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로 맞춤형 비전ㆍ전략ㆍ실천계획부터 세워야
동남아ㆍ중앙아ㆍ중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도로 건설물량이 급증세다. 특히 내수 및 수출실적 향상에 따른 수송지원용 신규 도로건설 수요가 늘어난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저마다 도로 관련 중장기 건설계획을 수립하고 투자액도 매년 늘려가는 추세다. ‘Global Insight’에 따르면 2010년 도로부문을 포함한 교통분야 세계시장 규모는 약1조409억달러지만 2020년 2조4876억달러 규모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될 정도다.
반면 국내 도로시장은 장기 경기침체 및 투자 감소로 인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전체 해외건설 누적수주액(6101억달러) 중 도로 수주액(336억달러)이 5.5%에 머문다. 그마저 아시아 및 중동지역에 95%가 편중되면서 불균형 현상도 심각하다. 1965년부터 2013년까지 도로 부문의 대륙별 수주 비중을 보면 아시아가 52.8%, 중동이 42.2%인 반면 아프리카는 4.0%, 중남미는 0.3%에 그쳤기 때문이다.
해외 도로시장의 급성장세와 국내 도로물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진출 확대, 특히 수주지역 다변화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페루ㆍ인도네시아ㆍ사우디ㆍ카타르 최적
해외도로 진출 유망시장으로 중남미의 페루(88.3점)와 콜롬비아(80.1점), 아시아의 인도네시아(86.6점), 그리고 중동의 사우디(84.7점)와 카타르(81.9점)가 꼽혔다.
이는 한국교통연구원(권영인 글로벌교통협력연구실 선임연구위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김용석 도로교통연구실 수석연구원), 해외건설협회(김종성 리스크관리처장)가 4개 대륙의 110개 국가를 대상으로 경제규모(10점), 신용ㆍ재무조건(10점), 정치ㆍ사업환경(20점), 도로통계 및 유관기관 중점협력도(30점), 시장규모 및 잠재능력(30점) 등 5개 항목, 23개 세부 평가항목을 기준으로 점수(100점 만점)를 매긴 결과다.
아시아권에서는 이어 베트남(77.6점), 카자흐스탄(77.5점), 태국(74.4점), 인도(72.7점) 순이었지만 시공사(36곳)와 엔지니어링사(39곳)를 대상으로 한 별도 설문조사에서는 가장 유망한 진출 희망국으로 베트남이 꼽혔다. 엔지니어링사들이 미얀마, 캄보디아, 방글라데시를 2∼4위 유망 진출지역으로, 시공사들이 미얀마,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4∼6위 진출 목표 지역이라고 응답한 점도 차이다.
중동권에서는 사우디, 카타르에 이어 전문가들이 아랍에미리트(79.9점), 알제리(79.9점), 쿠웨이트(75.8점), 터키(73.4점)를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사와 시공사들의 1위 희망 진출국은 터키와 카타르였고 이라크의 가능성(시공사 4위, 엔지니어링사 3위)도 높게 평가됐다.
중남미권의 전문가 추천국이 페루, 콜롬비아에 이어 칠레(76.4점), 파나마(69.8점), 에콰도르(69.2점), 볼리비아(67.4점) 순인 반면 시공사들은 브라질을, 엔지니어링사들은 콜롬비아를 가장 진출하고 싶은 국가로 꼽았다. 업계 설문에서 베네수엘라, 멕시코, 파라과이가 포함된 점도 전문가 분석과의 차이점이다.
아프리카 유망진출국은 가나(67.4점), 탄자니아(66.2점), 모잠비크(65.3점), 우간다(64.5점), 보츠와나(63.7점), 나이지리아(63.2점) 순인 반면 시공사들은 6위인 나이지리아를 1위로 꼽았고 남아공화국을 2위, 적도기니를 5위로 선호했다. 엔지니어링사들은 탄자니아와 케냐를 1위와 2위로, 나아가 DR콩고(5위)도 유망한 것으로 인식했다. 다만 아프리카 지역은 타 권역에 비해 진출 유망 평가점수 자체는 낮았다.
권역별 도로사업 진출 전략은
교통연구원은 아시아는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 대응형 도로 방재시설과 저가주택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와의 패키지형 발주에 적극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특히 국가별 도로 포장률이 필리핀이 25.6%인 반면 태국은 99.5%에 이르는 등 격차가 큰 점을 감안해 포장률이 낮은 국가는 저비용 단기건설 중심의 인프라 조기 건설책으로, 포장률이 높은 국가는 급속 보수, 통합 교통체계, 교통사고 및 재난대응형 도로와 같은 노후인프라 관리시장 위주로 진출할 것을 제안했다.
