 기술은 회사의 고유한 지적재산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최저가낙찰제의 저가심의에서 보듯이 해당 기술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발주자는 기술제안 심사에서 해당 업체의 고유 기술을 지적재산으로 보호해야 하며, 심의 때 이에 대해 각별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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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제안 내용 미이행 땐 페널.

 기술제안입찰은 민간이 제안한 내용을 전제로 낙찰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발주자는 계약대로 공사가 이행되는지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낙찰자가 제시한 기술 제안은 모두 계약 내용에 속하기 때문이다.

 기술제안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입찰설명서 등에 관련 규정을 설정해 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기술제안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공사에 하자가 생겼다면 공사도급계약서에 따라 하자보수를 요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시공 방법에 관한 기술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을 징수하고, 사후 평가 시 감점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시공사에 과도한 책임을 물을 경우, 적극적인 기술제안 의욕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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