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수문 현상에 대한 개별적 해석에서 벗어나 지표수-지하수, 수량-수질, 수문-기상, 수문-지질, 수문-생태, 수문-사회경제 등 수문 요소간 통합 해석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학문과의 결합을 통한 다목적·다차원적 통합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교과서적 용어로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다목적·다차원적, 그리고 총체적 수문해석이라는 점에서 통합 수문해석 기술이라 지칭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이 미래 수자원 관리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통합 수문해석 기술의 현 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살펴본다.
지표수·지하수의 연계 해석
SWAT-K 모형의 개요 |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6월부터 9월 사이에 약 70%가 집중됨으로 인해 수자원 관리의 어려움이 많다. 양적 측면에서는 겨울철부터 시작되는 가뭄, 광역상수도 공급이 어려운 도서 및 해안지역의 물부족 문제를, 질적인 측면에서는 양질의 음용수 기준을 초과하는 수질 악화를 막는 것이 효과적인 수자원 관리의 선결 과제다. 이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술적 방안의 하나가 바로 지표수·지하수의 연계 관리다.
지표수와 지하수 모형을 유역 단위로 연계한 대표적 통합 수문모형은 GSFLOW(Markstrom et al., 2008)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SWAT-MODFLOW(Kim et al., 2008) 등이 있다. 2013년 KICT 세계 최고 기술로 선정된 바 있는 SWAT-K 모형에서 유역 단위 지표수·지하수 통합 해석 모형인 SWAT-MODFLOW는 미 농무성의 유역수문 모형 SWAT(Soil and Water Assessment Tool)과 미 지질조사소에서 개발한 3차원 지하수 유동해석 모형 MODFLOW를 완전 연동형으로 결합시킨 모형이다(Kim et al., 2008). 이 기술의 핵심은 SWAT의 해석 단위인 Hydrologic Response Unit(HRU)을 격자형 모형인 MODFLOW의 셀과 연동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계산되는 수문성분들은 지표수와 지하수의 상호작용이 반영된 결과를 산출함으로써 기존의 해석적 난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수년간 KICT에서는 이를 국내의 여러 테스트베드에 적용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낸 바, 대표적인 연계 해석 사례로는 무심천의 지하수 가능 채수량 산정과 쌍천 지하댐의 정량적 효과 분석이 있다.
무심천 유역을 대상으로 현재의 양수량 조건으로부터 양수량을 증대시켰을 때, 기존에는 평가할 수 없었던 기저유출량, 대수층 저류량의 변화량 등을 파악할 수 있었고, 최적의 시나리오를 제시하여 향후 지역사회에서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적 근거를 마련했다.
유역 경사가 급하고 유로 연장이 짧아 겨울철 수자원 부족 어려움을 겪는 속초시에 건설된 쌍천지하댐은 속초 인구 90%에게 주된 상수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쌍천 지하댐 유역에 대한 지표수·지하수 연계 해석 결과, 댐 상류의 대수층 저류량이 증대됨으로써 댐 개발 전에 비해 채수가능량을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평가됐다. 상류의 지하수위는 댐 건설 전에 비해 상승했고, 그 범위는 댐 상류 수 킬로미터에 달했다. 지하댐은 대수층 저류량을 증대시키는 것 외에 해수침투를 막는 역할도 수행하는 구조물이다. 연중 지하수 유동이 급변하는 지역에 적절하며, 지표수 댐과 달리 환경친화적인 것이 장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도서 지역에 널리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합 수문해석 기반의 하천변 지하수 이용 영향평가 기술
장기간 과도하게 지하수를 채수하면 지하수위 저하와 함께 하천으로 배출되는 지하수 유출량이 줄어 하천수량 감소를 일으키며, 심해지면 하천이 말라버리는 건천화(乾川化)까지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지하수 개발·이용은 하천수의 안정적 사용과 직결된 문제로 하천 주변 지하수를 합리적으로 이용,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하수 이용이 수량 측면에서 하천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 평가할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지하수법 제7조의2항에 따라 하천구역 경계로부터 300m 이내 지역에서 지하수를 개발·이용하려면 지하수 영향조사서를 첨부해 국토교통부 장관과 사전 협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하수 개발·이용이 하천 수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될 때는 취수량 또는 취수기간의 제한, 취수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천법 제50조의6에서도 지하수 영향조사 결과, 하천 수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정될 때는 하천수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반면 지하수 양수 행위가 하천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 없어 법조항의 실효성이 매우 낮다. 실제 4대강 홍수통제소에서 검토한 지하수 영향조사서 협의 문건들에서 지하수 개발·이용을 불허하거나 취수량 조정 조치를 취한 경우는 찾아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하천변 지하수 개발·이용이 하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데 필요한 기술·행정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국토교통부 한강홍수통제소와 함께 지하수 양수가 하천수량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안성천, 죽산천, 신둔천 등 3개 시험유역을 선정하고 지하수 양수에 따른 하천수·지하수간 상호 유동 특성 변화 및 하천수 변화량을 관측 모니터링과 통합 수문해석 모델링을 통해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있고 실무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하수 양수에 따른 하천수 감소량 예측 간편식과 지하수 영향 검토 업무매뉴얼을 마련 중이다. 나아가 지하수 이용에 따른 하천 영향 정도를 지도상에 공간적으로 표출한 지하수 양수 영향 구역도를 제작, 활용하는 지침도 개발하고 있다.