중동시장은 도로 포장률이 70∼90% 수준으로 이미 1차적으로 완비된 상태인 만큼 교통사고 관리기법인 위험도로 개량 사업이나 도로안전 진단 사업 위주로 공략하고 인프라 노후화에 따른 급속 개보수 물량에 적극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동시에 중남미와 마찬가지로 BRT, LRT 등의 도심형 대중교통 체계 발주와 산업단지 내 도로 및 틈새시장 발주에 적극 대응해 산업도로 등의 특화된 도로건설 기술로 접근해야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중남미 도로시장은 아프리카와 유사한 시장 특성을 감안해 주택산업 등과의 동반진출에 주력하고 경전철, BRT 등의 육상교통시설 발주에 적극 대처하되 인접 내륙국가들을 서로 잇는 장거리 연계용 수송체계 물량 공략도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아프리카 도로물량은 인구 증가, 중산층 비율 증가세에 발맞춰 주택산업 등과의 패키지형 발주 프로젝트를 공략하고 신도시 등 도시개발 프로그램과 연계한 진출전략도 치밀하게 짜야 활발한 시장개척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리인력난ㆍ덤핑ㆍ발주처 리스크 걸림돌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 도로시장 진출 때 가장 큰 어려움은 해외프로젝트를 관리할 한국인력 부족난(17%)이었다. 저가 수주에 의한 예산 부족(15%), 발주처의 잦은 설계 변경 및 결정 지연(11%)이 뒤를 이었다. 해외프로젝트 수주 애로점도 시장 불확실성(18%)에 이어 한국업체 간 가격경쟁(17%)과 낮은 공사단가(16%)처럼 덤핑수주 가능성을 꼽은 의견이 많았다.
한국건설기업의 현지기업 대비 강점은 계약이행 준수의 확실성(29%), 현지업체 대비 높은 기술력(22%),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21%)이었다. 이와 비교한 현지업체의 강점은 발주처와의 협의 및 협상능력(33%), 낮은 공사비(32%), 자재ㆍ장비ㆍ인력 조달능력(12%)이 꼽혔다.
해외도로사업 수주를 늘리기 위한 지원책으로는 정부의 직접적 재정지원(28%)이 1순위로 꼽혔고 발주처 및 공사정보 적기 제공(18%), 해외진출 관련 대출ㆍ보증 확대(17%), 주요 발주처 초청 행사(11%) 순이었다. 해외건설 관련 세부 재정지원책으로는 보증수수료 지원(28%), 법인세 인하(27%), 인력양성 교육비 지원(15%) 순이었다.
우리 건설사들이 해외도로사업 공략을 위해 키워야 할 경쟁력으로는 프로젝트 관리능력(21%), 정보수집 및 분석능력(18%), 금융조달 능력(17%), 주요 인사 네트워크ㆍ현장조직 현지화(각 14%)가 절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연구원은 설문조사를 근거로 해외 도로사업 진출 건설기업들이 가장 요망한 지원책으로 외국어와 전문지식 및 경험을 갖춘 인력 양성책과 정부 주도의 관련 정보 데이터베이스화, 해외진출 관련 보증 및 대출 지원(보증수수료, 법인세 인하 등 세제지원책 포함)으로 요약했다. 건설기업 입장에서도 현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발주처 응대, 정보수집, 낮은 공사단가 등을 극복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도로분야 해외진출 비전ㆍ목표부터 세워야
교통연구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해외도로 프로젝트 수주를 늘리기 위한 비전, 목표, 전략도 제시했다. 비전으로는 한국형 도로건설 및 운영기술의 세계화와 국내 도로사업의 효율적 해외진출 체계 구축 및 국내 도로산업 기반 유지로 정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목표는 해외도로 수주비중 10% 및 수주액 100억달러, 그리고 도로분야 해외진출 전문기업 200곳과 전문인력 2000명 양성을 설정했다.
세부 정책과제로는 도로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패러다임 전환과 한국도로공사 및 한국도로교통협회 주도의 해외도로사업 정보시스템 구축, 그리고 국내 기업의 해외프로젝트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민관합동의 해외 도로로드쇼 활성화를 제안했다.
건설기업 차원의 과제로는 발주국가의 현지업체 우대 추세를 감안해 현지 법인 설립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 차원의 현지화 비용 지원 등의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나아가 도로투자가 많은 해외 개발도상국 공무원을 초청한 연수프로그램도 활성화할 것을 조언했다.
동시에 국토부 도로정책과와 해외건설정책과 등으로 나뉜 해외도로사업 진출지원 창구의 일원화를 통해 도로 중점 진출국별 맞춤형 전략을 보다 효율적이고 일관성 있게 실행할 것을 주문했다. 연구원이 설정한 24개 중점 진출국별로 최적의 전략을 수립해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 협력사업, 건설외교, 그리고 업계 차원의 진출노력을 집약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나아가 해외도로사업에 대한 EDCF, KOICA 등의 재원을 활용한 예산 지원책 및 중소기업 진출기회 확대에 더해 국가별 도로사업 실무매뉴얼, 해외도로 정보제공 홈페이지 구축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업계 설문에서도 최대 애로점으로 꼽힌 해외도로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이다.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신설, 확대하는 한편 젊은이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해외도로 기업의 산업기능요원 배정 허용 및 소득 비과세 혜택 확대 등의 유인책이 절실하다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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