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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기대효과와 향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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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10-08 05:50:02   폰트크기 변경      
윤영선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정부는 법 개정이 당초 일정보다 늦어짐에 따라 집행시기를 앞당겨서라도 내년 초 시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수도권 노후 아파트 주민들의 기대가 높다는 점을 정부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법 개정안에 담긴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15층 이상은 3개 층, 14층 이하는 2개 층까지 수직증축을 허용한다. 둘째 수직증축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안전진단을 강화하고, 건축심의 및 사업계획승인 시 각각 전문기관의 구조안전 검토를 받도록 한다. 셋째 사업비에 대한 주민부담 완화를 위해 가구 수 증가 범위를 현행 기존 가구 수의 10%에서 15%로 확대한다. 단, 가구 당 증축 가능 면적은 85㎡ 이하 주택은 40%, 85㎡ 초과 주택은 30%로 현행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 넷째 가구 수 증가 리모델링에 따른 도시 과밀과 일시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시·광역시 및 50만 이상 대도시는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수직증축을 허용하더라도 사업비 부담으로 리모델링 추진이 어려운 아파트를 위하여 맞춤형 리모델링 방안도 제시했다. 즉, 아파트 단지의 특성에 따라 선택 가능한 다양한 리모델링 방식의 유형을 제시하고, 장기이주 없이도 불편사항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맞춤형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방향만 제시했으며 향후 이와 관련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분당 역세권 등 제한된 지역에서 추진 전망

 이번 주택법 개정으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가 일차적인 수혜대상이 될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36개 단지 2만6000여 가구에 이른다. 특히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들에서 수직 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들 신도시 아파트 주민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최근 많이 떨어진 주택가격이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주택법 개정안의 핵심은 가구 수 증가 범위를 기존 가구 수의 10%에서 15%로 확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서 리모델링의 사업성은 한 단계 높아지게 되었다. 10% 가구 수 증가의 경우 주민 부담금은 대략 공사비의 25%가량 경감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5%의 가구 수 증가를 추가로 허용하면 주민 부담 경감액은 30% 내외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리모델링의 사업성은 개선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단순 계산에 따른 추정에 불과하다. 주민 부담금의 경감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파트 단지의 가구 수 규모, 평형 크기, 위치 등이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영향 변수는 현 아파트 가격, 즉 시세이다. 아파트 시세가 높다면 그만큼 분양수입이 증대될 것이고, 주민부담금은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단지는 같은 규모의 가구 수 증가를 통한 일반분양을 한다 해도 주민부담금은 많이 줄지 않는다. 아파트 가격은 사업의 리스크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이다. 아무래도 가격이 높은 단지가 구매자의 선호도 역시 높아 분양에 따른 리스크도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단지는 분양 리스크마저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정부의 가구 수 증가 상향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을 고려하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는 단지는 생각만큼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시세가 높은 서울의 강남권과 분당 등 일부 신도시 지역에서 추진될 확률이 높다. 수도권 신도시는 가격 지지세와 분양성이 양호한 역세권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예측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행 리모델링 방식이 고비용을 요구하는 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이기 때문이다. 골조만 남겨 놓고 나머지 부분은 전면 철거하는 방식의 리모델링은 공사비가 재건축 비용에 육박할 정도로 많이 드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하주차장을 설치한다면 적지 않은 공사비가 추가돼야 한다. 현행 증축 방식 리모델링의 공사비는 대략 재건축 비용의 80-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수직증축을 위한 보수보강 비용이 과다해질 경우에는 재건축 비용을 상회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아무리 일반분양을 통한 비용 경감이 이루어진다 해도 실제 주민부담금은 1억원을 넘어설 확률이 높다. 공사비 이외에 사업비 및 이주비 이자와 세금 등을 합하면 실제 가구당 부담금은 1억원을 크게 상회할 것이다.

 이런 제반 요인들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아파트 시세가 높은 지역의 아파트들은 주민들의 소득 수준도 평균적으로 높아 주민동의를 획득하기가 쉬울 것이다. 또 이런 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 이후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충족할 가능성도 크다. 즉 시세가 높은 양호한 입지의 아파트들은 재테크 측면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여건을 충족하는 아파트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정 탓에 이번 정부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조치는 결과적으로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 적합한 저비용 리모델링 방안 모색을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는 본질적인 이유는 주택 및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 탓이다. 지금과 같이 주택 및 부동산 시장이 저성장 국면을 지속할 경우에는 정부의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어떠한 규제완화 정책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시장의 여건이 변하면 리모델링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주택시장은 지금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고성장 시대는 한마디로 스톡, 즉 유형자산 중시의 사회이다. 이에 비하여 저성장시대는 플로우, 즉 무형의 서비스를 중시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고성장 시대에는 주택에 대한 소유와 투자가치를 중시하고 따라서 분양 및 매각 수익을 주로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는 주택에 대한 서비스와 사용가치를 중시하고 따라서 임대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공동주택 리모델링도 고성장 시대와 저성장 시대에서 그 특징을 달리한다. 고성장 시대의 리모델링은 시세 차익을 기대하고 따라서 주로 투자가치에 입각해 사업성을 판단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고성장 시대에는 투입비용보다 더 이상의 투자가치를 뽑아내는 자산증식효과를 중시하게 된다. 중대형 등 면적 증가와 브랜드업체를 선호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수익성을 중시하는 고성장 시대 리모델링의 제약점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비하여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성장 시대에 적합한 리모델링은 어떤 특성을 가질까. 저성장 시대에는 리모델링을 통하여 시세 차익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투자가치에 입각한 사업성 판단도 과거보다 유용성이 떨어진다. 자산증식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투입비용 자체가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면적 증가를 선호하지 않게 되고, 브랜드업체의 효과도 떨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과도한 비용 투입을 요구하는 리모델링 추진은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이후 아파트 등 주택을 제외한 여타 유형의 건축물들은 이미 이러한 리모델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시 건축허가면적 통계를 보면, 상업용 건축물의 경우 리모델링 비중은 2002년도 14.5%에서 2012년도에는 40.7%로 3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서울시 상업용 건축물들은 분양 또는 매각 수익보다는 임대수익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교육사회용 건축물의 경우 리모델링 비중은 2002년도 65.6%에서 2012년도에는 55.0%로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건축허가면적의 절반 이상이 리모델링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주거용 건축물의 경우 리모델링 비중은 2002년도 1.9%에서 2012년도에는 2.3%로 거의 늘지 않았다. 주거용 건축물에서 리모델링의 비중이 이처럼 저조한 결정적인 이유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 리모델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주택 및 부동산시장이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리모델링이 부진한 것은 크게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아파트는 다수의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거주하는 특성상 현실적으로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주민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둘째 주택시장의 여건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는 여전히 투자가치의 대상으로 기대되고 있음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여건 변화에 대응하여 정부는 맞춤형 리모델링이라는 모형을 제시해 놓고 있다. 맞춤형 리모델링은 다양한 유형의 리모델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그 골격은 대수선방식의 리모델링이다. 맞춤형이든 대수선이든 향후 리모델링이 추구해야 할 키워드는 ‘저비용’이다. 향후 리모델링 활성화 여부는 주민이 감당할 수 있는 저비용 리모델링의 실현 가능성 여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파트 주민과 건설기업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통된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 리모델링을 원하는 주민은 기대수준을 낮추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건설업체들은 리모델링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는 기술과 사업관리 방식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조세와 금융상의 지원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만약 리모델링 관련 주체들의 이러한 공통된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향후 아파트 리모델링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활성화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주택 및 부동산 시장의 저성장 국면하에서는 현행 증축 방식 리모델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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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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