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공 건설투자 추이
일본의 공공 건설투자는 1985∼1990년 25조엔에서 1992∼1999년 30조∼35조엔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후 공공 건설투자는 1999년부터 10년 연속 감소해 2008년 15조엔을 기록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과 비교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일본정부가 건설관련 예산을 조정해 공공 건설투자를 줄인 이유는 경제 체질 변화를 위한 개혁과 재정 건전성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지가하락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약 10년간 건설투자를 활용한 경기대책이 수행됐다. 그런데 종래 세출구조를 유지한 채 추경을 통해 공공사업을 확대하다 보니 경기대책이 계속될수록 재정 건전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은 1990년에 65%로 OECD 평균 수준이었으나, 1997년 102%로 단 5년 만에 100%를 넘어섰다. 이는 1990년대 대대적인 건설 경기부양이 적자재정의 체질화, 국채 잔고 누적을 초래했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건설투자를 활용한 경기부양책은 효과가 높은 것으로 인정된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건설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이 중단되면 다시 침체가 지속되는 등 궁극적인 경기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일본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진정한 원인치료를 위해 건설 산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며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장기 집권한 고이즈미 정권은 일본 공공부문의 역할 축소 및 신속한 정책결정 구조를 골자를 하는 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 건설 관련 예산은 지속적으로 감축됐다.
△일본의 공공 건설투자 조정 파급 효과
일본 공공건설투자 조정의 파급 효과를 살펴보면 단기적으로는 수많은 업체 부도와 실업자를 양산했다. 또한, 투자가 10년 이상 하락함에 따라 고용상황과 소비패턴에 영향을 줘 디플레이션 현상에 일조하였으며 저성장 기조를 고착시켰다.
1999년 전후를 기점으로 살펴보면 공공 건설투자의 GDP 성장기여도가 1999년부터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여 경제성장을 저해했다. 대략 1999년부터 실질 GDP 성장을 0.4%p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2000년 이후 실질 GDP의 연평균 성장률이 1%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공공 건설투자 감소가 대략 경제 성장률의 절반 정도를 낮춰 저성장 기조를 심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공공 건설투자 하락과 동시에 건설업체 부도 및 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
1997년 한차례 재정 구조개혁을 수행해 공공 건설투자가 1년간 감소하였는데 건설업체 도산건수가 4068건에서 5096건으로 급증했다. 1998~1999년 다소 주춤하는 듯했으나, 2000년에 6214건, 2001년에 6154건, 2002년에 5976건으로 공공 건설투자 감소에 따라 역대 가장 많은 건설업체가 도산했다.
공공 건설투자 하락의 영향으로 경쟁강도가 높아져 수익률이 하락한 상황에서 경기가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많은 건설업체의 부도 및 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건설업체 매출액 경상이익률 추이가 1992년 3.2%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부도업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 2000∼2002년에는 1.3∼1.5%로 1% 초반에 불과했다.
공공 건설투자 하락은 영세 및 중소 업체의 구조조정을 촉발했다.
1999년 60만개였던 건설사는 2011년 48만개사를 기록해 총 12만개, 매년 1만개의 업체가 사라졌다. 자본금 200만엔 이하의 영세 건설업체가 가장 많이 사라졌고 1000만∼5000만엔 수준의 중소업체가 다음으로 줄었다.
전체 건설투자 하락에도 불구하고 증가하던 건설업 취업자 수가 공공 건설투자 하락에 맞춰 감소했는데, 1997년 685만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1년 497만명으로 정점대비 27.4% 수준인 188만명이 감소했다.
1997∼2011년까지 15년간 매년 12만명의 건설업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정년을 보장하고 있는 일본의 종신고용 전통의 특성과 특히 건설업은 업체 경쟁력이 숙련된 인력에 있다는 인식이 강해 인력 감축에 매우 보수적이었다. 그런데 1997년 정부의 공공투자 조정 위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실질적으로 1999년부터 투자가 감소함에 따라 그동안 보류했던 인력 감축을 본격적으로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론 및 시사점
한국의 공공 건설투자 추이와 재정 상황은 일본과 다르지만, 향후 건설관련 예산 조정 움직임과 관련해 재정 건전성 문제, 사회 복지비 재원 마련 등의 문제는 2000년 전후 일본이 당면한 문제의 본질과 유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해 시사점을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내년 건설 부문 예산 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경기부양책에 사용된 투자 지출을 신속히 조정해 공공 건설투자는 이미 정상화 단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GDP 대비 공공 건설투자 비중은 4% 중반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자 2009년 경기부양을 이유로 5.7%로 급격히 상승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바로 조정에 들어갔으며 2012년에 4.1% 수준으로 예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년부터 공약가계부에서 발표한 대로 SOC 예산을 감축하면 공공 건설투자 비중은 2017년에 3.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최근 일본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일본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향후 4년간 건설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조정할 경우 경제의 마이너스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최근 건설업체 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건설업체의 수익률이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민간 수주 또한 12개월 연속 감소해 한계 상황으로 향후 공공 건설투자 조정이 일본 사례에서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공공 건설관련 예산 조정 폭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업체 입장에서 건설업체는 수익률과 유동성을 높여 향후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본업체 부도가 증가한 것은 정부 공공사업 감소 시 경쟁 강도가 높아져 수익성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업체들은 보수 경영 및 비용 감축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힘썼다. 단순히 간접비 절감이나 재무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내부 경영상황 악화에 대응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사업 역량 차별화 및 시장 축소에 대응한 다양한 생산시스템 개혁을 적극 실천했다.
우리 건설업체도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시장 축소에 대응한 일본 업체들의 생존 노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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