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선점 위한 리스크 관리시스템 역량 제고
- 유위성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wsyoo@cerik.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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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건설시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09∼2010년에 다소 주춤했지만, 장기적 성장세를 볼 때 침체된 국내시장의 불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필수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시장 환경의 빠른 변화 및 성장에 따라 해외수주 확대 전략을 지향하는 국내업체들은 글로벌 기업과의 심각한 경쟁에 맞닥드려야 할 입장이다.
세계 경제 및 건설시장 전망 전문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Global Insight)>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올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하반기 혹은 2012년 상반기부터 세계 건설 경기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시장의 지역별 및 부문별 성장은 다소 차이가 있지나 2020년까지 평균적으로 3∼4%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은 전체 평균 성장률인 약 3.5%보다 높은 5% 이상의 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지역의 도시개발사업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산업기반시설물 수요 증가와 지속적인 유가 상승이 해외건설시장 규모를 확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국내업체들의 진출에 어려움이 있는 중동 및 아프리카 권역에서는 유가 상승과 정부의 공공사업 투자 확대로 순조로운 건설투자시장 회복이 점쳐지고 있지만, 최근 이집트 및 리비아를 비롯한 몇몇 국가들의 민주화 운동으로 당분간 정치적, 종교적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칠레, 페루, 콜롬비아를 포함한 중남미 지역은 작년부터 침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해 2015년까지 평균 6.5%의 성장률이 기대되며 도로 및 에너지 관련사업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서유럽과 북미권 시장 규모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결과적으로 이들 시장에서 활약하던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함으로써 향후 국내업과의 경쟁을 한층 심화시킬 예상된다.
한편 해외사업 수주 비중을 높이려는 국내 건설사들의 노력은 저가수주 및 리스크 감수라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사업의 특성에 적합한 리스크 평가ㆍ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체계적 리스크관리 시스템의 구축은 성공적 사업 수주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매우 중요하다. 국내 주요 업체는 자체적 리스크 평가ㆍ관리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업관리 시스템과의 통합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여전히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
해외수주와 리스크관리 역량 제고
작년 국내기업들의 해외시장 수주 실적은 약 715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건설시장 성장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의 수주 실적은 산업설비분문(전체 대비 80% 이상)과 일부 국가들(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 편중돼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는 해외 신시장ㆍ신사업에서의 수주 선점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중동 및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의 정치적 혼란은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 수주 전략 및 계획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수주 실적 구조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저해하고 향후 기업의 수주 확대를 위한 사업계획 및 새로운 사업 발굴, 효율적 파이낸싱, 생산성 높은 운영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수행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 더구나 국내 기업들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은 아직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사업관리와 연계된 시스템 개선은 수주지역ㆍ공종 다각화를 추구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외사업 수주 및 수행을 위한 리스크 요인은 국내사업의 경우와 상이할 수 있다.
특히 진출국의 법ㆍ제도 및 문화 등 지역적 특성은 해외사업 리스크관리의 성공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사업 유형에 따라 진출 국가의 금융적ㆍ제도적 여건들은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객관적인 평가 및 관리 시스템이 사전에 충분히 준비돼야 한다.
가령, 사업 생애기간 중 구매 및 조달 단계에서 인력 및 장비 시장 여건과 관계된 리스크와 폐쇄적인 세금 및 관세 기준은 기업 이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또한 정국 불안, 사회 혼란 등과 같은 ‘알려졌으나 확인되지 않은(known- unknowns)’ 리스크 요인, 그밖의 지리적 여건 및 국가 분쟁에 대한 리스크 요인은 사업 목표 달성과 직접적 연계성을 가진다.
국내 대형 기업들은 과거의 단순도급형 수주를 위한 시공자 관점의 리스크 요인 도출, 평가, 분석, 관리에 집중해 왔지만, 최근 다양한 발주방식에 따라 리스크관리의 프로세스 변화가 요구된다. 즉 도시개발, 패키지 딜 등의 개발형 사업에서는 발주자와 시공자 관점을 통합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발주자 및 시공자 관점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과 함께 사업의 특성과 다양한 발주방식을 반영할 수 있는 맞춤형 리스크 대응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국내외 주요 리스크관리 시스템은 사업의 생애 기간 동안 적용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리스크 요인 간의 상호관계를 제대로 반영하기는 어렵다. 또한 주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을 살펴보면, 과거의 리스크 감수 및 수주확대 전략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사업 초기 영업단계 중심으로 리스크관리 체계가 구축돼있다. 계약 이후 단계별 리스크 요인의 재평가 및 추적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리스크관리 시스템으로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빠르게 성장하는 해외시장을 주도적으로 선점하기 위해 국내기업들은 체계적이고 사업의 특성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맞춤형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사업관리 시스템과 연계성을 유지하면서 운영될 필요가 있으며, 지역과 사업의 특성을 고려한 전문 인적자원을 신속히 확보하고 그 역량을 향상시킬 준비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과제
해외사업의 수주 기회가 다양해지는 만큼 기업의 진출 사업과 시장도 폭 넓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한 발주방식의 해외사업은 기존의 개별사업 중심 리스크관리에서 전사적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스크 관리전략으로 전환돼야 함을 시사한다.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단위의 리스크 요인들을 통제하기 위한 리스크 전략과 관리 대상인 리스크 요인이 이원화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입찰, 견적, 계약, 설계, 구매조달, 시공, 시운전 단계로 구성되는 해외사업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 요인들은 다양하다. 이들 요인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사업목표 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요인 간의 상호관계 분석을 통한 대응전략 수립은 목표 달성에 대한 신뢰성을 향상시킨다.
또한 사업의 다양한 여건을 고려할 수 있는 유연한 리스크관리 시스템은 수주 정보의 신속한 분석과 대응전략 수립을 지원함으로써 수주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불확실성이 많은 해외시장에서 의사결정 역량을 향상시키고 합리적인 기업 경영 및 수익 창출을 가속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기업들이 기 진출한 시장과 사업에 편중된 해외전략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의 성장 추세에 따라 해외시장 진출 확대 전략과 함께 이제는 해외사업 리스크 감수라는 전략을 통해 기업 이윤을 극대화하는 리스크관리 시스템 보유가 선행과제라 하겠다.
세계시장 성장은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확대 전략에 유리한 기회로 작용하는 반면, 수주된 사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신속한 확보 및 그 수행 역량을 향상시켜야 할 부담도 가중시킨다. 이는 해외 환경에 적합한 사업조직 구성과 전문화된 인력을 단기간에 충원할 수 있는 지속적인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구축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시장 확대는 과거의 충분한 경험이 축적된 사업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신사업 수주 가능성 확대는 기업의 ‘가치 사슬(value chain)’ 확장을 위한 기회다.
단순도급형이 아닌 개발형 사업 수주는 기업의 수익성 창출과 이윤 확대를 위한 유리한 기회지만 기존 시공자(Builder) 관점의 리스크관리 외에 발주자(Investor) 관점의 리스크관리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결국 발주자 및 시공자 관점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이제 국내기업들의 다양한 신시장ㆍ신사업 진출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은 진출국에 대한 정치ㆍ제도적 지원과 함께 기업들의 자체적 준비가 철저히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여전히 사업관리 기능 차원에서 인식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야 하며, 수주 경쟁에 치우쳐 저가 수주 및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해외시장은 단순도급형 사업에서 기술력과 고도의 관리능력을 요구하는 전문화ㆍ고도화 사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결국 체계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과거에 축적된 데이터 및 정보를 새롭고 다양한 해외시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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