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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해외건설 700억달러 벽 뛰어넘을 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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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1-05 16:37:11   폰트크기 변경      
세계인과 교감할 맞춤형 CSR전략 장착해야
   
김명수 카톨릭대 산학협력단 책임연구원
 작년 초 국민적 기대를 모았던 연간 해외수주 700억달러 목표가 아쉽게 무산됐다.

 2010년 716억달러의 사상 최대 연간 수주고를 일궈낼 때만 해도 1000억달러 달성도 초읽기란 장밋빛 기대가 무르익었지만 700억달러란 마의 벽에 벌써 네 번째로 좌절했다. 중동의 플랜트에 치중된 해외건설 포트폴리오의 지역ㆍ공종별 다각화부터 설계ㆍ엔지니어링 육성에 이르기까지 해볼 것은 다 해봤지만 올해 5수에 도전하는, 초라한 신세다.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기존의 틀에 박힌 수주전략에서 탈피한 새 접근법을 주문한다. 그 일환으로 제시된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세계인의 마음을 파고들 해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전략이다.

 치열한 경쟁 아래 적자시공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로선 CSR을 실천할 여유가 없지만 CSR은 이미 글로벌 기업경영의 핵심 트렌드이자, 필수전략이다. 국내만 해도 건설기업들마다 다양한 CSR전략을 통해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한국 건설업계의 해외CSR은 소수 메이저사를 빼면 걸음마 단계다. 국토교통부도 이에 주목해 대안을 고심 중이다. 국토부가 해외건설 CSR을 확산하기 위해 카톨릭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작년 말 완성한 ‘아국업체들의 해외건설 사회공헌활동 강화방안 연구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글로벌기업 특화된 CSR전략은

 세계적 정유사인 엑슨모빌은 2000년 차드∼카메룬간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말라리아에 주목했다. 당시 국제연합과 아프리카 정상간 회담에서 결정한 말라리아 퇴치운동에 동참해 자사의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한 모기장 및 의약품 배포와 말라리아 퇴치캠페인을 전개한 것은 물론 자체 네트워크망을 토대로 효과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GE(제네랄 일렉트릭)는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DHG(Developing Health Globally)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 14개국의 204개 병원 및 보건소에 6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현지인들이 쉽게 조작할 수 있고 소모품이나 운영비가 적게 드는 의료기기까지 특별제작해 보급하고 현지 의료기관 및 인력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교육, 기기 등을 맞춤형으로 공급했다.

 일본의 무역회사인 이토추는 2007년 방글라데시의 사이클론 발생 때 재난에 가장 취약한 10개 지역을 선별해 소형 정수기를 무료로 배포하는 한편 재난지역 거주 여성들을 적극 고용해 지역민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었다. 도요타는 필리핀 현지의 산림복원사업에 동참해 친환경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근 한국에도 진출한 스웨덴의 조립식 가구업체인 이케아는 아시아 생산공장의 어린이 노동력 착취 논란이 불거지자, CSR 전담부서를 신설해 어린이 인권보장을 위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려 이미지를 쇄신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진출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와 현안을 먼저 간파한 후 회사 역량에 최적인 특화된 CSR전략을, 국제적 파트너십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실천함으로써 현지화와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두고 있는 점이다.

 국내 건설사 모범사례는 

 건설산업의 해외CSR은 일부 대형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가장 흔한 CSR전략은 건설산업 특성을 활용한 건축 기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03년부터 협력사들과 공동으로 몽골,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사랑의 집짓기’ 활동을 벌이고 있고 포스코건설도 베트남, 캄보디아, 페루,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의 빈민지역에 대한 유치원 건립을 포함해 교육시설 개보수 봉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SK건설도 에콰도르 에스메랄다스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학교주변 진입로 및 도로 등을 무상으로 건설하고 학용품 등을 기부하는 한편 축구에 열광하는 현지 주민 특성을 감안해 에스메랄다스체육협회와 공동으로 ‘SK배 고교챔피언 축구대회’까지 개최하고 경기장 개보수 및 축구용품 지원을 병행해 호평을 얻었다.

 다양한 지역에서 현지밀착형 프로그램으로 CSR을 실천하는 건설사로는 대우건설이 꼽힌다. 대우건설은 모로코에서 엘 자디다지역의 고아원 및 아동 복지시설 지원과 팅헤르지역의 무료안과치료를 병행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델타주 태양광 가로등 설치 및 학교 신설 및 개보수, 장학금ㆍ생필품ㆍ가전제품 기부활동을 벌였고 알제리에서는 현지 주민드로가 어우러져 ‘한마음 대청소 행사’를 통해 코ㅐ적한 환경 조성에 동참했다.

 포스코건설도 본사의 사회공헌 전담조직의 주도 아래 진출국별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다각적으로 기획, 실행해 호평을 얻었다. 우즈벡 타슈켄트 시민들과의 문화향유 프로그램, 미얀마 양곤시 빈곤지역 주민들을 위한 학교 개보수, 그리고 현지인들에 대한 한국문화 교육 및 문화교류 축제가 대표적 사례들이다.

