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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리포트>물가상승률 고려한 주택가격은 오히려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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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9-20 08:00:02   폰트크기 변경      
아파트 공급 변동폭 줄일 정책 구사해야 안정 가능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게 대체적 인식이며 거품 붕괴, 즉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강해지면서 전월세가격만 오르고 매매가격은 정체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그러나 지난 25년간의 주택가격을 물가상승률과 비교해 보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분석 근거인 국민은행 주택통계의 문제점에 대한 반론도 있지만 그 동안 정부 주택가격 통계의 기초자료로 활용된 점을 고려하면 간과할 수 없는 통계치다. 실질 주택가격이 오히려 떨어진 것이라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매매가격의 턱 밑까지 따라잡은 전세가 수준까지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수도권 주택매매 시장도 바닥을 치고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실질 주택가격 변화 

 전국 주택가격은 주택통계가 처음 작성된 1986년부터 작년까지 25년간 138.4% 상승했다. 연평균 5.54%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물가는 191.1%(연평균 7.64%) 올랐다. 전국 기준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돌아 실질 주택가격은 더 떨어진 셈이다.

 전국에서 가장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은 서울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주택가격은 25년간 178.6% 올라 연평균 7.14% 상승했으니 실질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주택 유형별로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국 기준의 아파트 가격은 25년간 279.9% 올라 연평균 상승률(11.2%)이 물가 상승률을 웃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5년간 368.7%가 상승해 연평균 14.7% 정도 상승했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의 연평균 상승률(17.96%)은 물가 상승률을 2.5배 가량 상회한다.

 주택 유형별 가격 평균으로 보면 물가상승률 이하였지만 아파트만 놓고 보면 가격 등락 속에서도 장기적 움직임은 상승세였다.

 주기적 주택수급 불균형이 변동 폭 키워

 주택가격도 거시경기처럼 순환 변동한다. 가격이 상승하다가 정점에 이르고 점차 하락하다가 바닥을 친 후 다시 상승하는 파도 형태의 순환 사이클을 보인다.

 이런 변동의 원인은 주택수급의 불균형이다.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면 주택을 공급하려는 업체가 많아져 공급이 늘어난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지고 건설사들은 다시 줄어 공급량도 감소한다. 그러면 주택가격이 다시 오르는 등 이런 과정이 되풀이된다.

 국내 주택 순환 변동은 두드러지는데, 이는 높은 아파트 비중 탓이다. 1990년대초 주택 공급 200만호 정책이 추진된 후에 아파트는 주택공급의 주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2001~2002년, 2011년처럼 전세가 급등기에는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단기주택 공급 비중도 증가한다.

 단독주택과 달리 아파트는 규모가 큰 공동주택 형태이므로 호황기에는 공급 단지 규모가 훨씬 거대해진다. 공급자 측면에서도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공급량이 수요를 넘어서면 미분양이 발생하고 미분양이 준공후 미분양으로 장기화되면 이를 공급한 건설업체들은 유동성 위기에 빠지거나 도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반대로 아파트 공급량이 급감한다.

 국내 주택시장은 이런 과잉공급, 과소공급이 반복돼 왔다.

 외환위기 후 주택수요 위축과 건설업체 부도로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가 2001년 이후 전세가격 및 매매가격 상승 그리고 저금리가 겹치면서 2007년까지 공급이 급증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급이 급감했다. 이 시기의 주택 공급량 감소로 인해 2011년 이후 전세가 폭등이 나타나고 있다.

 여섯 번째 순환 변동 진행

 1986년 이후 국내 주택가격에 물가를 반영해 실질가격의 순환 변동을 분석하면 다섯 번의 순환 변동을 마치고 여섯 번째 변동이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 주택가격 통계가 작성된 1986년부터 살펴보면 일단 가격하락 국면이 먼저 나타난다. 1순환기 하락 국면이다. 1986년 1월부터 1987년 8월까지 20개월간 7.13% 떨어졌다. 월 평균 0.36%의 하락률이다.

 1987년 9월부터 2순환기 상승국면이 시작되면서 1991년 4월까지 44개월간 34.9% 올랐다. 이 기간이 주택가격 폭등기였고 월평균 상승폭이 0.79%에 달했다.

