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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실장 |
최근 유럽연합(EU)이 항공업계에 탄소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중국은 유럽연합이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 유럽지역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의 항공기 구매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왜 이처럼 전 세계의 국가들은 탄소세 도입에 민감한 것일까.
탄소세는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세금을 기업에 매겨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려는 제도이다. 현재 독일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도입되었거나 도입 중에 있다. 호주정부는 올해 2월 탄소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고 12월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1t당 23호주달러(약 2만7000원)를 부과할 방침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탄소세 도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충분히 대비를 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부터 중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제품에 대해 탄소 1t당 10위안(1800원)을 부과할 예정이며, 2020년에는 40위안으로 올릴 계획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각국은 우수한 자국의 녹색기술을 바탕으로 하여 국내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탄소세 부과에 적극적이다. 선진국의 경제는 탄소배출이 적은 서비스 산업 위주로 고도화되어 있고 제조업 역시 발달된 녹색기술의 도입으로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중국처럼 개발도상국들의 경우에는 저가 수출품과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세 부과는 이들에게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즉, 탄소세는 개발도상국에 합법적인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 국내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저탄소 배출형 산업으로 변화함과 동시에 꾸준히 저탄소 녹색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비용ㆍ저탄소 중온 아스팔트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한국형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LEADCAP)는 국내건설산업계가 전 세계적인 탄소세 부과에 대처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는 쉽게 말해 생산시 석유연료가 적게 사용되고 또한 탄소배출도 적은 친환경 아스팔트이다.
현행 국내에서 도로포장에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아스콘(아스팔트와 골재의 혼합물)의 경우 생산플랜트에서 생산과정 중 1t당 약 9ℓ의 벙커C유를 필요로 한다.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연간 약 2억6000만ℓ(2008년 기준)의 석유연료가 도로포장을 위해 사용되고 이에 따라 연간 약 80만t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한다.
기존의 도로포장은 이산화탄소 발생 외에도 다른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아스팔트 도로포장시에는 아스콘의 온도가 높아 여름철 아스팔트 포장이 진행되는 주변지역의 온도를 높여 도로포장지역을 지나가는 운전자나 보행자를 불편하게 한다. 또한, 포장공사로 인해 도시지역의 경우 열섬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도로포장 후 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 너무 오랜시간이 걸려 물류를 담당하는 운전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기도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이러한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 공법을 개발하였다. 벙커C유를 사용해서 섭씨 160도 혹은 170도의 고온에서 아스팔트 골재를 가열한 후 아스콘을 생산해 도로 포장하던 것을 120도에서 130도 정도의 온도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도록 한 것이다. 아스팔트 골재 가열시 필요로 하는 석유연료와 이때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 공법의 핵심은 연구원이 개발한 첨가제에 있다. 폴리에틸렌 계열 재료의 첨가제는 왁스성분의 비극성 부분과 아스팔트 친화력에 해당하는 극성부분을 동시에 갖는 결정화 조절제를 사용함으로써, 왁스의 결정화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일반적인 왁스 계열 첨가제의 가장 큰 단점인 아스팔트의 저온균열을 보완했다.
또한, 아스팔트와 골재간 접착력 증진 재료를 참가해 가열아스팔트보다 뛰어난 수분저항 특성을 지니게 되며, 이는 여름철 강우시 골재탈리 및 포트홀 발생을 억제시켜 도로 수명을 증진시키는 장점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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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CAP 중온화 첨가제 개발 구상도 |
친환경 아스팔트의 효과
아스팔트 생산 1t당 약 3ℓ의 벙커C유 및 약 10k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국내 아스팔트 생산량(2008년 기준)으로 산정하면, 석유연료비는 연간 약 1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약 30만t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는 기존 가열 아스팔트 포장공법 대비 약 2시간 전 조기 교통개방이 가능하다. 덕분에 공사시 차량정체로 인한 차량연료비 소모, 이로 인한 탄소배출량의 증가 등과 같은 사회지출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2008년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 포장공법의 개발을 완료하고 같은해 10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국도 28호선에 최초로 시험시공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5개 국도와 2개 고속도로에 한국형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의 시험시공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결과, 포장시 우수한 성능을 보임을 확인했다.
지난해 4월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으로 중온 아스팔트 기술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2010년 12월 국토해양부에서는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 혼합물 생산 및 시공지침’을 발간해 실무자들이 중온 아스팔트 포장을 도로 설계 및 시공에 적극 반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연구원이 개발한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의 시장 수요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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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CCAP 및 다른 기술 비교표 |
친환경 아스팔트 포장은 세계적인 추세
해외 도로포장시장은 연간 약 28조원으로 추산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중온 아스팔트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우선 많은 중온 아스팔트 기술이 상용화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 거의 모든 주의 교통국에서 중온 아스팔트 포장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미하원은 연방도로국에서 지원하는 도로공사에 중온 아스팔트를 사용하는 법안에 대해 상정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중온 아스팔트 기술에 재활용 아스팔트 골재를 50%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재활용 중온 아스팔트 개발을 유럽연합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 올해부터 정부에서 발주하는 도로공사에 대해 지정한 재료만을 반드시 사용하도록 하는 그린조달 시스템에 중온 아스팔트 혼합물을 포함시켜 중온 아스팔트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 교통운송 5개년 발전계획에서 고속도로 건설과 에너지 절약 기술발전을 위한 사업으로 중온아스팔트 포장 기술과 재활용 기술 사용을 명시하고 있다.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2015년까지 가열 아스팔트 포장의 50%을 중온 아스팔트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선점 가능성 높아
연구소가 개발한 한국형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의 기술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 말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해외수출 전망도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형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는 해외선도기술과 성능 비교를 한 결과, 소형변형 저항성ㆍ피로균혈 저항성ㆍ수분저항성 부문에서 25~30% 포인트 이상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0% 국산화가 가능해 해외선도기술의 60% 가격으로 공급을 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에서도 우월하다.
해외시험포장에 사용된 기술은 저탄소 첨가제를 개선하여 기존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 기술보다 첨가제 사용량을 약 30% 정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저탄소 첨가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저탄소 중온 아스콘 생산시에 사용되는 핵심적인 재료로써 저탄소 첨가제의 성능에 따라 아스콘 생산 및 시공시의 온도 저감 효과가 결정된다.
한국형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의 우수성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진행된 해외 시험시공에서도 입증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해 9월 포르투갈 포르토 지역에 처음으로 시험시공했으며, 2010년 12월에는 일본 히메지 지역에 시험포장을 하고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녹색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개가를 올렸다.
또한 지난 8월과 9월에는 미국 아이오와주 아이오와시티와 태국의 고속도로에 시험시공도 마쳤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도로포장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에서는 지난 9월 강소성 및 산둥성 지역 도로에 시험시공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 산동성은 관내 건설될 고속도로에 연구원의 한국형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을 포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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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험시공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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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시 온도 측정 |
녹색기술 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 필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이번 해외시험포장의 성공으로 연구원의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가 향후 외국의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와 경쟁하더라도 뛰어난 경제성과 사업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해외 선진국들이 우수한 자국의 녹색 경쟁력을 바탕으로 탄소세와 같은 무역장벽을 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만든 우수한 국산 녹색기술로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해외건설산업시장에 대응하려면 녹색기술 개발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서는 산ㆍ학ㆍ연이 합심해 기술개발에 나서는 한편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권수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