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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녹색비용ㆍ편익 정보인프라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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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7-12 05:00:01   폰트크기 변경      
김원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
   
 건축물은 지구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공 시설물이다. 유엔환경프로그램(UNEP) 조사에 따르면 지구 전체 이산화탄소의 40%가 건축물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구 원자재 소비 및 폐기물 배출의 30%가 건축물에서 파생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건축 부문은 지구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거 및 상업 건축물이 소비하는 에너지량은 세계 권역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최소 22%에서 최대 5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러한 통계 결과는 곧 건축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량을 줄일 수 있는 녹색 건축물의 생산이 부존 에너지 자원을 절약하는 동시에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지름길이 됨을 의미한다. 실로 건축물에서부터 출발하는 녹색 혁명이 필요한 것이다.

 국내 녹색 건축물 정책 및 인증 현황

 우리나라 정부는 녹색성장 기조 아래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 감축을 위한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제시한 우리나라 정책 방향은 △2010년 에너지 총량제 도입 △2012년 주택에너지 30% 절감 △ 2017년 주택에너지 60% 절감 △2020년 비주거 건축물에너지 60% 절감 △2025년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과감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추가적인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녹색 건축물의 시장 동향 및 전망에서도 녹색 건설시장 성장의 장애 요인으로 초과 비용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었다.

 이 같은 우려는 국내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그림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최근 녹색 건축물의 인증 실적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녹색 성능이 낮은 우수등급 취득 비율이 94%(2,001건)였으며 최우수등급은 6%(130건)에 불과했다. 녹색 효과가 큰 최우수등급의 취득 비중이 낮은 것은 추가되는 녹색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녹색건설의 필요성과 정부의 과감한 목표 설정에도 불구하고 왜 녹색 건축물에 추가되는 비용은 아직까지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가?

 녹색 건축물의 비용 및 편익 관련 문제점

 첫째, 녹색 건축물에 대한 경제성 정보가 부족하다.녹색 선진국인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녹색건설 비용과 그 효용에 대한 다양한 분석 사례를 통해 투자의 타당성과 경제성의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녹색 비용 및 편익 정보의 축적 및 관리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10여년간 추진해온 국내 녹색건축물 건립 실적에도 불구하고 비용 및 편익에 관련된 실용적인 정보는 빈약하다. 아울러 이러한 실적 자료가 일관되게 축적될 수 있는 범 산업적인 비용 및 편익 자료 관리체계도 존재치 않는다. 셋째, 녹색 건축물 인증체계의 경제적 계량화 작업이 미흡하다. 국내 친환경 건축물 인증 항목 중 에너지 성능 평가는 단순한 평점(평점 = [가중치] × [배점])을 계산하는 것으로 실제 얻을 수 있는 에너지 효율화의 정도나 절감 수준의 평가는 배제되어 있다. 반면 미국 LEED의 경우 건축물에 대한 에너지 모델이 가동되어 그 절감목표치를 수량화할 수 있다. 실제 친환경 계획 과정에서 에너지 절감 목표와 그 절감 수준이 구체적으로 계량화되어야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까지 제시될 수 있다.

  

 생애주기 관점에서의 비용ㆍ편익 요소 규명

 녹색건축물 건설의 경제성을 파악하기 위해 향후 녹색건설 비용의 개념은 총 생애주기 비용의 관점에서 비용 및 편익 요소와 그 상호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녹색 요소로 인해 투입되는 초기 투자 비용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시설물의 준공 후 건축물 가치 상승분(임대율, 임대비, 매매가 상승 등)이나 유지관리비용 절감(에너지 비용, 관리비 등)과의 상호관계까지 실증적으로 조사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녹색 비용 요소와 실질적인 경제적 편익 및 성과 요소들이 투자의 타당성 분석 및 예산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제공돼야 한다. 이미 녹색 선진국에서는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녹색 건설 비용 정보나 운영 및 유지관리 단계에서의 편익 자료들이 축적되고 있으며 이를 상용화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한편 총 생애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의 개념과 연동해 건축물 자재의 생산 비용까지 포함한다면, 녹색건설 추진에 따른 구체적인 투입과 효과를 분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녹색건축물 비용 축적 메커니즘 개발 필요

