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는 1920년대 말처럼 효율성을 앞세우는 시장경제가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경제의 안정 혹은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지금의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세계경제에서 절대적 강국인 미국, EU회원국, 일본 등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을 구체화한 녹색뉴딜을 경기활성화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혹은 적어도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을 건설산업에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입법예고 내용 번복, 재입법 예고.
최근에 포함된 내용을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이견으로 인해 입법예고됐던 사항이 번복되고 다시 입법예고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당초의 선진화 방안이 후퇴하거나 좌초되는 사례가 생겼는데 이는 건설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시장경제 아래 효율성을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건설산업 선진화 비전 2020’이 건설산업의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산업 선진화 비전 2020’에 포함된 건설산업의 실상을 파악하고 건설산업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들이 보다 광범위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건설산업의 문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건설산업 위기상황 재점검 필.
‘건설산업 선진화 비전 2020’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글로벌 가치창조 산업”을 목표로 “글로벌 스탠더드의 도입과 정착”이란 방향아래, 우리 건설산업의 위기상황으로 보고 이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그리고 ‘건설산업 선진화 비전 2020’은 이 같은 건설산업에 대한 반성과 원인 규명을 바탕으로 3대 목표와 5대 전략을 제시했다.
건설산업 선진화 비전 2020은 우리 건설산업의 위기를 △국가 경제성장 기여도 하락 △시공과정에서 사업비가 증가하고 사업기간이 증가하는 등 공공건설사업 성과 부실 지속 △해외 건설시장 글로벌 경쟁력 취약 △건설기술력 및 R&D 경쟁력 부족 △부정부패 이미지 만연 등으로 요약했다.
이런 위기의 구조적 원인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괴리된 과도한 법・제도와 규제 △중앙집중적・획일적 공공발주제도와 기술경쟁 부재 △설계・엔지니어링 역량 취약 △업종・업역구조 및 생산체계 경직성 △불공정 거래관행 및 후진적 건설문화 상존 등 다섯 가지로 파악했다.
그러나 이들을 건설산업의 위기로 봐야 할지는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선진화 비전이 위기상황으로 인용된 건설산업의 현황과 구조적 원인으로 인용된 사항 간의 연관성을 찾기도 어렵다.
예를 들면, 해외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근거로
이런 현상은 글로벌 경쟁력의 열등함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건설기업들이 매출보다는 수익 위주의 경영을 하고, 특히 해외건설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경우,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해 수익성이 좋아진 주택시장에서 브랜드를 내세워 시장지위를 확보했지만, 원자재 및 금융의 불안정 등 리스크가 커진 해외시장에 무리하게 진출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위기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다.
또 다른 면에서 건설산업이 국가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줄어든 이유를 건설산업 혹은 국가계약제도 관련 법・제도의 후진성에서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국가경제가 지식서비스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데 건설산업은 단순 기능인력의 투입에 의존하는 생산방식을 고수하면서 다른 산업에 뒤처지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정부패 이미지로는 불공정 거래관행 및 후진적 건설문화가 꼽히고 있다.
건설산업 선진화 비전 2020에 포함된 내용의 입법 과정에서, 입법예고됐던 사항이 번복되는 중 입법 취지가 완화되거나 표류되는 사례는 빈발하고 있다.
이는 건설산업의 위기상황과 원인을 이해당사자들이 합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설, 지속가능한 발전하려면.
대안으로 건설산업의 현황과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한 문제를 보자.
2009년 4월 발간한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먼저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노동자 일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많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는 건설산업에만 한정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대표적 제조업인 수송장비제조업에서도 확인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산업의 전반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건설산업에 투입되는 노동의 특징은 대졸 이상 수준의 고급인력 비중이 비교 대상 국가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수송장비제조업에 비해서도 낮다는 점이다.
우리보다 대학 진학률이 훨씬 낮은 비교대상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고급인력 투입비중이 낮다는 사실은 건설산업이 우리나라 산업구조 발전에 따라 지식서비스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보여 준다.
건설산업의 낮은 고급인력 투입비중은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나타난다. 건설산업의 자본 장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낮은 노동생산성과 함께 고려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커진다.
2005년 자본장비율이 2000년에 비해 줄었음에도,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자본장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수송장비 제조업의 경우, 오히려 비교 대상국가에 비해 자본장비율이 낮다. 그러나 높은 자본장비율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의 자본생산성은 비교대상국 중에서 낮은 편이다. 낮은 자본 생산성과 관련해, 주의할 점은 IT강국이라는 표현이 진부해진 우리나라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의 정보통신기술 관련 자본의 비중이 비교적 낮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은 고급인력 비중이 낮은 노동력의 대량 투입과 정보통신기술과 거의 결합되지 못한 자본의 대량투입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낮은 노동생산성과 자본생산성으로 귀결된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화두가 되면서 에너지, 자원 등 투입요소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산업구조를 지식기반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과제로 대두됐는데, 건설산업 또한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식서비스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즉, 전문성이 떨어지는 노동력의 대량 투입과 이를 조장하는 자본의 대량투입을 필요로 하는 생산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춘 노동력의 투입과 이를 보완하는 범위로 투입량이 조정된 자본의 투입을 요구하는 생산과정으로 건설산업은 진화할 필요가 있다.
인건비가 저렴한 대신 단순한 기능만을 수행해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투입요소라는 인식에서 현장 경험을 축적한 노동자들을 안정적인 고용계약으로 계속해서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건설생산과정에 투입되는 노동시장은 노동공급자 입장에서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 되도록 임금 상승뿐만 아니라 작업장 안전과 복지제도의 개선이 필요하고,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인력에 대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도 보충되어야 할 것이다.
빈재익 건산연 연구위.
공동기획: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