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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국내·외 건설기업의 해외 현지화 전략 사례 및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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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8-31 16:06:47   폰트크기 변경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유가 하락, 지정학적 불안 등의 위험요인 아래 안정적 해외수주 물량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성공적 사업 수행에 필요한 시장 환경도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후발 진출 기업과 현지 기업 증가로 수주 경쟁이 심화되고 프로젝트의 복잡·다양화로 과거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업의 모든 역량이 진출 시장에서 발휘될 수 있는 ‘현지화(localization)’가 근간이 돼야 한다. 현지화는 ‘진출 시장의 조건에 맞는 생산과 판매 등이 가능한 경영체계를 가진 현지 국가의 기업이 되는 것’으로 요약된다. 본국에서 경쟁 우위를 갖는 기업의 가치 사슬상 활동 중의 부분 또는 전체를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의 조건에 맞게 생산, 인력, 연구개발, 마케팅 부문에서 체계화하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현지 국가가 요구하는 사회ㆍ문화적 측면에서 진출 기업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반영하는 지가 현지화의 중요한 조건으로 고려되고 있다. 외국 자본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완화하고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현지 사회를 위한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견 수렴과 그에 따른 실천력이 담보된 다양한 분야에서의 비영리적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건설기업의 해외 현지화 현황은

 해외건설협회가 집계한 해외진출 국내 건설사의 현지 법인은 2001년 156개에서 작년 1147개로 대폭 늘었다. 2001년 지역별 현지 법인 수는 아시아가 94개로 60.3%를 차지했고 태평양 및 북미 38개(24.3%), 중동 13개(8.3%), 남미ㆍ유럽 각 4개였다. 국가별로는 미국(22개)이 가장 많았지만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의 법인이 각각 17개, 16개, 13개, 10개로 아시아 국가에 집중됐다. 2014년 기준의 1148개 현지법인도 아시아(726개, 63%)가 1위임은 동일하지만 중동(169개)이 2위로 치솟았고 북미·태평양(112개)에 이은 남미(65개), 유럽(49개), 아프리카(26개) 등의 다각화가 눈에 띈다.

 이런 양적 팽창 속에서도 국내 건설기업들의 애로점은 거의 변화가 없다. 해외건설협회의 최근 설문 결과를 보면 현지 국가에 대한 정보 부족(26.5%), 금융 지원 부족(19.2%), 인력 부족(19.1%), 진출국 정책 불확실성(17.3%), 기후ㆍ지리적 이질성(4.1%), 문화적 이질성(3.6%) 순이었는데,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 항목은 ‘제1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2003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때도 1위였다. 뜯어보면 정책 지원이 필요한 금융 분야를 빼면 애로점 대부분이 현지 프로젝트 수주 및 수행과 관련해 진출기업이 갖춰야 할 현지화 역량들이다. 한마디로 국내 기업들의 현지화 수준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의미다.

