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연구기관 리포트> 주택상품 다변화, 통계상 주택분류 개선 필요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13-04-02 18:43:04   폰트크기 변경      

 

   
 2012년 인허가 실적은 58만7000호를 기록하였다. 이는 2002년 66만7000호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수도권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분명 이례적인 수치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2가지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앞으로 시장이 나아질 것이라는 다수의 예측이 공급을 증가시켰다고 판단하여 시장 호조의 선행지표로 이해했다. 즉 공급 증가는 시장회복의 신호가 되었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재고가 확보된 성숙기 시장에서 공급증가는 시장 침체 지속의 지표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의 주택공급시장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특히, 최근의 시장의 온도가 수도권과 지방이 다르고 아파트시장과 아파트외시장가 다르다. 지역과 상품별로 분석해 보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주택시장의 다른 현상은 없는지. 우리가 간과한 문제점은 없는지 확인해보자.

 △정책적 요인에 의한 비탄력적 주택 공급 증가

 먼저 아파트시장을 살펴보자. 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2008년 급감한 이후 2009년부터 다시 증가하여 21만6000호를 기록하였다. 국민은행 지수 기준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0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2012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인허가 실적은 2010년 19만7000호, 2011년 17만6000호의 인허가가 발생했다. 2012년에도 16만3000호로 감소폭이 크지 않다. 특히, 2000년에서 2010년 평균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18만7000호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조정이 2011년 이후에나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폭도 미미하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아파트외 시장은 어떤가. 예년(2000년~2010년) 평균 물량은 6만8000호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1년 9만6000호, 2012년 10만6000호까지 확대되었다. 아파트시장과 아파트외 시장을 합치면 전체 주택공급물량이 예년 대비 5%를 상회하는 수준이 2년간 지속된 것이다. 결국, 시장상황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인허가 감소폭은 미미하고 아파트외는 오히려 큰 폭 확대되면서 전체적으로는 주택공급이 증가하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아파트시장은 과거방식인 단기대량공급으로 계획되어 기개발된 대규모 공공택지 물량의 문제가 크다. 인허가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시장에 비탄력적으로 공급이 지속되고 있다. 아파트외시장은 전월세 가격 급등을 대응하기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주택 공급확대 정책의 영향이 적지 않다.

 지방시장은 어떤가. 2012년에도 3.1% 상승하며 상승세는 유지하였으나, 상승세가 크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인허가 물량은 2011년 이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아파트와 아파트외 부문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2009~2010년 8만호 수준이었던 지방의 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2011년 들어 18만호까지 확대되었고 2012년에는 21만3000호로 크게 증가하였다. 아파트외 인허가와 이와 유사하여 2004년 이후 5만호 내외에 불과하였으나 2011년에는 9만7000호까지 증가하였다. 2012년에는 10만5000호로 2000년대 이후 처음으로 10만호 수준을 넘어섰다. 수도권과 지방의 가격 상황은 달랐으나 공급증가 원인은 수도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파트 부문은 시장 호조에 따른 공급 증가 및 세종시, 혁시도시 등 기계획된 공공택지 물량의 시기 도래에 따른 공급 증가로 판단된다. 아파트외 주택은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도시형 생활주택을 중심으로 정책적 요인으로 공급이 크게 증가하였다.

 결국, 시장에 비탄력적인 공급증가는 정책적 요인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인 말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인허가 중 다수는 도시형 생활주택ㆍ원룸형

 최근 전국적으로 급증한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을 뜯어보자. 도시형 생활주택은 2012년 동안 전체 주택 인허가의 20% 이상의 비중을 점하였고 12만4000호가 공급되어 주택공급 증가세를 견인하였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택법과 시행령에 따라 도시지역에  건설하는 300가구 미만의 국민주택규모에 해당하는 주택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세분류로 단지형 연립, 단지형 다세대, 원룸형으로 나눌 수 있다. 연립, 다세대는 도시형 생활주택형 연립, 다세대로 이해하면 된다. 원룸형은 세대별 독립된 주거가 가능하도록 욕실과 부엌을 설치하고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되는 형태다. 특히 원룸형은 2012년 도시형 생활주택 중 절대 다수인 10만2554호, 비중으로는 82.7%가 허가를 받았다. 다음으로 단지형 다세대 13.4%, 단지형 연립 3.9% 순이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전체 도시형 생활주택의 유형별 인허가 비중을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84.5%가 원룸형으로 공급되었고 단지형 다세대 11.8%, 단지형 연립 3.5%, 기숙사형 0.1%이다. 결국, 전체 도시형 생활주택 중 85% 가까이 원룸형으로 공급된 것이다.