 2순환기 하락국면은 1991년 5월부터 시작해 1998년 10월까지 90개월간 이어지면서 47.1%가 하락했다. 폭등기 이후 장기간의 하락국면은 ‘산이 높으면 골이 깊던가 아니면 골이 길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1998년 외환위기 때 단기 하락폭이 커진 후 3순환 상승국면이 나타난다. 1998년 11월부터 1999년 9월까지 11개월간 3.42% 상승했다. 월 평균 0.31%나 올랐다.

 3순환기 하락국면은 1999년 10월부터 2001년 3월까지 18개월간 이어졌고 4.64% 하락했다. 이 국면에는 월평균 0.24%가 떨어졌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주택공급이 부족해져 입주량 부족 여파가 나타나 4순환기 상승국면에 진입했고 2001년 4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30개월간 26%가 상승했다. 월 평균 0.84%의 상승폭이다.

 4순환기 하락국면은 2003년 11월부터 2005년 3월까지 17개월간 7.8% 하락했고 5순환기 상승국면은 2005년 4월부터 2007년 1월까지 22개월간 월평균 0.6%씩 13.3% 상승했다.

 5순환기 하락국면(2007년 2월~2010년 9월까지 44개월간)에는 5.68%(월 평균 0.13%) 떨어졌고 6순환기 상승국면(2010년 10월~2011년 7월까지 10개월간)에는 월평균 0.25%씩 2.5% 올랐다.

 하강기만 파악되는 1순환 국면을 제외하고 2차 순환부터 현 6차 순환국면까지의 가격상승 요인을 살펴보면 2순환기는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진출 시기로 주택공급 능력보다 실수요 증가가 컸기 때문이다.

 3차 순환 상승국면은 외환위기 이후 급락했던 부동산 가격이 단기적으로 반등하는 과정이며 4차 순환국면은 외환위기 때 감소한 주택공급 여파로 전세가와 매매가가 상승했고 금리마저 한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주택수요를 더욱 키웠다. 2005년 이후 5차 순환국면은 주택 공급은 많았지만 전세계적 저금리 속에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가수요가 급증한 시기였다.

 마지막으로 최근의 6순환 상승국면은 2007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2008년 전세계적 금융위기, 대규모 미분양 물량 발생 등으로 신규 아파트 건축이 위축되면서 나타난 주택공급 부족이 원인으로 보인다. 2010년 이후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지방의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서울시는 바닥 접근, 부산시는 6순환 상승세

 6차 순환과정에서는 지역별 시장 차별화가 심해 서울, 수도권의 가격상승을 체감하기 힘들었다. 지방과 서울 수도권이 확연히 다르게 움직이고 있어 수도권은 서울 사례를, 지방권은 부산 사례를 토대로 차별화 정도를 살펴본다.

 서울시의 주택 실질가격 장기 순환국면은 5순환 하강국면이 2008년 8월 이후 35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월평균 0.24%의 주택가격 하락률을 보였다.

 5순환 하강국면의 바닥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2011년 하반기 이후 4~5%를 넘나드는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여전히 바닥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서도 주택공급 부족으로 전세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2012년에도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는 측면까지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사이에 바닥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지방권은 전세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매매 가격까지 상승하는 국면에 이미 진입해 지속되는 형국이다.

 부산시의 장기 실질 주택가격 추세를 분석하면 6순환 상승국면이 뚜렷하다. 5순환 하강국면은 2009년 4월에 마무리되고 2009년 5월부터 6순환 상승국면에 진입했으며 27개월 동안 월평균 0.73% 정도씩 오르고 있다.

 2순환 이후 순환국면마다 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았으나 6순환 상승국면은 이미 4순환 상승국면의 상승률과 동일한 0.73%까지 올라 1980년말과 1990년 초 이후 거의 30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장기적인 지역 시장 침체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상황이 지속된 데다 수도권에 비해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낮고 전세비율(전세가격/매매가격)이 높은 특성 탓에 투자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지역별 순환 주기나 가격변동 폭의 차이는 있겠지만 순환 변동은 지속될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 시장이 아파트 위주로 주택을 공급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기 때문에 주기적인 과잉 공급과 과소 공급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이런 추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고 서울ㆍ수도권의 주택가격도 상승폭이 가파르지 않겠지만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정리=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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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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