 녹색건설 비용을 체계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녹색건설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칭 ‘녹색분류체계(Green Breakdown Structure)’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녹색 비용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시설물 유형, 녹색 요소, 적용 단계, 비용 유형, 비용 품목별로 해당 비용을 코드화해 체계적인 정보의 축적과 활용을 가능케 해야 한다. 이렇게 추출된 녹색 비용 정보는 향후 공공 또는 민간 녹색건축물의 예산 수립이나 견적에 활용할 수 있는 완성형 녹색비용 정보집 작성을 위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녹색건설 비용 정보집에는 단위 면적당 공종, 부위별 단가 자료뿐만 아니라 재료별, 총 생애주기 비용 등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수록해야 할 것이다. 해당 시설이 녹색건축물로 계획될 경우 공사 단가 역시 기존의 일반 단가가 아닌 녹색건설 정보집을 활용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녹색건설에 필요한 예산이 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정 공사비가 확보될 수 있고 생산 주체의 원가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제반 제도 및 기준의 개선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공공 녹색건축물과 관련해 기존의 표준품셈과 실적공사비 활용체계 규정에 대한 조항 신설이 검토돼야 한다.

 비용ㆍ편익 정보 인프라 구축과 활용

 녹색건설 관련 주체들이 건설 제 단계에서 녹색건설 비용 및 편익 정보를 참조할 수 있는 녹색정보 인프라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림2는 그 기본 체계 및 활용 방향을 도식화한 것이다. 녹색건설 사업의 사례에서 추출된 비용 및 편익 정보는 각각 녹색건설 비용 정보 데이터베이스와 녹색건축물의 성과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야 할 것이다. 녹색건축물의 비용 정보 데이터베이스는 시설 유형별, 부위별, 시스템별, 재료별 단가 및 가격 등의 초기 녹색투자 비용 관련 정보를 축적한다. 녹색 건축물 성과정보 데이터베이스는 해당 녹색기술 및 상품 투자에 대한 운영 유지 절감액, 비용 회수기간 등의 경제적 성과 정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에너지 및 수자원 절감량 등의 친환경 성과 지표와 임대율, 임대료, 매매가 등의 시설물 가치 상승 정보를 포함할 수 있다. 신규 녹색건축물 건설 시의 설계 및 예산 수립 의사결정에 필요한 비용 및 편익 정보는 생애주기 비용 모듈, 에너지 모델링 모듈, 검색 엔진 등을 포함하는 웹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제공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녹색건설 비용정보의 구축은 국토해양부가 주관하고 국내 친환경건축물 인증기관이 지원해 개발하고, 중장기적으로 민간에 이양하는 형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녹색건축물의 비용 및 편익 정보 인프라 체계는 현행 친환경 건축물 인증체계의 관련 기준이나 녹색 관련 정책 및 제도를 정비하는데도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녹색건축물의 실제 성과를 토대로 비용 효과적인 녹색 설계기준이나 인증체계의 개선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친환경 인증을 취득한 녹색건축물별로 실제 소요된 녹색 비용과 발생한 에너지 절감률 등의 실적 성과치를 분석한다면, 인증 등급별로 기대할 수 있는 경제성의 계량화된 잣대까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녹색건축물의 경제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곧 녹색건축물에 대한 투자 기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기술개발의 지연과 녹색건축물 상품화의 지체로 이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최근 확대 추세에 있는 글로벌 녹색 건설시장으로의 진출 기회가 상실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공격적인 녹색성장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투자는 향후 더욱 확대될 것이다. 경제성이 충분히 뒷받침된 녹색건축물 상품화는 현 시점에서 철저히 준비돼야 한다. 또한 글로벌 녹색시장 선점과 차별화된 국가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비용 효과적인 녹색 건설기술 및 관리 역량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첫 단추는 녹색정보 인프라체계 구축에 있다. 녹색건축물의 상품화와 녹색건설 역량의 강화로 나아갈 선순환은 녹색 정보 인프라 체계 구축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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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신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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