 본사에 CSR의 구심점인 전담조직을 만든 후 대상국별 맞춤형 행사를 기획, 지원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했고 NGO, 현지 정부 등과의 긴밀한 연계로 일회성 물자지원이 아니라 현지인과 교감하는 프로그램 위주로 활동한 전략이 특징적이다.

 중견건설사 중에는 부영주택의 활동이 단연 눈에 띈다. 국내에서도 이미 학교, 기숙사, 체육관 기부로 잘 알려진 부영주택은 라오스, 동티모르, 태국, 말레이시아, 에티오피아 등지에서도 동일한 사회공헌에 나섬으로써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교육기업이란 참신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유지관리 용이성에 주안점을 둔 CSR전략도 눈에 띈다. 물 전문기업인 선진엔지니어링은 물 분야의 NGO단체와 공동으로 물부족 국가의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기 위한 워터 팬(빗물 보관시설)을 개발해 기부했다. 특히 유지관리 편의성에 주안점을 둔 워터 팬을 지원하되, 주민 대상의 사용법 관련 교육까지 병행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지원효과를 실현했다.

 건설기업 해외 사회공헌 문제점은

 건설기업들의 해외 사회공헌의 약점은 프로젝트 중심의 산업 특성상 제조업과 달리 지속기간이 짧고 단절되는 경우가 많은 점이다. 대부분 활동이 단발성 행사로 끝나거나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전체적 플랜이나 구심점이 없이 산발적으로 실행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건설사들이 해외 사회공헌을 기획, 지원할 전담조직 없이 홍보나 지원부서에서 겸직하면서 다른 업무에 더해 국내 사회공헌 활동을 하기에도 힘에 부치는 처지인 탓이다.

 그러나 현지 진출국이나 진출지역별로 문제가 발생할 때만 일시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진정한 현지화를 통한 매출 증대 등 경영성과를 일궈낼 수 있고 이를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전사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사후관리가 어렵다면 선진엔지니어링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유지관리 부담 탓에 기부가 부담으로 왜곡될 가능성만은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개선이 시급한 부분은 건설기업 대다수가 CSR을 기업 본연의 전략적 활동과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하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CSR을 필수적 사업전략으로 인식하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 아직 직원들의 자긍심 제고나 기업 및 자사상품의 이미지 개선과 같은 소극적 성과에 매몰된 접근법에 머문다.

 실제 코트라가 해외진출 기업 126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CSR 목표에 대한 조사에서도 기업의 장기적 영업실적 증가(17곳)와 새 제품 개발 및 사업기회 창출(8곳)을 지목한 경우는 8위와 11위에 머물렀다. CSR을 새 시장개척 기회 및 전략이자, 장기적 영업실적 증가와 직결될 핵심 전략이란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게 코트라의 진단이었다.

 정부 차원의 해외 CSR 촉진책 시급

 해외 CSR은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저가수주 후유증 아래 신음하는 대다수 건설기업의 사정과 해외수주 확대란 국익을 동시에 고려한다면 정부가 이에 필요한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

 반면 정부 차원의 CSR지원책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컨트롤타워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속가능 경영 차원에서 CSR 가이드라인 및 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의 CSR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에 매몰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아예 근로자 중심의 사회적 기업 육성 목표 아래 기업별 CSR을 유도하고 있다.

 건설기업의 CSR 활동은 정부나 법적 차원의 강제사항이 아니라 자발적 필요에 의해 유도돼야 한다는 점에는 업계 역시 공감하지만 이를 견인할 인센티브가 병행되면 보다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바람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례로 해외 CSR활동에서 두각을 보인 건설사에 대해 ‘건설의 날’ 행사 때 포상해 관련 사례를 홍보해주기만 해도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상(구 지속가능경영 상)’이 모범사례지만 글로벌 CSR 우수기업에 대한 포상이 없는 게 아쉬움이다. 외교부와 코트라 등 해외공관 주도 아래 CSR 우수건설사들의 활동을 현지 정부에 적극 알려 해당국가가 주관하는 각종 포상에 추천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글로벌 CSR 우수포상 기업에 대해 공공공사 입찰 가점과 같은 실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효과는 배가될 수 있고 그 일환으로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우수 해외건설업자 지정제에 이를 녹여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해외 현지의 대사관 등의 민관협력 네트워크 중 하나인 국토교통부문협의회 차원에서 건설기업들의 다양한 CSR 인식을 제고하고 정보를 교류할 세미나‧간담회도 활성화해야 한다. 앞서 진출한 기업들의 정보망을 공유함으로써 진출지역 주민들의 현안을 보다 정확히 공략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글로벌 CSR 공유 사이트 등도 구축해 해외에 진출했거나 이를 앞둔 기업들이 쉽게 현지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 제공해도 지역민과의 마찰 과정에서 가중되는 비용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해외건설기업의 글로벌 CSR활동을 망라한 백서를 작성해 주요 진출국 정부와 발주기관에 홍보하는 것도 대상국가의 호감을 얻는 첩경이다. 을미년 새해를 맞아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 700억달러의 기적을 재연하려면 기업, 정부, 해외공관간의 긴밀한 연대를 통한 전략적 CSR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제공-카톨릭대 산학협력단(김명수 책임연구원, 양준석 연구원, 송경식 연구원, 우승엽 연구보조원)

   ◇정리-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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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진 기자
jinny@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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