 지역적으로 보자. 2009년에서 2012년까지 공급된 도시형 생활주택 중 59.5%가 수도권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서울 27.7%, 경기 36.4%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결국 최근까지 공급된 도시형 생활주택 중 50% 이상이 서울과 경기에서 발생했다. 또한, 서울과 경기의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이 전체 도시형 생활주택 중 45.7%에 달하고 10만호를 넘어선다. 지역과 유형을 함께 고려하면 도시형 생활주택 중 절반 수준에서 원룸형으로 서울과 경기에 공급되었다.

 그럼, 이러한 현상들이 공급 통계에 어떻게 반영될까. 공급 통계는 건축법 시행령의 용도별 건축물 분류를 따르고 있다. 건축법상에는 도시형 생활주택 분류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허가 통계에서 도시형 생활주택은 구분이 불가능하다. 즉, 도시형 생활주택 중 단지형 연립과 단지형 다세대는 각각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문제는 가장 물량이 많은 원룸형에 있다. 원룸형은 주택법상 일정 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아파트, 연립, 다세대 어떤 형태로도 가능하다. 따라서, 인허가 통계상에서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형을 파악하기는 어려우면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에 각각 분류되어 통계가 집계되고 있다. 특히, 원룸형이 5층 이상의 아파트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파트에 집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도는 공공택지 물량이 다수 존재하여 통념상의 대단지 아파트 물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격 하락세 및 시장 침체에 비해 경기권의 아파트 인허가 감소세는 크지 않다. 결국, 2012년 경기 아파트 인허가 중에서도 상당부문이 우리가 통념상 생각하는 아파트가 아니라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 이후 착공 비율 가장 낮아

 그렇다면 시장상황에 비탄력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공급이 착공으로 연결되고 있는가. 정확한 비율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업장마다 추적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연간 인허가가 물량이 당해년에 착공이 이루어진다는 가정으로 추이적 패턴을 확인해보자. 먼저, 시계열적 추이는 어떤가. 호수로는 장기시계열 확보가 어려워 연면적을 기준으로 살펴보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허가 대비 착공 비율이 70% 수준을 보였다. 2005년부터 낮아지기 시작하여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40.7%까지 하락하였고 2011년 지방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회복하면서 67.4%까지 상승하였다. 그러나 2012년 들어 다시 65.7% 수준으로 낮아졌다.

 다음으로, 최근 들어 발표가 되고 있는 호수기준으로 상품별, 지역별로 인허가 대비 착공 비율을 분석하면 2012년 인허가 중 82.0%가 당해년에 착공이 이루어졌다. 면적에 비해서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대형보다는 소형 주택의 인허가 대비 착공 비율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역적으로 보면 수도권은 77.6%, 광역시 98.5%, 기타지방 80.4%로 시장상황에 따라 상당히 패턴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상품별로도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단독주택은 91.9%, 다가구주택은 95.1%, 다세대주택 93.5% 수준이다. 이는 대부분의 인허가 물량이 당해년에 착공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립과 아파트시장은 다른 양상은 보이고 있다. 연립과 아파트 모두 76.5% 수준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시장은 67.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수도권 아파트는 당해년에 인허가를 받더라도 30% 이상이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앞서의 도시형 생활주택과의 통계적 불합치를 고려하면,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인허가 대비 착공 실적은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상품 다변화에 맞춘 통계 분류 개선 필요

 2012년에 나타난 인허가 증가가 시장 호조의 신호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낮아지는 인허가 대비 착공 비율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시장 상황이 좋다면 인허가를 받아 빨리 착공에 들어가고 분양과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공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파트 인허가가 일정 수준 유지되었으나, 통계상 주택 분류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우리가 통념상 생각하는 아파트는 실제 통계치보다는 적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주택시장이 지역ㆍ상품별로 세분화되면서 복잡다단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주택상품도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상품들이 출현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통계상 주택분류 방식으로는 시장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들어 급격하게 증가한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형이 아파트에 포함되는 것은 시장에 상당한 착시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시장 분석은 보다 정확하고 세분화하여 확인하고 짚어봐야 한다. 그래야만이 비좁은 틈새에서 기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의 밑바탕은 바로 통계의 정확성일 것이며 거기에 더해 정확한 지표 해석이 될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는 통계상 주택 분류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때로 판단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박우병 기자
mjver@c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