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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모델링에는 대수선 리모델링도 존재하며 이 방식은 전혀 다른 작동 메커니즘을 가진다. 대수선 리모델링은 주거전용면적의 증축이 수반되지 않고 건축법 규정에 의한 대수선이 발생하는 리모델링을 지칭하며, 10년이 경과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증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분양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대수선 리모델링은 자산가치 증대 보다는 주거환경 개선이 본질적 목적이 된다.
선진국의 리모델링은 전면 철거보다는 부분적 갱신, 수복형 재생, 도시블록의 복원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추진 방식은 각국의 상황에 따라 상이하지만, 노후한 건물을 전면 철거하고 재건축하기보다 리모델링을 통해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추세는 공통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주로 저소득층 아파트 주민의 주거수준 저하 방지와 에너지 절약 및 친환경성 유도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공공 임대주택이 주류인 선진국의 공동주택에 비해 우리나라의 공동주택은 대표 주거 유형이라는 점에서 더욱 광범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대수선 리모델링은 사업성에 기반한 정비 방식이 아니므로 비용이 핵심 문제이며, 이제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미래 주택수요 감소를 감안할 때 증축 리모델링, 재건축 등은 분명히 지속적인 노후주택 정비 수단으로서 한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즉, 비용 측면에서 증축 리모델링 추진이 불가능한 공동주택의 잠재된 주거성능 향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대수선 리모델링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대수선 리모델링 지원의 당위성에 대한 논란
대수선 리모델링은 재건축 및 증축 리모델링의 여의치 않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하여 국민 주거환경 개선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 단지들을 지속적으로 사업의 수익성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대수선 리모델링으로 수요를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그 방안은 공공성의 확보를 전제로 한 정책적 지원의 확대이다.
하지만 대수선 리모델링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당위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원칙적으로 개인 소유의 민간 아파트는 장기수선충당금을 활용하여 그 소유주가 유지보수 및 개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현재의 노후 아파트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선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측면도 있다. 장기적으로 주택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라 많은 노후 아파트가 슬럼화될 수 있다. 노후 아파트의 슬럼화 문제는 주거 안전성 악화 외에도 주거 양극화, 범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이 경우, 결국 정부가 슬럼화된 아파트의 처리에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으며 더 큰 사회적 비용이 수반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 지원을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공익성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관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는 공익성의 확보를 보다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제공하고, 지상의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개선은 충분한 공익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주동의 외관 향상을 통한 도시경관 제고, 옥외환경 개선으로 인한 쾌적성 확보, 주차장 개선을 통한 보행환경 개선, 주민 편의시설의 개선 등 광의의 효과도 공익성의 관점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친환경 리모델링, 내진 보강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과제에 부합하는 리모델링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수선 리모델링 지원 방안
사업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대수선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유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대수선 리모델링의 저비용화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사업 범위 및 다양한 사업 유형 제시, 저비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개발 등에 대한 건설업계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정부의 지원이다. 대수선 리모델링의 사실상의 성패는 정부가 소유자의 비용에서 얼마만큼을 덜어줄 수 있는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첫째, 금융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주택기금 운용계획에 실질적인 자금계획 및 구체적인 지원방안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보다 바람직한 방안으로서 현행 공동주택의 장기수선충당금 제도와 연계하여 공공이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주택금융지원기구를 통하여 수선적립금을 적립하고 있는 공동주택의 관리조합을 대상으로 공용부분에 대해서만 대수선 리모델링 자금을 융자해주고 있다. 우리도 국민주택기금의 일부를 노후 공동주택의 대수선 리모델링을 위한 지원 기금으로 할당하여 현행 장기수선충당금제도와 연계 운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 리모델링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녹색성장과 관련하여 공동주택의 대표적 과제는 건축물 성능 향상을 통한 에너지 절감으로서, 노후주택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국가적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리모델링을 통한 에너지 절감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친환경 리모델링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자재, 설계 등은 높은 초기 설치비 또는 공사비가 요구되므로 거주민의 경제적 능력을 감안하여 국가의 보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보조는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 인증제도와 연계하여야 하며 지원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향은 건설비용 지원 및 세제 감면 등이 될 것이다.
셋째, 내진 보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1988년 이전에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거나 1990년대 초반까지 내진설계 기술이 정착되지 않은 단계에서 시공된 건축물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국내 아파트의 내진성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748만호 가운데 약 134만호(17.9%)는 취약, 약 244만호(32.6%)는 미흡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주택의 내진 성능을 높이는 방안으로서 리모델링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따라서 정부의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과 함께 재산세 감면 등의 지방세 경감 및 재해보험율 차등적용과 같은 지원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지자체 차원의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내 리모델링을 효율적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리모델링 관련 전문가 파견 및 상담 제도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지원으로서 일본에서와 같이 지자체 차원에서 리모델링을 위한 융자금의 이자를 일부 보전하는 방식도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다섯째, 체계적인 공동주택 관리 및 리모델링 지원을 위한 공적 시스템 구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노후 공동주택의 유지관리 및 리모델링을 체계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공동주택관리기본법’ 제정이 요구되며, 정부 내 전담 부서 설립 또한 그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가칭) 주택관리 및 리모델링 센터를 설립하여 전방위적으로 효율적인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맺음말
대수선 리모델링은 쉽지 않다. 노후 공동주택 정비에 있어 정부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주택가격 상승 구조를 바탕으로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지원 없이 재개발, 재건축 등의 정비수법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구조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이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택수요의 변화와 이로 인한 주택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모든 변화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 위주의 주택시장 정착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사업성에 기반한 주택정비가 용이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전세계에서 유래없는 아파트 위주의 주거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노후화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노후 공동주택의 유지관리, 리모델링, 재건축 등 순차적 접근에 대한 장기적이고 큰 틀의 정책이 필요하며, 이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이승우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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