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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중소 종합건설사 쥐어짜서 중대형 전문업체 배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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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5-12 06:00:01   폰트크기 변경      
중기 보호 정책 역행ㆍ업역 장벽 조장ㆍㆍㆍ피해는 국민 몫

 

   


 정부가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4월10일 입법예고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둘러싸고 건설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입법예고안에 달린 댓글만 200개가 넘을 정도다.

   현행 건산법령상 기조는 건설업을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으로 구분한 후 2개 이상 복합 공종의 종합공사는 종합건설사에, 단일 공종의 전문공사는 전문건설사 맡기는 것이다. 다만 2개 이상 전문공사로 구성되지만 종합적 계획·관리ㆍ조정이 필요없는 3억원 미만의 소규모 복합공사에 한해 해당 전문공종을 모두 등록한 전문건설사가 원도급을 받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논란은 국토부가 허용 범위의 10억원 미만 확대를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경직된 건설 업역 문제를 완화하는 것이 곧 글로벌 스탠더드란 판단 아래 2008년에 종합ㆍ전문건설업 간 겸업 제한(기계설비건설업종은 2012년 시행)을 폐지했고 이후에도 겸업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를 확대해 온 정부의 기존 정책 기조와 역행하는 탓이다. 소규모 복합공사가 늘어나면 이를 독점적으로 누릴 대형 전문건설사들로선 굳이 종합건설업종에 진출(겸업)할 유인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육성이란 정책 기조에도 역행하긴 마찬가지다.

    정부 의도처럼 3억∼10억원 미만 공사가 소규모 복합공사에 포함돼 소수 중대형 전문건설사들의 독과점 물량이 될 경우 종합건설업종의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주 역량이나 프로젝트 관리능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10억원 미만 공공공사 발주자들의 현실까지 감안하면 그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의 안전, 품질, 예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상위법이 아니라 하위 시행규칙 개정으로 강행하려는 것도 상식 이하다. 소규모 복합공사의 시장구조 분석을 통해 합당한 정책 제언을 도출하고자 한다.

 3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의 시장구조

 3억원 미만 공사의 원도급 실태<표1>를 보면 전문건설사의 시장 점유율은 계약금액 기준으로 종합건설사의 3배가 넘고 건수 기준으로는 11배에 달한다. 3억원 미만 소규모 원도급 공사의 시장구조를 계약건수ㆍ금액 두 가지 지표로 검토한 바로는 두 지표 간 동태적 변화도 겸업제한이 폐지된 2008년 직후인 2009년을 기준으로 소규모 원도급 공사시장에서 종합건설업 실적은 지속적으로 줄고 전문건설업 실적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하다. 겸업제한 폐지에 이어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당시 3억원 미만으로)라는 정책 신호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소규모 원도급 공사의 종합건설사 점유율도 2007년 이후 계속 하락세다.

 소규모 복합공사의 수주 주체

 <그림2>처럼 10억원 미만 복합공사의 계약실적은 건수 기준으로 30인 미만 소규모 건설사 비중이 가장 크다. 구체적으로는 1억원 미만 90%, 1억∼5억원 미만 85.7%, 5억∼10억원 미만 78.5%를 30인 미만 소규모 기업이 수주한다. 이를 감안하면 소규모 복합공사 문제는 건설업 전체시장이 아니라 종합건설업종 내 소기업과 전문건설사가 경합하는 하위시장(서브 마켓)의 배분 문제다. 전체 공사를 기준으로 파급 효과를 논의하는 것은 소규모 복합공사 시장의 특성을 간과한 전형적인 시장 획정의 오류일 수 있다.

 만약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10억원 미만으로 늘리면 중소 건설업계에 미칠 파급 효과는 전체 시장으로 파악하는 것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엄청나다. 전체 건설시장에서 10억원 미만 공사의 비중은 금액기준으로 17∼20%이긴 하지만 건수 기준으로 96%가 넘는다. 중소 건설업체들로선 한마디로 10억원 미만 공사가 사실상 건설 물량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의미다.

 실제 10억원 미만 복합공사의 시장 구조를 기업 규모별로 검토<그림3>하면 수주 주체가 30인 미만 소기업이 86.5%, 30∼50인 미만 기업이 6.1%다. 중소기업기본법령상 상시 직원 50인 미만인 소규모 기업의 점유율이 92.6%에 달하는 셈이다.

 전문건설협회의 업계현황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보유 공종이 1∼2개인 전문건설사는 3만3716개로 전체(3만7018곳)의 91.1%다. 반대로 보면 전문건설업 내에서 복합공사 수주가 가능한 공종 3개 이상 보유사 비중은 8.9%. 소수의 대형 전문건설사들이 주로 참여한다는 의미다.

 과거 3억원 이하 소규모 복합공사의 원도급을 전문건설사에 허용한 후 전문건설사들이 시장을 급격히 잠식했고, 잠식률 자체도 증가세다. 이런 상황에서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가 10억원으로 확대되면 전문건설업종 내 8.9%의 대형사와 종합건설업종 내 대다수 중소기업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 건설업 영업제한 규제가 잔존하는 탓에 종합건설사의 소규모 복합공사 응찰도 제한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영업범위 제한 탓에 쌍방향 진입이 아니라 일방향의 진입만 허용되는 비대칭적 규제 아래 중소 종합건설사들이 신음하는 시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와도 상반되며, 이와 반대되는 방향의 시장구조 변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문제점 및 정책적 제언

 

   
 종합건설업체에 한해 복합공사 시공권을 부여한 법령의 기본 취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전문건설업에 비해 종합건설업의 등록 규제가 자본금, 기술인력 측면에서 훨씬 강한 이유는 공사 규모가 커질수록 고급 기술인력과 종합적 조정관리를 요구함으로써 발주자와 건설서비스 수요자의 권익, 근본적으로는 세금을 지불한 만큼 우수하고 안전한 공공시설물을 향유할 권리가 있는 국민들을 위함이다.

 나아가 소규모 복합공사의 시장구조상 시장 범위를 늘리는 문제의 논점도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으로 양분된 건설업 전체 시장의 대ㆍ중ㆍ소기업 차원이 아니라, 다수의 중소 종합건설업체와 소수의 대형 전문건설업체가 경합하는 하위 시장구조를 배분하는 문제임도 직시해야 한다.

 종합ㆍ전문건설업 간 겸업 제한이 폐지되면서 상호 진출이 가능하다. 정부도 겸업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반면 과거 겸업 제한 폐지과정에서 당근책으로 내놓은 반시장적 예외인 소규모 복합공사를 폐기하는 대신 오히려 확대하려는 정책은 제도의 탈목적성이란 근본적 문제까지 내포한다.

   만약 이를 확대하려면 적어도 해당 공사를 수주할 전문건설업체들의 기술자에 대한 추가고용과 자본금 등의 신규 투자를 이끌어내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단행했던 겸업을 촉진하는 기존 정책 기조를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는 국민들이 갈구하는 건설서비스의 질적 발전을 이끄는 길이기도 하다.

 발주자의 적격업체 선별 능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만 맡길 경우 우려되는 하자나 공사비 증가 등의 시장실패성 부작용들은 고스란히 발주자와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이 건설산업 전반에 생산성 향상 유인을 제공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길 기대해 본다.

 제공=한국건설산업연구원 나경연 연구위원<사진>

 정리=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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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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