 해외건설 현지화 전략의 사례는

 부르즈 칼리파, 에미리트 팔레스 호텔, 페라리 월드 등의 지명도 높은 대형 공사를 수행하면서 중동지역에서 성공적인 현지화 기업으로 꼽히는 벨기에 베식스의 전략은 진출 국가에 중장기적 관점의 사업 인프라 투자 및 구축,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 독자적 사업 수행 역량 확보 등으로 요약된다. 카타르에 ‘United Ready Mix’란 레미콘 회사를 설립하고, UAE에는 Dredgers, Crane barges 등의 중장비와 장비 및 자재 보관을 위한 창고 등의 사업 지원 인프라 시설을 보유하면서 아랍에미리트를 거점으로 독자적 사업수행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현지에만 약 100개 이상의 주요 장비와 우수한 현지 인력 풀(pool)을 확보하고 있고 중동 프로젝트 설계는 두바이 Design Center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CIMIC그룹의 경우 해외 시장에 현지 법인을 설치하거나 안전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현지 기업과의 조인트 벤처 방식의 협력 관계를 선호한다. 국가별 특성에 맞는 사업 관행과 방식을 존중하고 자율권을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진출 지역과 상품별 특성을 고려해 거점별로 운영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할 뿐 아니라, 인력 채용도 현지의 재정 상황과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권한을 부여한다. 또한, 국가별로 특화된 사업장 안전 운영 방식에 더해 선호하는 색감이나 배치 등도 현지 관행을 존중하고, 현지 경조사에도 참석하는 등 문화ㆍ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 패트로팩의 현지화 전략은 크게 인력, 전략적 제휴, 프로세스로 요약된다. 특히 전략적 제휴와 인력 양성이 현지화 전략의 핵심이다. 새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경우에는 진출 국가의 고객, 파트너, 공급자 및 커뮤니티와 전략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경영권 확보에 집착하지 않는 유연한 전략도 특징적이다. 2012년 Schlumberger와 신흥국에서의 통합형 고부가가치 생산 설비 프로젝트 수행과 통합 에너지 서비스 사업을 위해 업무 협력 협약을 맺어 탐사에서 생산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역량을 갖췄다. 현지 파트너 발굴을 통한 전략적 협력관계 외에도 주력 시장을 거점화해 수주 및 조달 효율화를 추구한다. 특히, 현지 인력 채용을 통한 원가 절감에 더해 트레이닝 센터(5개국 12개 운영)에서 교육도 실시해 인력 양성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발주처와 장기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싸이펨은 사업 영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와 핵심 자산 확보의 지속, 그리고 가치사슬상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인수 합병 등의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다.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할 위치에 설치된 야드(yard)는 종합 제작지역으로 프로젝트 시행에 따른 경험과 프로세스의 공유 및 신규 사업에 대한 지속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5개(이탈리아 3개, 프랑스 1개, 인도 1개)의 EPC 허브를 설치해 프로젝트의 설계, 조달, 시공 등 전 영역에 걸친 업무를 담당토록 하고, 주요 진출 국가에 29개의 지역 엔지니어링 및 프로젝트 수행 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뿌리 깊고 지속 가능한 현지화’란 경영 마인드를 바탕으로 전체 고용 인력의 70% 이상을 현지에서 채용하고 현지 인력에 대한 교육 시행 및 의료 지원 등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해외건설 현지화 전략의 핵심 요인

 현지화 전략은 5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경영 조직의 기능 변화다. 현지 기반의 경영전략의 실행을 위해서는 조직 기능도 현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현지 조직은 의사결정이 가능해야 하고 사업 수행에 필요한 모든 기능들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전략적 제휴 강화다. 조직 내부의 현지화 역량을 근간으로 현지 사업 추진을 위한 파트너로서 우수 협력 기업들을 조사 및 발굴하고 지속적 관리를 통해 내부 자원화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현지 수행 역량 확보다. 해외사업에 요구되는 기능적 가치 사슬상의 영업, 견적, 설계, 구매, 공무 및 공사 수행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외사업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구축과 실행에서 출발해야 한다. 네 번째는 지역 거점 확보다. 소규모 지사보다 진출시장별 사업 환경을 반영한 차별화된 지역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확대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다섯번째로 사회공헌 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지 사회의 압력이나 자선적 동기에 근간하는 일회성 활동이 아니라 중장기 투자 기반의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이어야 한다.

 해외건설 현지화는 필수 경영전략이다. 다만 기업별 주력 시장과 공종 및 투자 역량 수준이 다르므로 계단식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조직 정비부터 시작해 해외건설 현지화 요인을 달성해 나가는 중장기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역량을 보유한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향후 해외시장에서는 현지 기업으로서의 우호적 평판 여부가 건설기업의 경쟁력 수준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때문에 일회성 봉사 활동에서 탈피해 지속 가능한 투자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 사회공헌 활동이 요구된다. 끝으로, 이런 현지화 투자가 힘든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 현지화 정착을 위한 초기 단계의 정보 인프라와 현지 인력 공급ㆍ양성 프로그램 제공 등은 해외시장에 진출한 다수의 중소 건설사에 유용한 지원 방안이 될 수 있다.

 제공=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리=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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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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