그림 2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대표적인 통합 수문해석 모형 SWAT-K를 시험유역에 적용하여 양수정 위치에 따른 하천수 감소량을 산정한 결과를 예시한 것이고, 그림 3은 이를 항공사진과 중첩하여 양수 영향 구역도를 작성한 사례다. 안정적인 하천수 취수, 하천유지 유량 공급, 환경개선 용수 확보, 생태유량 확보 등의 건강한 하천 환경을 유지하려면 하천구역 내 유수관리뿐만 아니라 하천구역 외 지하수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하천변에서 과도한 지하수 이용은 하천 건천화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하천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를 위해서는 하천수와 지하수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관리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통합 수문해석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통합 수문해석 기반의 해안 지하수 관리 기술
최근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 가뭄 또는 해안지대의 지하수 취수정 증가 및 토지이용 변화가 해안 지하수 관리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해안 지하수 연구의 핵심은 밀도류에 대한 이해와 적용이다. 일반적으로 바닷물로 대표되는 염수는 고농도의 염분으로 인해 청정 지하수에 비해 약 2.5% 정도 무겁다. 이 밀도차가 지하수 흐름을 지배하는 현상을 밀도류라고 표현한다. 밀도류를 적용하는 문제는 계산시간(Computing time)이 비교적 오래 걸리기 때문에 모델을 단순화하여 수직 2차원 문제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실내 실험도 이와 같은 과정에 맞추어 가로로 얇은 물탱크를 이용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해안 지하수자원 관리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해수침투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의 지하수 장해 사례는 약 2백여 건으로, 이 중 염수침입에 의한 지하수 수질 장해는 13건이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지하수 이용량 증가에 따라 해안지역에서는 해수 침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부산(1), 인천(2), 강원(1), 전남(3), 경남(2), 경북(2) 및 제주(1) 순으로 파악된다(국토해양부, 2012).
국내 해안 지하수 연구 대상 1순위로 제주도가 꼽힌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최대 다우지(多雨地)이나 연간 강수량 변동이 매우 심할 뿐 아니라, 풍부한 강수량에도 불구하고 투수성이 좋은 화산암 분포로 인해 지표수의 발달이 빈약하여 모든 용수를 지하수에만 의존하는 특수한 지역이다. 건설연은 통합 수문해석 모형 SWAT-K로 산정한 제주도 전역의 지하수 함양 분포를 밀도류 해석 프로그램에 동적으로 연계하는 해안 지하수 해석 모형을 구축할 계획인데, 통합 수문해석적 관점에서 분산모델을 이용한 밀도류 해석을 하는 것은 국내 최초의 시도다. 이를 통해 제주지역 해수침투 여부, 해안 지하수자원 평가 적정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량·수질 통합관리를 위한 모델링 기법 및 유역평가 방안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약 1277㎜(1978~2007년)로 세계 평균 강수량(807㎜)에 비해 많은 편이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2007년 기준 1553㎥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74%는 홍수기에 편중되므로 평상시 이용 가능한 양은 더욱 줄어든다(국토해양부, 2011).
국내에서 시행 중인 권역별 수질오염 총량관리제에서 수질의 공간적·계절적 변화를 고려하려면 기존 원단위법에서 탈피하여 유역의 물리적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 기준 설정 및 목표 수질 달성 여부 등을 평가하는데 유역 모델링 기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통합적 유역평가(Integrated Watershed Assessment)는 유역 내 다양한 수질 및 생태학적인 오염 상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지표 및 모니터링 방법의 개발을 의미하며, 이를 실현하려면 유역의 생물·지리·화학적 건강성을 평가할 지표를 개발하고, 개발된 지표를 환경 상태와 연관시켜 유역 내 변화가 생태계 건강성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생태계의 건강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의 개발은 적용된 관리 방안의 효율성을 평가하고 모니터링 하는데 있어서도 절실히 요구되며, 향상된 수질·생태·공간 데이터의 수집 및 관리는 국가 수질오염총량관리처럼 유역관리 방안을 수립하는 데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유역에서 의사결정에 적절히 사용될 수 있는 툴의 개발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염물질이 오염원으로부터 수체까지 이르는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프로세스 및 비점오염의 시공간적인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모델링 기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SWAT(Soil and Water Assessment Tool)이나 HSPF(Hydrologic Simulation Program ?? Fortran)를 초월하여 수문·수질·생태학적 각 요소들의 연계성을 보다 실질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유역 모형 개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삶의 질 향상에 따른 보다 깨끗한 물 환경에 대한 요구, 녹색에너지 및 식량안보 등과 관련된 전 지구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물 사용 및 주요 작물의 영농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다양한 외부요소들의 변화에 따른 최적의 수자원 관리 및 유역 통합 관리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수자원 확보, 홍수·가뭄 등의 수재해 예측, 비점오염 해석 등 독립적·개별적인 연구에서, 이제는 유역 생태환경의 건전성을 평가하고, 나아가 기후변화와 같은 거시적 자연환경의 변화와 경제·사회적인 요인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통합적 유역평가가 필요하며, 이에 유역 모델링 기법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연구실(김남원 선임연구위원, 정일문·김철겸 연구위원, 이정우·장선우 수석연구원) ◆정리=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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